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현대중공업그룹 대주주의 장남 정기선(32) 현대중공업 경영기획팀 부장이 상무로 승진했다.
정 신임 상무는 상무보를 거치고 않고 곧바로 상무로 뛰어 올랐다. 현대중공업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임원 81명 물러나
현대중공업그룹은 16일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 조선 3사의 임원 262명 가운데 31%인 81명을 경질하는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는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이 전체 임원에게 사표를 받은 데 이은 후속조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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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 |
이번 임원인사에서 권 사장의 예고대로 대대적인 감원인사와 발탁인사가 이뤄졌다. 이날 인사에서 31명의 임원이 승진하고 28명이 상무보로 새로 임원에 선임됐다.
이로써 실질적으로 임원 262명 가운데 53명이 줄었다. 현대중공업그룹 임원은 과거에 비해 20% 정도 감축됐다.
이날 인사에서 이미 예고된 현대삼호중공업 하경진 대표이사 부사장이 대표이사 사장으로, 현대오일뱅크 문종박 대표이사 부사장이 대표이사 사장으로 각각 승진 발령됐다. 또 이성조 현대중공업 상무가 전무로 승진하는 등 31명이 승진했다. 박희규 부장 등 28명이 상무보로 새로 선임됐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조직을 슬림화해 신속한 의사결정이 이뤄지도록 하고 여기에 맞는 인사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한 것이 이번 인사의 핵심”이라며 “어려움에 처해있는 회사에 변화를 주고 체질개선을 통해 경쟁력을 회복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판단했다”라고 밝혔다.
가장 주목된 인사는 정기선 경영기획팀 수석부장이 상무로 승진한 점이다. 정 신임 상무의 보직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정 상무는 부장에서 상무보를 거치지 않고 바로 상무로 승진하며 경영일선에 나서게 됐다. 이로써 현대중공업에서 경영권 승계작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정 상무는 현대중공업 입사 후 5년 만에 임원으로 승진했다. 근속연수로 4년이다.
이번 인사에서 생산직 출신의 임원이 탄생했다.
노동열 기정이 상무보로 승진했다. 그는 현대중공업 조선사업본부 생산현장에서 드릴십(원유시추선) 품질검사를 담당하고 있다. 그는 1974년 7급기사로 입사해 조선소 현장에서 40년을 근무한 전문가다.
권 사장은 생산직 출신의 임원 승진을 통해 생산현장의 불만을 누그러뜨리고 노조와 신뢰관계를 구축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 정기선 경영승계의 발판 마련
정기선 신임 상무는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2009년 현대중공업 재무팀 대리로 입사했다.
그는 2009년 8월 미국 유학을 떠나 스탠포드대학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수료했다. 2년 뒤 한국으로 돌아와 보스턴컨설팅그룹 한국지사에서 컨설턴트로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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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기선 현대중공업 신임 상무 |
정 상무는 지난해 6월 현대중공업에 복귀하면서 경영기획팀 수석부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선박영업부 부장도 겸했다.
정 상무가 현대중공업에 복귀할 당시부터 현대중공업그룹이 3세 경영체제를 준비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정몽준 대주주가 정계에 입문한 뒤 전문경영인체제가 구축됐다. 그러나 일각에서 전문경영인체제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위기에 처했을 때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따라 정기선 상무가 언제 임원에 승진해 경영일선에 나설지 회사 안팎의 관심이 쏠렸다.
이번에 정 상무가 상무보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상무로 승진한 것은 현대중공업그룹이 처한 위기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현대중공업이 최대 위기를 맞으면서 오너경영체제로 변화를 재촉했다는 것이다.
이번 인사로 정 상무는 경영에 깊숙이 개입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정몽준 현대중공업그룹 대주주는 권오갑 사장 체제를 구축하면서 현대중공업의 경영정상화와 함께 정 상무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경영수업과 체제정비라는 과제도 동시에 맡겼다는 관측이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