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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국 우오현, 하림과 SM의 너무나 다른 인수합병 원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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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왼쪽)과 우오현 살라마이더스그룹 회장. |
하림그룹과 삼라마이다스(SM)그룹이 단기간에 몸집을 급격하게 불리며 주목받고 있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과 우오현 SM그룹 회장은 공통점이 많다. 두 사람 다 맨 주먹으로 출발해 자수성가했고 인수합병으로 그룹을 일궈냈다. 두 사람은 1970년대 함께 양계사업을 했던 동업자 사이이기도 하다.
그러나 두 회장의 인수합병 원칙에 큰 차이가 있다.
우오현 회장은 인수합병에서 업종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이 때문에 SM그룹은 주력계열사가 딱히 없고 사업분야도 건설, 해운, 화학, 금속 등 다양하다.
반면 김홍국 회장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만 인수한다는 원칙을 세워두고 농축산업과 관련된 기업들만 사들인다.
◆ 우오현 “한 우물만 깊이 파다 빠져나오지 못한 기업 많다”
2일 업계에 따르면 SM그룹이 중견 건설사 경남기업의 새 주인이 된다. SM그룹은 이번 인수를 통해 종합건설사로 발돋움하게 됐다. 7월 본계약을 맺으면 경남기업은 SM그룹이 인수한 20번째 기업이 된다.
SM그룹은 2004년 진덕산업(우방산업) 인수를 시작으로 1년에 1개 이상의 기업을 인수하며 자산총액 5조 원, 재계서열 40위권의 중견그룹으로 진입한다.
삼라마이다스그룹에서 삼라는 우주 속에 존재하는 온갖 사물과 현상을 가리키는 불교 경전 법구경의 삼라만상에서 딴 것이다. 회사 이름에서부터 우오현 회장의 철학을 엿볼 수 있다.
우 회장은 항상 “기업은 하나의 우주 삼라만상과 같다”며 “그만큼 사업분야가 넓어야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기업 경영이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우 회장은 업황이 좋은 사업 한두 개에 집중하는 것을 경계한다.
우 회장은 “한 우물만 파다 깊이 들어가 빠져나오지 못한 기업이 많다”고도 말한다. 지금 잘 된다고 10년 뒤에도 잘 된다는 보장은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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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국 우오현, 하림과 SM의 너무나 다른 인수합병 원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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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오현 삼라마이다스(SM)그룹 회장. |
우 회장의 철학대로 SM그룹은 그룹의 실적을 이끈다고 할 만한 주력사업이나 주력계열사가 딱히 없다. 한 곳이 쓰러진다고 해도 다른 계열사에 딱히 부담이 가지않는 구조다.
지배구조 역시 어느 한 곳에 집중되지 않아 위험이 분산된다.
우오현 회장은 빈손으로 시작해 4조 원대 중견그룹을 일궜다.
우 회장은 전남 고흥 출신으로 평범한 농촌 가정의 8남매 중 일곱째로 태어났다. 광주상업고등학교를 나와 전남대에 합격했으나 등록금이 없어 대학진학을 포기했다.
우 회장은 학비를 벌기 위해 고등학교 3학년 때인 1971년 양계사업을 시작해 6년 만에 닭 2만 마리 규모의 양계공장을 운영하게 됐다.
그러나 그는 1978년 양계장을 정리하고 건설사업에 뛰어들어 1988년 자본금 1억 원으로 SM그룹의 모체가 된 삼라건설을 세운다.
삼라건설은 1990년대 아파트 건설 호황기를 맞아 급성장했다.
우 회장은 광주에서 전라도로 사업을 확대했지만 다른 건설사처럼 빚을 내 택지를 사서 사업을 벌이지는 않았다. 아파트를 지을 때도 자사보유분을 일정부분 유지하면서 위기에 대비했다.
1990년 말 IMF 외환위기는 삼라건설에게 기회였다. 유동성 위기를 맞은 건설사들은 보유하고 있던 수도권의 알짜 택지를 헐값에 풀었다. 삼라건설은 이 택지를 하나둘씩 인수해 인천, 용인, 구리 등 수도권으로 진출했다.
우 회장은 2000년대 들어 인수합병에 나섰다. 과거 주식투자로 큰 손해를 봐 회사 문을 닫을 위기까지 빠졌는데 이 경험이 오히려 인수합병에 눈을 뜨게 했다. 주식이 아니라 회사를 직접 사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김홍국 “시너지 낼 수 있는 곳 인수한다”
김홍국 회장은 건설로 전업한 우오현 회장과 달리 축산업에 집중했다.
그는 널리 알려진 대로 초등학교 4학년 때 외할머니가 준 병아리 10마리로 처음 사업 감각을 익혔다. 당시 병아리를 건강한 닭으로 키워 팔았고 그 돈으로 다시 병아리 100마리를 사들였다.
김 회장은 하림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만 인수한다는 원칙을 세워두고 있다.
하림그룹은 2001년과 2008년에 사료 생산회사인 천하제일사료와 팜스코를 인수했다. 2011년에는 당시 세계 19위의 미국 닭고기업체 앨런패밀리푸드를 인수해 업계 최초로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
가장 큰 승부수는 2015년 인수한 팬오션이다.
STX그룹의 계열사였던 팬오션은 호황기에 맺은 장기용선계약에 발목이 잡히면서 2013년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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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국 우오현, 하림과 SM의 너무나 다른 인수합병 원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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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
김 회장은 팬오션 인수를 통해 하림그룹의 주력사업 가운데 하나인 사료부문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 팬오션은 2015년 하림그룹에 인수됐고 같은해 7월 법정관리를 졸업했다.
김 회장이 팬오션 인수에 나서자 하림그룹이 승자의 저주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계속 나왔다.
자산규모 4조 원대의 하림그룹이 그룹 전체와 맞먹는 자산규모 4조4천억 원의 팬오션을 인수한다고 하자 무리한 인수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게다가 인수금액 1조79억 원 가운데 절반 이상인 5580억 원을 외부차입을 통해 조달했다.
그러나 팬오션 인수는 결과적으로 신의 한수로 평가받는다.
해운업이 점차 살아나면서 팬오션은 지난해 매출 1조8739억 원, 영업이익 1679억 원을 거두며 2년 연속 흑자를 냈다. 주가는 2년 전 2천 원대에 불과했으나 5천 원대까지 올랐다.
팬오션은 올해 역시 벌크선 운임 상승으로 실적 호조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제일홀딩스는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팬오션 인수 당시 차입한 자금을 상환한다. 인수 당시 팬오션 부채비율은 200%가 넘었으나 지난해 말 69% 까지 낮아졌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