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독대 당시 정유라씨 승마지원이나 삼성물산 합병 같은 그룹 현안과 관련한 이야기는 나누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 등 5명의 공판 피고인신문에서 박영수 특별검사가 “박 전 대통령이 (2015년 7월)독대 자리에서 대한승마협회를 제대로 지원하지 않는다고 질책한 것은 사실상 정씨를 지원하라는 지시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자 이 부회장은 “독대 때 그런(정씨를 지원하라는) 얘기는 없었다”고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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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자신의 50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특검은 “독대 직후 이 부회장이 그룹 핵심임원들과 회의를 열었고 다음 날 승마협회장이던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이 정씨가 머물던 독일 출국 준비를 했다”며 “정씨를 지원하기 위한 것 아니었나”라고 물었다.
이 부회장은 “그때는 정유라가 누군지도 몰랐다”고 답변했다.
특검이 “2015년 7월 25일 2차 독대 때 박 전 대통령과 삼성그룹 현안에 관해 이야기 나눴나”라고 묻자 이 부회장은 “제가 박 전 대통령에게 말씀 드린 것은 없는 것으로 기억한다”고 대답했다.
이 부회장은 독대 뒤 직접 승마지원을 챙기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 부회장이 챙기겠다고 해서 제가 할 일은 다 끝났다고 생각했다”며 “그 뒤로 팔로업(후속조치)을 안 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2016년 2월 3차 독대 때 박 전 대통령이 JTBC와 관련한 불만을 강하게 표출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이 제게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이 외삼촌이지 않냐. 자회사인 JTBC 뉴스 프로그램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라고 말했던 것 같다”며 “‘나라를 생각하면 그렇게 할 수 있겠느냐’라며 ‘이적단체’라는 말까지 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계열이 분리된 지 오래됐고 독립된 언론사다. 제게 손윗분이어서 말씀드리기 힘들다’라고 좀 도망가는 투로 말씀드렸더니 박 전 대통령이 굉장히 흥분하셨다”며 “박 전 대통령이 ‘(홍 전 회장이) 정치에 야망이 있는 것 같은데 삼성이 줄을 대는 거냐’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