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이 정부의 선박펀드(신조지원프로그램) 조성 지연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신조발주 계획 자체가 무산되거나 계획을 재검토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1일 현대상선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초대형유조선 10척 신조발주 본계약 체결을 8월로 미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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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 |
현대상선과 대우조선해양은 애초 7월 안에 본계약을 체결한 뒤 이른 시일 안에 선박 건조에 들어간다는 계획을 세웠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애초 선박펀드가 가동된다는 점을 감안해 신조발주에 나선 것”이라며 “선박펀드 조성이 늦어지면서 본계약 체결도 미뤄졌다”고 설명했다.
선박펀드는 정부가 2016년 10월 내놓은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에 포함된 해운업지원 방안 가운데 하나인데 일반금융기관이 무역보험공사 보증 아래 신조자금을 대출한 뒤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공공금융기관이 부족한 신조자금을 투자하는 방식으로 해운사를 지원한다.
정부는 무역보험공사의 보증범위를 놓고 무역보험공사와 의견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한국선박해양이 보증 일부를 맡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부가 선박펀드 가동을 조만간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아직 실현되지 않고 있다.
현대상선은 선박펀드 조성 지연으로 신조발주 계획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있는 만큼 노심초사하고 있다. 현대상선에서 4월 대우조선해양과 맺은 건조의향서 효력이 7월31일자로 사라졌기 때문이다.
현대상선은 정부의 선박펀드 조성이 늦어질 경우 선박인수의 시점이 늦춰지는 만큼 초대형유조선 신조발주를 재검토할 가능성도 있다. 현대상선은 선박의 건조시간을 감안해 1~2년 뒤에 선박을 운용하기 위해 신조발주에 나섰다.
선박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현대상선의 신조발주 재검토 가능성에 힘을 보탠다.
현대상선은 유조선 건조가격이 올해 최저점을 찍은 만큼 올해가 유조선 발주에 나설 최적기인 것으로 판단했다.
최윤성 현대상선 재경본부장 상무는 7월3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해양수산 국정과제 이행전략 세미나에서 “해양진흥공사를 세우는 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아무리 빠르게 진행되더라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해운업계는 공사 설립 전까지 신조지원프로그램, 글로벌 해양펀드, 한국선박해양 등 이미 발표된 지원방안들이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실행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상선은 세계 대형해운사들이 인수합병으로 몸집을 불리고 있는 만큼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 지원이 시급하다.
현대상선은 화주확보와 비용절감 등 내실경영에 주력해 물동량이 급증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지만 몸집을 불려 규모를 갖추지 못할 경우 앞으로 고전할 수도 있다.
현대상선은 정부의 선박펀드 조성이 늦어지자 조직개편 등 내실을 다지는 데 더욱 주력하고 있다.
현대상선은 최근 재무와 구매, 인사 조직을 관리총괄조직으로 통합했다. 인사지원총괄은 관리총괄 아래 인사지원본부로 내려갔다. [비즈니스포스트 박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