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사드보복이 반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국내 면세점사업자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업계 1위 롯데면세점마저 사드보복을 버티지 못하고 적자를 냈다. 지방공항에 있는 중소중견면세점의 경우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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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선욱 롯데면세점 대표. |
22일 업계에 따르면 호텔롯데의 면세사업부인 롯데면세점이 2분기에 영업손실 297억 원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롯데면세점이 적자를 본 건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태 이후 14년 만이다.
롯데면세점의 상반기 영업이익도 74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2326억 원에서 급감했다.
중국인 관광객이 대거 이탈하고 서울 시내면세점 수가 늘어나면서 타격을 봤다. 공항면세점의 높은 임대료와 특허수수료도 실적악화에 한몫했다.
롯데면세점은 사드보복이 장기화하는 데 대비해 6월부터 임원을 비롯한 팀장급 간부사원들이 연봉의 10%를 자진 반납하는 등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갔다.
2015년 시내면세점 특허권을 따내며 시장에 진출한 신규 사업자들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HDC신라면세점을 제외하면 모두 적자를 봤다.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의 합작사인 HDC신라면세점은 1분기 영업이익 11억 원을 낸 데 이어 2분기에도 영업이익 9300만 원을 내며 가까스로 흑자기조를 이어갔다.
외형 확대보다 수익성 위주의 전략을 펼친 데다 오랜 시간 면세점사업을 해온 호텔신라의 운영 노하우가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신세계DF도 상반기에 60억 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1분기 16억 원에서 2분기 44억 원으로 확대됐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역시 2분기에 1분기보다 영업손실폭이 더욱 확대됐다. 2분기 영업손실이 150억 원으로 신규 시내면세점사업자 가운데 가장 손실이 컸다. 상반기 영업손실 규모는 277억 원에 이른다.
두산의 두타면세점과 하나투어의 SM면세점도 올해 상반기 각각 영업손실 170억 원을 넘게 본 것으로 추정된다.
지방공항에서 면세점을 운영하는 중소중견면세점들은 이미 경영 한계에 직면했다. 임대료를 내지 못해 퇴출되는 곳도 생기고 있다. 대기업인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마저 임대료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특허권을 자진반납하기로 했다.
현재 인천을 제외한 국내 7개 국제공항에서 면세점을 운영하는 면세점사업자는 김포공항의 롯데면세점과 시티플러스, 김해공항의 롯데면세점과 듀프리, 대구공항의 그랜드관광호텔, 청주공항의 모듈트레이테크널러지와 시티플러스, 무안공항의 국민사업, 제주공항의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등 모두 9곳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모두 10곳이었으나 양양공항의 주신면세점이 적자로 임대료를 내지 못하면서 올해 퇴출당했다. 양양공항은 현재 면세점이 없다.
9월부터는 제주공항에서도 면세점이 사라진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제주공항 면세점을 31일까지만 운영한다. 사드보복으로 제주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월 매출이 한달에 내야하는 임대료 20억 원에도 못 미쳤기 때문이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한시적으로나마 임대료를 낮춰줄 것을 한국공항공사에 요구했지만 국가계약법을 이유로 거부당하자 사업권 반납을 결정했다.
청주공항의 시티플러스도 2월부터 6개월째 임대료를 체납 중이다. 같은 공항의 모듈트레이테크널러지는 임대료가 체납돼 계약해지를 당했지만 영업은 이어가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