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가 영국에 원전을 수출하는 무어사이드 프로젝트의 지분인수를 성사해야 할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2분기 좋지 않은 실적을 낸 데 이어 앞으로 국내사업 전망이 그리 밝지 않은 만큼 원전수출사업은 실적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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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환익 한국전력공사 사장. |
류제현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8일 “한국전력은 2분기 시장의 기대치를 밑도는 영업이익을 냈다”며 “하반기도 원료비상승과 원전가동률 부진으로 원가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한국전력은 2분기에 연결기준으로 영업이익 8465억 원을 냈다고 7일 잠정실적을 발표했다. 지난해 2분기보다 69% 줄어든 것으로 시장기대치인 1조1천억 원보다 20% 넘게 낮다.
8일 한국전력의 실적을 분석한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한국전력의 2017년 영업이익 전망치를 낮춰 잡았다. 한화투자증권, 대신증권, 메리츠종금증권 등은 목표주가를 하향했다.
한국전력은 원전과 석탄 등 발전단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기저발전비중이 늘어날수록 수익성 개선효과를 볼 수 있는데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탈석탄정책 탓에 실적 불확실성이 큰 것으로 예상됐다.
류 연구원은 “한국전력은 비용부담이 가중되고 있지만 전기세 인상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전기세 인상요인이 발생하고 있지만 실제 요금인상은 빨라야 내년 2분기 혹은 그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국전력이 정부의 에너지정책에 따라 국내사업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원전수출사업이 실적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원전수출사업은 한국전력의 다른 해외사업보다 규모가 커 성사된다면 실적확대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한국전력은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에 원전수출을 성사한 뒤 여전히 UAE원전사업에서 매년 조 단위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한국전력이 추진하고 있는 영국 무어사이드 프로젝트의 성사 여부가 중요해 보인다.
영국은 무어사이드지역에 원전 3기를 짓는 21조 원규모의 프로젝트의 지분매각을 추진하고 있는데 한국전력은 유력한 인수후보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한국전력은 7일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현재 영국 원전사업 지분인수와 관련해 실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10월 중 결과보고서가 나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동진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전력이 애초 연말 또는 2018년 초 정도에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던 영국 원전 프로젝트 관련 실사결과를 10월 발표할 것으로 밝힌 만큼 해외사업 기대감이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탈원전정책에도 원전수출정책은 그대로 유지된다”며 “국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수익성과 위험성을 엄격히 따져 원전수출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 역시 탈원전 정책에 따라 원전수출사업이 위축될 가능성을 일축하며 한국전력의 영국 원전수출을 돕는 셈이다.
한국전력은 무어사이드 프로젝트 인수전에서 중국의 국가핵전기술공사(SNPTC) 등과 경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원전수출사업에서 중국보다 가격경쟁력은 뒤처지지만 안전성 등 기술적인 측면에서 앞서있다는 평가를 받는데 최근 한국의 기술력은 더욱 부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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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형 원자로 APR1400을 사용한 아랍에미리트(UAE)원전 건설현장. |
한국전력은 한국형 원자로인 APR1400를 앞세워 영국진출을 추진하고 있는데 APR1400은 최근 설계인증과 관련해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1차 안전성평가를 통과했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의 설계인증심사는 전 세계에서 가장 까다롭다고 평가받는데 업계는 APR1400이 내년 설계인증심사를 최종적으로 통과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APR1400은 경제성과 안전성을 두루 갖춘 3세대 원전으로 분류되는데 3세대 원전 가운데 상업운전을 하는 것은 APR1400이 전 세계에서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어사이드 프로젝트는 애초 일본의 도시바와 프랑스 에너지업체인 엔지가 지분을 각각 60%와 40%씩 들고 있었는데 도시바가 최근 엔지의 지분을 인수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조환익 한국전력 사장은 올 초 무어사이드 프로젝트의 매각조건이 확정될 경우 가장 먼저 인수전에 뛰어들겠다고 선언한 뒤 6월 일본에서 사토시 쓰나카와 도시바 사장을 만나 지분인수를 논의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