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전기차와 함께 수소전기차 개발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전기차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승우 이재일 곽진희 등 유진투자증권 연구원 8명은 2일 낸 ‘전기차 대해부’라는 보고서에서 “현대차그룹은 수소전기차 투자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으며 중장기적으로 수소전기차가 전기차를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차로 판단하고 있다”며 “수소전기차분야에서 선도적인 입지를 유지하면서 전기차 투자를 동시에 시도하고 있기 때문에 역량 분산이 우려된다”고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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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
현대차와 기아차는 연비개선을 개선을 목표로 2020년까지 하이브리드차 12종,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6종, 전기차 2종, 수소전기차 2종 등 모두 22종의 친환경차를 선보인다는 계획을 2015년 내놓았다.
하지만 각국 정부가 연비와 배출가스 등 관련 규제를 강화하면서 현대차와 기아차는 이에 발맞춰 친환경차 출시계획을 수정했다.
2020년까지 출시할 하이브리드차를 10종을 줄였고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를 각각 8종으로 늘렸다. 수소전기차는 이전과 동일하게 2종으로 유지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내년 코나와 스토닉 전기차 모델을 출시하며 2021년까지 전기차 전용차대를 개발해 전기차 제품군을 대폭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판매 중인 전기차는 대부분 내연기관용 차대를 개조한 것인데 전기차 전용차대를 도입하면 전기차 성능과 제조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중국, 미국, 유럽 완성차회사들이 친환경차 가운데 전기차를 개발하는 데 집중하는 것과 달리 현대차는 토요타와 수소전기차시장에서 선두경쟁을 펼치고 있어 전기차 못지 않게 수소전기차를 개발하는 데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차는 2013년 세계 최초의 양산형 수소전기차인 투싼ix를 선보인 데 이어 내년에 수소전기 SUV와 수소전기버스를 출시한다. 내년에 출시될 수소전기 SUV는 수소전기차 전용차대가 적용된다.
토요타가 2014년에 수소전기차 전용차대를 적용한 미라이를 출시하면서 현대차는 수소전기차시장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절치부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최대 완성차회사인 현대차가 수소전기차에 방점을 찍으면서 정부도 친환경차정책에서 수소전기차를 빠뜨리지 않았다.
2016년 7월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수소전기차의 정부지원을 확대하라고 강조했으며 정부 부처, 지자체, 관련 회사들은 그해 8월에 수소전기차 개발과 인프라 확대를 추진하는 수소융합얼라이언스를 발족했다.
이 연구원 등은 “한국은 최근까지 수소전기차 연구개발에 집중해왔으며 상대적으로 전기차를 개발하는 데 소홀했다”며 “이 때문에 안방시장인 한국에서 전기차 판매량과 인프라 투자는 미미했으며 전기차시장이 확장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은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시장상황을 감안해 친환경차정책을 펼칠 수도 있다. 국내 완성회사 가운데 수소전기차를 생산하는 곳이 현대차뿐이었던 탓에 수소전기차정책이 나올 때 마다 현대차만 수혜를 보는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7월19일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했는데 2022년까지 전기차 35만 대, 수소전기차 1만5천 대를 보급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전 정부가 2020년까지 전기차 25만 대, 수소전기차 1만 대를 보급한다는 목표를 세운 데서 기간과 보급대수 모두 늘어났다.
문 대통령은 7월27일 열린 주요 기업인들과 간담회에서 구본준 LG 부회장과 권오준 포스코 회장의 배터리 관련 사업의 고충을 듣고 “그동안 차세대 자동차를 하면서 수소차 쪽에 비중을 뒀다”며 “전기차 육성에 집중하면서 배터리 기술도 금방 따라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