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가 미국 테슬라의 공격적인 에너지저장장치사업 확대에 힘입어 중대형배터리 주요 공급업체로 자리잡으며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가 자체 배터리 기술확보와 생산에 모두 차질을 겪고 있는 만큼 향후 전기차배터리까지 삼성SDI가 공급분야를 확대할 가능성이 유력하게 고개를 들고 있다.
|
|
|
▲ 전영현 삼성SDI 사장. |
10일 에너지전문매체 일렉트렉에 따르면 테슬라의 대규모 호주 에너지저장장치 구축사업에 삼성SDI가 배터리 공급업체로 참여한다.
일렉트렉은 “테슬라는 그동안 계속 전략적 협력업체인 일본 파나소닉과 배터리를 공동개발해 탑재해왔다”며 “삼성SDI가 공급사로 진입한 것은 예상 밖의 일”이라고 보도했다.
테슬라는 최근 90:1 이상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호주정부에서 추진하는 에너지저장장치 구축사업을 수주했다. 129MWh(메가와트시)에 이르는 세계 역대 최대규모 프로젝트로 꼽힌다.
일렉트렉에 따르면 엘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100일 안에 에너지저장장치 시스템을 완전히 구축하지 못할 경우 돈을 받지 않겠다”는 공격적인 공약을 앞세웠다.
호주정부는 전력난으로 대규모 정전사태가 이어지는 등 위기가 커지자 다급하게 에너지저장장치 구축에 나섰다. 테슬라가 이번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추가 수주를 이어올 가능성도 충분하다.
하지만 테슬라가 무리한 사업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부정적인 관측도 이어졌다. 단기간에 대규모의 에너지저장장치를 구축하려면 막대한 양의 중대형배터리 수급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최근 전기차 주력상품 ‘모델3’을 출시한 뒤 생산량을 확대하고 있다. 에너지저장장치에도 같은 방식의 배터리가 탑재되는 만큼 물량확보에 큰 차질이 빚어질 공산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SDI가 테슬라에 배터리를 공급하게 되며 구원투수로 떠오른 셈이다.
일렉트렉에 따르면 머스크 CEO는 직접 컨퍼런스콜에서 “모델3 생산의 영향으로 배터리 공급부족이 발생하고 있다”며 “호주의 대규모 프로젝트에는 삼성SDI의 배터리를 적용한다”고 말했다.
일렉트렉은 삼성SDI가 테슬라 사상 가장 큰 프로젝트에 참여한 만큼 의미있는 성과를 얻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삼성SDI의 기술력이 공급결정에 중요한 원인이 됐을 것으로 분석했다.
테슬라와 파나소닉이 공동개발해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에 탑재하는 원통형 배터리에서 삼성SDI가 밀도와 전력효율 등에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머스크 CEO는 이미 지난해부터 삼성SDI의 배터리를 공급받아 시험중이라고 직접 밝힌 적이 있지만 개인 트위터를 통해 전기차 ‘모델3’에는 파나소닉의 배터리만 탑재하겠다고 못을 박았다.
하지만 모델3의 배터리 수급차질로 테슬라가 전기차사업에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삼성SDI의 배터리가 전기차에도 공급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테슬라는 상반기에 전기차배터리 생산량이 목표의 60% 정도에 그치며 고전했다”며 “초반에 충분한 물량확보에 실패할 경우 전기차시장 경쟁에 불리해질 수도 있다”고 파악했다.
|
|
|
▲ 엘론 머스크 테슬라 CEO. |
테슬라가 자체생산하는 전기차배터리의 가격이 다른 배터리 전문업체들과 비교해 높은 것도 약점으로 지적된다. 테슬라가 외부업체 배터리 수급을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이 계속 나오고 있다.
김철중 미래에셋대우증권 연구원은 “테슬라는 최근 자체 배터리공급에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보여 물량 안정화과 단가인하 등을 목적으로 공급선을 다변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SDI가 테슬라의 에너지저장장치 배터리를 수주하며 이런 관측에 더 힘을 실은 셈이다.
삼성SDI는 2분기 실적발표회에서 테슬라에 전기차배터리 공급가능성을 놓고 “전 세계 모든 전기차업체에 협력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삼성SDI는 올해 소형배터리와 전자재료사업의 호조로 3년 만의 흑자전환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대규모 투자가 집중된 전기차배터리와 에너지저장장치 등 중대형배터리에서 성과를 내야 안정적인 성장동력을 마련하고 중국 전기차시장에서 받은 타격도 만회할 수 있다.
‘전기차의 애플’로 꼽히는 테슬라에 삼성SDI가 배터리 공급을 늘리며 기술력을 인정받을 경우 인지도를 높여 글로벌 고객사 확보에 더 유리해지는 효과도 예상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