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폴레옹을 추앙한 김홍국, 하림에게 기회는 아직 있다]() |
|
▲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나폴레옹을 닮고 싶어 했다.
'불가능은 없다'는 나폴레옹의 도전정신을 앞세워 하림그룹을 재계 30위로 올려놓았다. 하지만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하는 데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점을 이제 살펴야 할 때다.
28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하림그룹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는데 편법승계나 위법적인 일감몰아주기 행위가 확인될 경우 시정조치나 과징금은 물론 자칫 검찰에 고발될 수 있는 상황에 몰렸다.
김 회장은 아들 김준영씨에게 계열사 올품의 주식 100%를 증여한 뒤 지배구조를 ‘올품-한국썸?-제일홀딩스-하림’으로 재편하는 방식으로 김씨를 그룹 지주회사인 제일홀딩스의 실질적인 최대주주(44.6%)로 만들었다.
김준영씨는 26세에 하림그룹 지배권을 사실상 확보했지만 그동안 낸 세금은 증여세 100억 원에 불과하다. 다른 계열사들이 올품에 일감을 몰아준 정황도 포착됐다.
김 회장은 ‘나폴레옹 추앙자’로 유명하다. 2014년 11월 나폴레옹의 이각모자를 26억 원에 사들였고 3월에는 나폴레옹갤러리를 열어 보유한 나폴레옹의 개인물품을 공개했다.
김 회장은 3월 ‘나폴레옹 갤러리’ 개관식에서 “요즘 ‘흙수저’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살아보니 흙수저는 없었다”며 “나폴레옹이 ‘금수저’로 태어났다면 프랑스 혁명은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나는 농업고등학교 출신으로 병아리를 키우는 재미에 빠졌다가 사업가의 길을 걷게 됐다”며 “나폴레옹도 프랑스 식민지 섬에서 태어나 황제까지 오르면서 꿈을 이뤘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회장은 나폴레옹의 승승장구만 봤을 뿐 그의 몰락은 마음에 새기지 않은 것 같다.
나폴레옹은 막상 황제에 오른 뒤 가문과 후계자에 집착하고 독단적인 결정을 일삼았다. 러시아 원정에 무모하게 나섰다가 실패해 모든 영광을 뒤로 쓸쓸한 종말을 맞이해야 했다.
김 회장에게는 여전히 시간이 남아 있다.
지금이라도 편법승계를 바로잡아 지배구조를 개편하고 일감몰아주기에서 벗어난다면 나폴레옹의 도전정신을 발판삼아 하림그룹을 다시 도약대에 세울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수성가형 경영인들은 도전정신이 자기확신으로 변질돼 편법에 무감각해지기 쉽고 성공결과를 자식에게 온전히 물려주기 위해 무모한 시도를 하는 일도 잦다”며 “김 회장이 같은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대기업의 위상에 걸맞은 지배구조와 경영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