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이 ‘편법 지배구조’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미래에셋캐피탈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눈높이에 맞는 지배구조를 갖추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더미인 것으로 보인다.
◆ 박현주, 미래에셋 ‘편법 지배구조’ 논란 해소 움직임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래에셋캐피탈이 올해 안에 대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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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 |
미래에셋캐피탈은 사실상 미래에셋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회사다. 미래에셋그룹의 지배구조는 미래에셋캐피탈을 중심으로 계열사 사이에 복잡한 출자관계가 얽혀있다.
지배구조를 단순화해 살펴보면 박 회장이 미래에셋컨설팅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을 통해 미래에셋캐피탈을 지배하고 미래에셋캐피탈이 미래에셋대우와 미래에셋생명 등 나머지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이번 유상증자는 여신전문금융업법과 금융지주사법 등 현행법에 따른 규제를 피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보인다.
여신전문금융업법상 여신전문금융회사는 자기자본의 150%를 넘는 계열사 주식을 소유할 수 없다.
미래에셋캐피탈의 자기자본은 3월 기준 8505억 원인데 최근 미래에셋대우 등 미래에셋캐피탈이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 주가가 상승하면서 보유한 계열사 주식의 가치가 자기자본의 150%를 웃돌고 있다.
이와 함께 금융지주사법상 금융지주사 전환 요건을 편법으로 피하고 있다는 논란도 해소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지주사법은 특정 기업이 보유한 계열사 주식가치를 장부가액으로 평가해 자산의 50%를 넘으면 지주사로 강제전환된다.
미래에셋캐피탈이 보유한 계열사 주식의 장부가액은 미래에셋캐피탈의 자산(3월 기준 1조8580억)의 50%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캐피탈은 그동안 연말 평가를 앞두고 국공채를 매수하는 등 부채를 일시적으로 늘려 자산규모를 키우는 방식으로 금융지주회사 강제전환 요건을 벗어났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번 유상증자는 미래에셋캐피탈이 이런 편법을 사용하지 않고도 금융지주사 전환요건에서 벗어날 수 있는 규모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 김상조, 금융그룹 통합감독으로 미래에셋그룹 겨냥하나
문제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금융그룹 통합감독 등 현행법보다 강한 규제를 도입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그룹 통합감독이란 지주사가 아닌 금융그룹의 개별 금융회사를 감독하는 데 그치지 않고 비금융계열사도 포함해 그룹 전체의 건전성을 감독하는 방식이다. 지주사가 아닌 금융그룹의 자본 건전성을 금융지주사처럼 개별 회사가 아니라 그룹차원에서 평가하겠다는 취지다.
김 위원장이 평소 미래에셋그룹의 지배구조를 강하게 비판했던 만큼 미래에셋그룹이 금융그룹 통합감독의 주요 대상이 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3월 경제개혁연대 보고서에서 “미래에셋은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하는 미래에셋컨설팅과 미래에셋펀드서비스, 미래에셋캐피탈 등 지배주주 일가의 가족회사들이 지주회사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편법을 동원하고 있다”며 “미래에셋그룹의 현 소유구조는 비정상적이며 지속가능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박 회장이 김 위원장의 눈높이에 맞는 미래에셋금융그룹 지배구조를 갖추기 위해서는 해결해야할 과제들이 산더미다.
미래에셋그룹의 계열사 28곳 가운데 10여 곳이 비금융 계열사인데 이 가운데 박현주 회장과 부인, 자녀 등 가족이 최대주주로 있는 개인회사인 미래에셋컨설팅이 가장 큰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미래에셋컨설팅은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금융계열사가 사들인 호텔 등을 관리하며 수수료 수익을 얻고 있다. 사실상 미래에셋그룹에서 운용하는 펀드에서 파생되는 일감을 박 회장 일가에게 몰아주는 셈이다.
미래에셋컨설팅은 부동산관리를 주사업으로 하는 비금융 계열사이기 때문에 금융당국의 감독을 받지 않았지만 금융그룹 통합감독이 도입되면 규제대상이 된다.
◆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지주사 전환할까
박 회장이 김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미래에셋그룹의 ‘편법 지배구조’ 논란을 불식하기 위해 지주사체제를 선택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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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
박 회장은 1997년 자본 10억 원 규모의 미래에셋캐피탈을 세운 뒤 20년 만에 자본 13조6천억 규모의 미래에셋그룹으로 키우는 데 성공했지만 그 과정에서 박 회장을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를 향한 비판도 함께 커졌다. 덩치가 커진 만큼 그에 걸맞은 합리적인 지배구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그동안 지주사로 전환될 경우 각종 규제에 영향을 받아 적극적인 투자전략을 펼치기 어렵다는 점을 앞세워 지주사 전환을 피해왔지만 금융그룹 통합감독이 도입되면 금융지주와 비슷한 수준의 규제와 감독을 받게 되는 만큼 지주사 전환을 피할 뚜렷한 이유가 없다.
증권업계에서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인적분할 한 뒤 미래에셋캐피탈과 미래에셋컨설팅, 미래에셋자산운용 투자회사를 합병해 지주사로 만들고 그 밑으로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업회사와 미래에셋대우, 미래에셋생명 등을 두는 방식을 유력한 시나리오로 꼽는다.
금융지주로 전환할 경우 자회사 가운데 상장법인 지분 30%, 비상장법인 지분 50% 이상을 소유해야 하는데 미래에셋그룹의 경우 사업가치가 큰 미래에셋대우 지분 확보가 가장 큰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대우 지분은 3월 기준으로 미래에셋캐피탈이 18.09%, 미래에셋컨설팅이 0.15%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최근 미래에셋캐피탈이 미래에셋컨설팅이 보유한 지분 0.15%를 포함해 미래에셋대우 지분 3.68%를 추가로 사들여 21.77%까지 지분을 늘렸다.
지주사 전환을 위한 포석을 깔아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미래에셋대우 지분 9%가량의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29일 종가 기준으로 6500억 원가량의 자금이 필요하다.
미래에셋대우와 네이버가 서로 지분을 매입하면서 네이버가 소유하고 있는 미래에셋대우 지분 7.1%가 지주사 전환과정에서 우호지분으로 활용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김 위원장뿐 아니라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되고 있는 재벌개혁 및 지주사 요건 강화 등의 흐름이 변하지 않는다면 미래에셋금융그룹의 지배구조개편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박 회장은 지배력을 흔들리지 않으면서 지배구조와 관련된 논란을 끝낼 방안을 고심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