이동통신사들과 휴대폰 단말기 제조사들이 가계통신비를 줄이라는 정부의 압박에 연이어 대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런 대책들이 여전히 소비자들의 불만을 잠재우기에 미흡하다는 지적이 높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이동통신사들과 휴대폰 단말기 제조사들이 내놓는 해결책이 미흡할 경우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는데 과연 이 말을 실행에 옮길지 주목된다.
◆ SK텔레콤, 가입비 폐지하고 지원금 상향조정
SK텔레콤이 다음달부터 가입비를 없애고 주요 단말기의 지원금을 올리기로 했다고 23일 발표했다.
SK텔레콤에 가입하는 소비자들은 다음달부터 1만1880원의 가입비를 내지 않게 된다. 이는 2015년 9월 이동통신가입비를 완전히 폐지하려는 정부의 계획을 10개월 앞당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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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성민 SK텔레콤 사장 |
SK텔레콤은 23일부터 삼성전자의 최신 스마트폰인 갤럭시노트4를 비롯해 시장 인기 단말기들의 지원금을 5~11만 원 올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출고가가 95만 7천 원인 갤럭시노트4의 경우 LTE100요금 기준으로 보조금이 기존 11만원에서 10만9천원 상향 조정돼 최대 22만 원이 지원된다.
SK텔레콤은 갤럭시노트4 이외에도 삼성전자의 갤럭시S5 광대역 LTE-A, 갤럭시 알파, 갤럭시S4 LTE-A, LG전자의 G3 cat6, G3A 등 총 6종의 단말기에 지급되는 보조금을 올렸다.
SK텔레콤은 ‘프리미엄 패스’ 요금제를 내놨다. 이는 6개월 동안 요금제를 유지하면 이후 요금제를 변경해도 위약금을 면제해주는 서비스다. 이 요금제는 69요금제 이상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다.
이에 앞서 KT는 요금할인 위약금을 없앤 순액요금제를 12월 출시하기로 했다. LG전자는 G3비트 등 일부 단말기의 출고가를 7만 원 안팎으로 낮췄다.
업계는 아직 가계통신비 인하 대책을 발표하지 않은 LG유플러스와 삼성전자도 곧 보완책을 내놓을 것으로 본다.
◆ 단통법 보완조치 미봉책에 그쳐
그러나 이동통신사와 단말기 제조사들의 조치가 미흡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들이 내놓은 대책으로 줄일 수 있는 가계통신비가 단통법 시행 이전과 비교해 아직 상당한 격차가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단통법 시행 이전인 올해 상반기에 소비자들은 이통사들로부터 평균 28만 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여기에 제조사 장려금을 더하면 평균적으로 소비자들은 총 39만1천 원의 보조금을 받은 것으로 업계는 추정한다.
단통법 시행 이전 수준으로 가계통신비 지출을 맞추려면 보조금은 적어도 27만 원에서 정부의 상한선인 30만 원 사이에서 형성돼야 한다.
소비자가 갤럭시노트4를 살 경우 현재 최대 22만 원의 보조금을 지급받는 데 그친다. 다른 최신 단말기에 지급되는 보조금도 마찬가지다.
이번에 혜택을 제공한 단말기가 일부 기종을 제외하고 중저가 제품이거나 과거 공짜폰으로 풀렸던 제품이 대다수라는 점도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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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
이들이 내놓은 대책이 특정 이용자층에 국한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단통법은 애초 모든 이용자들에게 차별없는 혜택을 누리게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SK텔레콤이 내놓은 가입비 폐지는 모든 가입자가 아닌 신규가입이나 번호이동 등 일부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다. 프리미엄 패스도 69요금제 이상을 써야 받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가계통신비를 줄이려면 통신요금을 내리고 단말기 출고가를 낮춰야 한다 ”며 “관련 업계가 정부와 국민의 통신요금 인하압박에 마지못해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처방을 내놓은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 최양희, 특단의 대책 꺼낼까
최양희 장관이 이들의 단통법 해결책에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최 장관은 지난 17일 업체 대표들을 불러 “단통법의 취지와 다르게 소비자가 아닌 기업 이익만을 위해 이 법을 이용한다면 정부 입장에서 소비자를 위해 특단의 대책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최 장관은 지난 22일 간담회에서도 “정부와 기업이 협조해 소비자에게 피해가 안 가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기업이 소비자 이익을 빼앗아 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재차 압박했다.
최 장관의 발언은 단통법 시행 이전 수준으로 소비자의 혜택을 늘리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업체들이 내놓은 방안은 이런 요구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업계 한 전문가는 “최 장관이 언급한 특단의 조치마저도 가계통신비를 단통법 이전 수준으로 맞추는 데 실패한다면 단통법을 추진한 정부에 대한 비난여론도 악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오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