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영화감독이 여배우에게 폭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놓고 여성계와 영화계가 철저한 수사를 요구하고 있다.
김기덕 감독 사건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8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공대위는 여성영화인모임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한국성폭력상담소,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한국독립영화협회 등으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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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의 여배우 폭력 의혹에 여성계 들고 일어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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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8월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변호사회관에서 열린 '김기덕 감독 사건 공동대책위원회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
이명숙 한국여성아동인권센터 대표 겸 변호사는 기자회견에서 “대본에 없는 곤혹스러운 장면을 강요하는 것은 연출이 될 수 없다”며 “사건이 알려지자 김기덕 감독은 여배우 하차를 무단이탈이라 공격하는 등 사과는커녕 피해자를 비난했다”고 비판했다.
안병호 전국영화산업노조 위원장은 “폭행이나 강요가 감독의 연출의도라는 말에 가려지고 있다”며 “검찰의 철저한 수사로 피해자가 다시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노동현장이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여배우 A씨는 2013년 김기덕 감독의 영화 ‘뫼비우스’를 촬영하면서 감정이입을 이유로 김기덕 감독으로부터 뺨을 맞고 시나리오에 없었던 베드신 장면을 강요받은 뒤 두렵고 무서워 출연을 포기했다고 폭로했다.
A씨는 당시 국가인권위원회 등에 진정서를 넣었지만 뚜렷한 답변을 얻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 올해 1월에 전국영화산업노조의 ‘영화인 신문고’ 제도를 통해 다시 문제를 제기했고 7월 김기덕 감독을 폭행과 강요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 사건을 경찰서로 내려보내지 않고 형사6부(부장 배용원)에게 배당해 직접 수사하기로 했다.
김 감독은 3일 이번 사건과 관련해 “심하게 부부싸움을 하는 장면을 촬영할 때 사실성을 높이기 위한 연기지도 과정에서 오해가 생겼다”며 “상처받은 배우에게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 자리에 있었던 스태프가 당시 상황을 정확히 증언한다면 제 잘못에 책임지겠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기존에도 사실성을 높이기 위해 배우에게 위험한 촬영을 요구한 적이 있다. 그는 2012년 TV프로그램 ‘강심장’에 출연해 “영화 ‘비몽’을 촬영할 때 목을 매는 장면을 찍다가 배우 이나영씨가 기절했다”며 “영화가 무엇이기에 이렇게까지 배우를 괴롭혀야 되나 하는 생각에 펑펑 울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국내 최초로 세계3대 영화제인 베를린·베니스·칸 국제영화제에서 모두 수상한 감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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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덕 감독. |
김 감독은 영화 ‘파란대문’ ‘섬’ ‘나쁜남자’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 ‘사마리아’ ‘빈집’ ‘그물’ 등을 내놨고 현재 ‘인간의 시간’을 촬영하고 있다.
김 감독은 평소 스스로를 ‘열등감을 먹고 자란 괴물’이라고 표현한다.
김 감독은 1960년 경상북도 봉화군 춘양면 서벽리에서 태어나 초등학생 때 경기도 고양시로 이사했다. 집안형편이 어려워 초등학교만 졸업한 뒤 공장을 다니다가 20세에 해병대 부사관으로 임관해 5년 동안 복무했다.
제대한 뒤 프랑스로 넘어가 2년 동안 회화를 공부했다. 한국으로 돌아와 우연히 영화진흥공사의 시나리오 공모 광고를 보고 영화계 입문을 꿈꿨다. 총회신학교를 다니면서 남산 장애인 보호시설에서 전도사로 일하기도 했다.
김 감독은 데뷔작 ‘악어’의 시나리오를 사겠다는 영화사에게 “감독으로 써주지 않으면 시나리오를 주지 않겠다”고 해 다른 영화현장을 경험한 적이 없이 감독이 됐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