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사장의 문자를 둘러싼 파문이 언론적폐 청산의 도화선이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6일 SBS라디오 ‘박진호의 시사전망대’와 인터뷰에서 장충기 문자파문을 두고 “(정경유착이) 재계와 언론의 유착으로 옮겨간 상황”이라며 “금력이 정의를 지배하는 사회, 이것만큼은 고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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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사장. |
주간지 시사인이 공개한 문자 메시지에 따르면 장 전 사장은 언론사 간부들과 인사청탁을 주고받았다.
연합뉴스와 매일경제신문, 문화일보, 기독교방송CBS 등 국내 굵직한 언론사 전·현직 임원들이 장 전 사장에게 인사청탁을 했다. MBC의 경우 장 전 사장 쪽에서 인사청탁을 건넸다.
보도가 나간 뒤 일부 언론사 내부에서 언론적폐를 청산하자는 자정의 움직임이 일기도 했다.
연합뉴스 기자들은 기수별로 뜻을 모아 장 전 사장에게 인사청탁 문자를 보낸 간부들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28·30·33기 기자들은 16일 성명서를 내고 “국민의 혈세를 받으며 누구보다 공정보도에 앞장서야 할 연합뉴스가 (장충기 문자 파문으로)부역 언론으로 지탄받고 있다”며 “경영진은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의 이름을 더럽히지 말고 물러나야한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어느 날 자고 일어났더니 삼성에 사역한 언론사의 기자가 돼 있었다”며 “경영진은 유난히 애국심을 강조했던 지난 정부 시절에는 '애국 코스프레'로 정치권력에 기댔다”고 꼬집었다.
CBS는 ‘장충기 문자’ 보도가 나간뒤 회사차원에서 8일 공식 입장을 발표해 인사청탁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하며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CBS는 "회사는 부정한 이사청탁에 전직 CBS 간부가 연루된 데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향후 이와 유사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며 특히 부정청탁과 금품수수, 성희롱 등 중대한 비위행위는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발표했다.
CBS기자들도 자정노력을 기울이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한국기자협회 CBS지회는 10일 ‘우리부터 통렬히 반성하겠습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퇴직 간부의)인사 청탁 문제로 물의를 일으키고 실망감을 안겨드린 점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 간부가 언론인으로서는 해서 안 될 수치스러운 청탁을 건넬 용기를 가졌던 것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형성된 조직문화와 도덕적 해이의 방증일 것”이라며 “독재정권에 굴하지 않고 자본에 맞서 냉철한 기사로 싸우던 CBS 정신이 훼손된 현실을 똑바로 보고 기자윤리와 기자정신을 되살릴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이번 문자 파문과 관련해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보이는 매체도 있다.
MBC는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장충기 문자 메시지에서 거론된 인사는)청탁과 전혀 무관하고 본사 인사의 적법한 절차를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