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롯데가 국내외에서 신규 호텔을 잇달아 여는 등 투자를 크게 늘리고 있다.
그러나 주력사업인 면세사업이 흔들리면서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 데다 해외사업도 아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격적 투자에 나서면서 재무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다.
9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호텔롯데는 올해에만 해외에서 3개의 호텔을 새로 연다.
9월 미얀마 양곤에 5성급 호텔 '롯데호텔양곤'을 열고 같은달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에서도 호텔을 새로 연다.
12월에 일본 니가타현에도 ‘롯데아라이리조트’를 연다. 호텔롯데가 한 해에 해외에서 호텔을 3개 여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국내에서도 7월 강원도 속초에 ‘롯데리조트속초’를 열었다.
호텔롯데는 7월부터 2018년 8월까지 13개월 동안 소공동에 있는 롯데호텔서울 신관의 대대적인 개보수도 진행한다. 11년 만의 변신으로 호텔 고급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현금창출능력을 웃도는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면서 호텔롯데의 재무건전성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호텔롯데의 영업이익은 2015년부터 뒷걸음질하고 있다. 시내면세점과 공항면세점에서 경쟁이 심화되고 임대료 부담이 늘면서 영업비용이 증가한 탓이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48억 원에 그쳐 지난해 1분기 1132억 원에서 크게 줄었다. 영업이익률은 0% 수준이다.
2분기부터 사드보복이 본격화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2분기 영업이익도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추정된다.
호텔롯데의 총차입금은 2013년 1조6439억 원에서 올해 1분기 4조6608억 원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총차입금에서 현금및현금성자산, 장단기금융상품 등 금융자산을 뺀 순차입금은 1조4천억 원에서 3조8천억 원으로 늘었다.
호텔롯데의 이자비용도 2013년 360억 원에서 지난해 972억 원으로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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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용덕 롯데그룹 호텔 및 기타BU장(부회장). |
지난해 기준으로 호텔롯데 전체매출의 84%를 차지했던 면세사업은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앞으로도 경쟁 심화와 정부정책의 변화 등 면세사업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해외 면세사업도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최근 호텔롯데는 첫 해외면세점이었던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공항면세점 재입찰에서 탈락하면서 사업권을 현지기업에 내줬다.
호텔사업 역시 해외에서 손실만 내고 있다.
호텔롯데 종속기업에 포함된 해외 호텔법인 가운데 실적 확인이 가능한 미국 뉴욕과 괌, 베트남 하노이 등 3곳 호텔의 지난해 손실규모는 모두 450억 원에 이른다. 2015년 손실 250억 원보다 200억 원이나 늘었다.
한국신용평가는 6월 호텔롯데의 장기 신용등급 전망을 'AA+, 안정적'에서 'AA+, 부정적'으로 낮추며 “국내외 대규모 투자로 차입부담이 크게 증가한 상황에서 상장 재추진 지연과 현금창출력 약화를 감안하면 중단기적으로 재무구조 개선이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기업공개의 기대감 역시 낮아졌다.
홍석준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상장이 실현되더라도 당초 계획보다 현금유입 규모가 가변적”이라며 “올해 들어서도 초기 투자자금 규모가 크고 투자금 회수에 장기간이 소요되는 호텔사업을 중심으로 국내외에서 자금투입이 지속되고 있어 투자재원을 외부차입으로 조달할 경우 재무안정성이 추가로 저하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