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제과와 오리온이 상반기에 해외시장에서 전혀 다른 실적을 내놓았다.
오리온은 일찌감치 중국시장에 진출해 성과를 냈는데 사드보복으로 상반기에는 실적악화를 피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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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수 롯데제과 대표. |
롯데제과는 중국에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뒤늦게 카자흐스탄과 파키스탄 등에 진출했는데 해외실적 덕분에 전체실적을 방어했다.
롯데제과와 오리온의 실적은 앞으로도 해외시장에서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 제과시장은 저출산 고령화 등 인구구조의 변화로 높은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제과가 상반기에 해외사업에서 두루 성과를 내며 국내사업 부진을 만회했다.
롯데제과는 상반기에 매출 1조1059억 원, 영업이익 570억 원을 거뒀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매출은 2.3%, 영업이익은 0.1%가량 늘며 제자리걸음했다.
그러나 해외사업 성적표만 놓고 보면 실적 증가세가 뚜렷하다.
롯데제과는 현재 중국, 인도, 러시아, 베트남, 카자흐스탄, 파키스탄, 벨기에, 싱가포르 등 8개국에 해외법인을 두고 있다. 이 국가에서 상반기에 거둔 매출은 모두 2841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5.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60억 원으로 38.9% 증가했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중국시장에서 사드보복의 영향으로 매출이 다소 줄었지만 중국을 제외한 신규시장에서 매출이 호조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반면 오리온은 중국시장 의존도가 높아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사드보복에 따른 타격을 피하지 못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1분기 오리온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보다 70% 가까이 줄었다. 2분기에도 사드보복이 지속되면서 실적이 크게 뒷걸음질했을 것으로 보인다.
박애란 KB증권 연구원은 2분기 오리온의 영업이익이 지난해 2분기보다 60%가량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중국법인의 경우 영업손실 125억 원을 봐 1분기보다 적자가 확대됐을 것으로 보인다.
박 연구원은 “오리온은 신제품 판매호조에 따른 국내법인 실적 개선, 베트남법인 고성장 등 긍정적 요인에도 불구하고 중국법인 실적악화 영향이 크다”고 파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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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 |
송치호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법인에서 200억 원 전후의 영업적자가 났을 것으로 추정했다.
오리온은 1993년 중국에 북경사무소 개설을 시작으로 철저한 시장분석과 현지화 전략을 앞세워 현지 2위의 제과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동안 중국시장을 발판 삼아 2015년까지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왔다.
그러나 지나치게 높은 중국 의존도가 오히려 독이 됐다. 지난해 기준으로 오리온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중국법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56.4%, 60.9%에 이른다.
반면 롯데제과는 중국시장의 비중이 낮다. 지난해 롯데제과 전체 매출에서 중국에서 발생하는 매출비중은 1.9%에 그친다.
롯데제과는 오리온보다 1년 늦은 1994년 중국에 진출했으나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롯제제과의 주력제품인 껌과 초콜릿 등은 이미 글로벌기업이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롯데제과는 2000년대 들어 해외에 진출하며 단기성과를 거두기 쉬운 현지기업 인수합병 전략을 선택했다. 2011년 파키스탄에서 ‘콜손(Kolson)’을 인수했고 2013년 카자흐스탄에서 ‘라하트(Rakhat)’를 인수했다.
카자흐스탄은 롯데제과에서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상반기 매출이 지난해 상반기보다 30% 넘게 증가했다.
파키스탄에서도 상반기에 543억 원의 매출을 거둬 지난해 상반기보다 10% 증가했다.
파키스탄시장은 특히 성장가능성 면에서 높게 평가받는다. 인구가 1억9천만 명인데 이 가운데 14세 미만의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30%다. 반면 과자시장은 한국의 3분의 1 수준에 그친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