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는 언제쯤 재가동될 수 있을까?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군산조선소를 2019년경에 재가동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는 뜻을 보였지만 조선업황의 회복세를 놓고 볼 때 이를 지키기 만만치 않아 보인다.
◆ 조선업, 호황기 수준의 업황회복 기대하기 힘들어
3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 조선업황이 내년부터 회복될 가능성이 높지만 과거 호황기 수준의 발주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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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 |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은 1분기에 ‘신조선 시장의 장기수요 전망’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2018년에 전 세계에서 모두 1065척, 2560만CGT(가치환산톤수)의 선박이 발주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선박발주 추정치인 834척(2140만CGT)와 비교해 척수 기준으로 발주량이 27.7% 늘어나는 것이다. 2019년에는 1465척(3170만CGT)이 발주되고 이후로도 발주량이 연평균 3.3%씩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선박발주가 늘어나면 지난해 유례없는 수주가뭄에 시달렸던 국내 대형조선사들이 일감을 확보하는데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
하지만 조선업황이 회복되더라도 낙관적으로만 보기 힘들다고 조선업계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1996년~2015년까지 20년 동안 전 세계에서 발주된 선박 수는 연평균 2220척이다. 클락슨 전망대로라면 내년과 2019년의 선박발주 추정치는 과거와 비교해 각각 48%, 66% 수준에 불과하다.
가삼현 현대중공업 그룹선박해양영업본부 대표도 6월에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현재 가장 보수적인 경영을 하는 해운사까지 발주에 나서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예전과 같은 조선업 호황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군산조선소, 재가동 가능성 얼마나 되나
현대중공업은 조선업황 회복속도를 예의주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길선 회장은 28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새 정부가 관심을 기울여온 군산조선소 문제와 관련해 “내년까지는 조선업황이 어려울 것 같고 2019년이 되면 조금 올라갈 것 같다”며 “군산조선소도 어려움을 좀 참고 견디다가 2019년부터 재가동할 수 있도록 모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이 비록 구두로나마 ‘2년 내 군산조선소 재가동’을 문 대통령 앞에서 약속한 만큼 이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조선업황의 빠른 회복을 학수고대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조선업황이 클락슨의 전망과 비슷한 회복속도를 보일 경우 군산조선소 재가동 시기를 기약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3년 동안 연평균 100척가량의 선박을 건조해 발주처에 인도했다. 현대중공업이 울산조선소와 군산조선소를 통틀어 일반상선을 건조하는 도크(선박건조대)를 모두 9개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통상적으로 1개 도크에서 연평균 10척 안팎의 선박을 건조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조선사들은 발주처로부터 선박을 수주해 설계를 하고 자재를 조달하는 데 보통 반 년의 시간을 보낸다. 이를 감안해 조선사들은 통상적으로 1년 반~2년치 일감을 쌓아놓고 배를 만든다.
군산조선소를 재가동하려면 최소 15척의 일감이 확보돼야 하는데 클락슨의 전망대로라면 현대중공업이 울산조선소 도크를 원활하게 가동하는 데 필요한 물량확보조차 고전할 가능성이 크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이 울산조선소 물량 일부를 군산조선소에 배정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울산조선소 상황도 심각하다는 점이 문제”라며 “조선업황의 회복과 더불어 현대중공업의 수주회복이라는 두 가지 상황이 모두 충족돼야 군산조선소 재가동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중공업은 울산조선소에 10개, 군산조선소에 1개 등 모두 11개의 도크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1년 동안 군산조선소를 포함해 모두 4개의 도크 가동을 중단하며 생산능력 감축에 사활을 걸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