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식 쌍용자동차 사장이 고급세단시장에서 사실상 발을 빼고 있다. 고급세단 체어맨을 살리기보다 SUV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9일 쌍용차에 따르면 체어맨W는 올해 7월까지 국내에서 단 389대가 판매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613대가 팔렸던 데서 판매량이 37%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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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식 쌍용자동차 사장. |
쌍용차는 사실상 체어맨W 수출도 중단한 상태다. 체어맨W 수출량은 2015년 15대, 2016년 12대에 불과했다. 올해 7월까지 해외에서 팔린 체어맨W는 단 1대다.
최종식사장은 지난해 2월 상품성 개선모델인 체어맨W 카이저를 출시해 고급세단시장에서 재기를 노렸다.
그는 같은 해 9월 파리모터쇼에서는 대형SUV 콘셉트카 LIV-2의 양산형 모델에 체어맨 브랜드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LIV-2의 양상형 모델에 렉스턴 브랜드를 적용했고 올해 5월 G4렉스턴을 출시했다.
체어맨W 판매부진이 이어지면서 쌍용차는 체어맨 브랜드의 명맥만 이어가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보인다.
최 사장은 올해 4월 서울모터쇼 기자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국내 고급차시장은 규모가 작은 데다 국산차들에 어려움이 있다”며 “현대차(제네시스 브랜드)도 고전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고급세단 경쟁력 강화에 회의적인 입장을 내비친 것이다.
초대형세단 EQ900와 대형세단 G80을 판매하고 있는 제네시스 브랜드의 올해 상반기 국내판매량은 2만7713대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19.5% 줄었다.
G80 판매량은 2만978대로 21% 늘었지만 EQ900 판매량이 6735대로 61%나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고급차일수록 수입차를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성향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반면 BMW는 상반기 국내에서 5시리즈와 7시리즈를 각각 7354대, 1664대 팔아 지난해 상반기보다 5%, 44%씩 판매가 늘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상반기 국내판매량은 E클래스와 S클래스가 각각 1만8천여대, 2500여대였다. S클래스 판매는 40% 가량 줄었지만 E클래스 판매는 3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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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쌍용자동차 '체어맨W 카이저'. |
쌍용차는 경영정상화 과정에서 주력부문인 SUV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힘을 쓰고 있다. 고급세단 판매를 늘리는 일이 우선순위에서 밀린 것이다.
쌍용차는 티볼리 출시효과로 지난해 9년 만에 흑자를 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또다시 적자를 내면서 흑자경영을 이어가기 힘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쌍용차 관계자는 “체어맨W를 단종할 계획은 없다”면서도 “중장기 계획에 따라 신차를 출시해 흑자경영 기조를 조기에 안착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쌍용차는 2015년 티볼리, 2017년 G4렉스턴을 출시한 데 이어 2019년에 C300(개발명)와 X150(개발명)을 출시하는 계획을 세웠다. C300과 X150은 각각 코란도C와 티볼리 후속모델로 알려졌다.
쌍용차 2020년 이전에 전기차도 선보이기로 했다. 하지만 고급세단 새 모델 출시계획은 아직까지 밝히지 않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