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택 두산중공업 부회장은 올해를 중공업부문 실적반등의 원년으로 삼는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탈석탄정책에 강력한 의지를 보이면서 두산중공업이 이른 시일 안에 실적을 끌어올리기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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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지택 두산중공업 부회장. |
이지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3일 “두산중공업이 해외사업에서 거두는 매출이 늘더라도 신고리원자력발전소5·6호기의 공사 일시중단에 따른 타격을 받아 하반기 실적개선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앞서 수주해뒀던 공사의 매출인식이 미뤄지면서 두산중공업의 중공업부문 실적이 부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신증권은 두산중공업이 올해 중공업부문에서 매출 6조1740억 원, 영업이익 2680억 원을 낼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해와 비교해 매출은 0.4%, 영업이익은 6.9% 줄어드는 것이다.
이런 실적전망이 현실화할 경우 두산중공업의 중공업부문 매출은 5년째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
정 부회장은 올해 초 한국기계산업진흥회에서 “지난해가 마지막 고비였고 올해부터 매출과 영업이익이 성장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확신했다. 두산중공업이 3년 연속 수주잔고를 늘린 데 자신감을 보인 것인데 현재로서 앞길이 순탄치 않아 보인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두산중공업은 신고리원전5·6호기에 들어갈 원자로설비와 터빈발전기 등을 공사하면서 2분기부터 분기마다 700~900억 원에 이르는 매출을 낼 수 있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을 일시적으로 중단하면서 더 이상 매출을 거둘 수 없게 됐다.
두산중공업은 5월 말 기준으로 신고리원전 5·6호기 도급잔액이 1조1300억 원 남아 있었는데 1조 원이 넘는 수주잔고를 날릴 위기에 몰리게 된 것이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두산중공업 사업 가운데 원전사업 수익성이 가장 좋다”며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탈석탄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면서 두산중공업이 올해는 물론 2018년 실적까지 타격을 받게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두산중공업이 신재생에너지발전사업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당장 실적개선에 보탬이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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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현장. <뉴시스> |
이지윤 연구원은 “두산중공업이 풍력터빈과 가스터빈, 원전해체 등 다양한 신규사업에 투자를 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하지만 신재생에너지발전 등 신규사업에서 실제 수익을 내기까지 오래 걸리는 데다 오히려 신사업을 위해 연구개발 투자를 늘리면서 현금흐름에 부담을 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두산중공업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풍력발전터빈을 공급할 수 있는 기술을 갖추고 있고 지난해 두산그리텍을 인수하면서 에너지저장장치산업에도 뛰어들었다. 두산중공업은 2019년에 상용화하겠다는 목표 아래 가스터빈을 개발하고 있을 뿐 아니라 2022년부터는 고리원전1호기의 해체작업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국내 풍력발전과 에너지저장장치시장은 아직 초기단계라서 시장규모가 크지 않다. 가스터빈과 원전해체시장도 지금부터 몇 년 지난 뒤에 개화되는 데다 투자개발비용을 지속적으로 들여야 하는 만큼 단기적인 실적전망을 밝히기는 역부족일 수 있다.
두산중공업은 2분기 중공업부문에서 매출 1조4473억 원, 영업이익 626억 원을 거뒀다.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2.7%, 영업이익은 13.7% 줄어들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