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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미 커리어케어 글로벌사업본부장 전무. |
연봉협상 테이블에서 인사담당자들이 가장 불편해하는 후보자는 일명 ‘까다로운 사람’이다. 이것은 헤드헌팅회사에서 일하는 헤드헌터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건건이 딴지를 걸고 말꼬리를 잡고 늘어져 시간을 잡아먹는다. 심한 경우 대화가 순식간에 거친 말다툼으로 번져 제대로 된 얘기도 못하고 협상이 결렬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이런 후보자들과 협상이 결렬되면 인사담당자는 후보자의 인성에 문제가 있어 입사 뒤에도 관리가 어려울 것이라면서 오히려 잘됐다고 스스로를 위로한다.
그럼 후보자들은 무엇 때문에 그렇게 까다롭게 구는 것일까?
아마도 그 이유는 제시된 연봉이 어떻게 책정되었는지, 그 근거는 무엇인지 의문이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인사담당자가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을 잘 해줄 경우 별 문제가 안 된다. 오히려 아무런 질문도 하지 않고 협상 자체를 포기하는 사람이 더 힘들 수 있다.
다시 말해 처음부터 까다로운 질문을 많이 하는 사람일수록 인사담당자로부터 자세한 설명과 합리적인 답변을 들을 가능성이 높아 나중에 협상을 뒤집을 가능성이 낮다. 물론 인사담당자의 말에 수긍하느냐 마느냐는 별개지만 말이다.
그래도 인사담당자가 연봉책정 과정과 검토단계에서 최대한 합리성을 따라 결론을 내렸다고 논리적으로 설명한다면 문제될 게 없다.
합리적인 설명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객관적인 평가와 회사의 기대를 담은 가치적인 평가가 모두 필요하다.
객관적 평가는 책정된 연봉이 임원급 몇 년 차에 해당하는지, 성과에 대한 기대수준, 시장가치, 후보자의 작년 또는 과거 성과평가의 객관적인 수치를 기반으로 한다.
여기에 회사의 기대를 담은 미래지향적 평가를 가미해야 한다.
예를 들면 “회사에서 당신에게 올해 기대하는 성과는 이러하며 당신을 살펴본 결과 올해 목표는 충분히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목표 달성에 부합하는 연봉수준은 얼마인데, 책정된 연봉은 그 목표치를 상회하는 수준이다”라고 회사에서 후보자를 높이 평가하고 있고 거는 기대가 크다는 점을 강조해서 알려줘야 한다.
즉 가치부여를 통해 후보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다. 후보자의 입장에서 인사담당자가 말하는 내용이 타당하고 합리적이라고 생각된다면 협상은 순조롭게 마무리될 수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할 점은 후보자가 합리적이라고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마다 합리성의 판단 기준은 다르다. 그래서 후보자가 생각하는 연봉책정의 기준과 합리적인 수준에 대해 먼저 얘기를 나누는 편이 좋다.
협상에서 이기는 길은 가급적 내 패를 나중에 보여 주는 것이다. 앞선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후보자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공감하며 이해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후보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결론지어 얘기하자면 까다롭게 질문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후보자들은 협상의 의지가 있는 사람들이다. 구체적 언급없이 협상 자체를 포기하는 후보자들과 달리 질문하는 사람들은 아직 협상 테이블을 떠나지 않았다.
이들의 궁금증에 충실히 답하고 합리적으로 설명하는 모습이 뒷받침된다면 나중에 협상 테이블을 뒤집거나 하지 않아 더 수월한, 성공적인 협상에 도달하게 된다. [이영미 커리어케어 글로벌사업본부장 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