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뱅크가 최순실 게이트 연루 의혹과 자본확충에 발목이 잡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카카오뱅크가 출범을 재촉하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K뱅크가 은행업 인가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논란에 다시 휩싸이면서 추가 자본확충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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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이용우 카카오뱅크 공동대표와 윤호영 카카오뱅크 공동대표. |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참여연대 등은 금융위원회가 K뱅크에게 은행업 인가를 내주는 과정에서 일부 은행법 시행령의 요건을 변경하거나 삭제해 적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K뱅크는 인가 당시부터 컨소시엄을 가장 늦게 구성하고도 예비인가를 획득하면서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특혜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며 “최순실 게이트에 적극 협조한 KT를 위해 K뱅크 은행업 인가 과정에 박근혜 정부가 법령을 바꾸면서까지 특혜를 부여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 수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와 K뱅크는 각각 특혜를 주거나 받은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은산분리 완화가 대기업에게 주는 특혜가 될 수 있다는 시각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최종구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1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금융위원회가 의도를 지니거나 결론을 내놓고 특혜를 주려고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러나 금융위원장을 하게 되면 이 부분을 다시 들여다보고 잘못된 점이 있다면 조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K뱅크가 출범 과정에서 최순실 게이트와 연루됐다는 의혹이 거듭 불거지면서 K뱅크의 기존 주주사들이 추가 출자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는 말도 나온다.
K뱅크는 은산분리 원칙이 완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본확충 필요성이 높아지자 기존 주주들의 출자비율대로 추가 자본확충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었다.
반면 카카오뱅크는 27일 영업개시를 목표로 순항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영업 시작 전부터 체크카드 실물을 공개하고 카카오뱅크 설립을 주도한 카카오는 카카오톡의 금융서비스 TV광고를 내보내는 등 마케팅을 시작하며 출범준비를 모두 마쳤다.
K뱅크가 카카오뱅크보다 3~4개월가량 일찍 영업을 시작하면서 시장을 선점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오히려 전열을 잘 정비해온 카카오뱅크의 파급력이 더욱 클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카카오뱅크가 이용자 수 4200만 명을 웃도는 국내 최대 메신저플랫폼인 '카카오톡'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 뿐 아니라 한국금융지주가 지분 58%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만큼 은산분리 원칙이 완화되지 않더라도 추가 증자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공동대표도 은행업 본인가를 받은 뒤 “한국금융지주가 최대주주라 은행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더라도 증자가 가능한 지배구조”라며 “은행법 통과가 조금 지연되더라도 사업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자신했다.
카카오뱅크의 다른 주주사인 카카오(10%)와 KB국민은행(10%), 넷마블(4%), SGI서울보증보험(4%), 우정사업본부(4%), 이베이(4%), 텐센트(4%), YES24(2%) 등도 유상증자에 참여할 여력이 충분한 것으로 평가된다.
K뱅크 주주사가 우리은행과 GS리테일, NH투자증권, 다날, KT 등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업체들도 포함된 21곳인 것과 비교된다.
K뱅크가 3개월여 만에 예상보다 빠른 성장세에 일부 신용대출 상품 판매를 중단하며 속도조절에 나선 것과 달리 카카오뱅크는 중장기 계획에 차질이 생길 우려가 낮은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카카오뱅크 최대주주인 한국금융지주는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을 고문으로 영입해 은행업 노하우 전수 받는 등 카카오뱅크와의 시너지를 낼 채비도 갖추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K뱅크가 은산분리 원칙과 연이은 정치권 논란에 발목 잡힌 사이 카카오뱅크가 빠르게 시장에 안착할 가능성이 높다”며 “K뱅크 입장에서는 시장 선점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한 채 경쟁자를 맞이하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