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금융업을 다시 확장하는 데 힘쓰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 회장의 아들 정영선씨가 5월부터 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투자파트너스의 이사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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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
현대투자파트너스는 4월 벤처캐피탈사였던 현대투자네트워크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신기술금융 라이선스를 받은 뒤 5월 이름을 바꾼 금융회사다.
정 이사가 1985년생으로 아직 나이가 어린 만큼 경영권 승계를 준비한다기보다는 현 회장이 그만큼 현대투자파트너스에 애착이 크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업계는 바라본다.
현 회장 역시 현대투자파트너스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어 모자가 함께 직접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현 회장은 현대투자파트너스가 신기술금융사로 거듭나는 과정에서 현대투자파트너스 지분도 늘렸다.
현대투자파트너스의 지분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현 회장과 정 이사가 각각 40%, 현대유엔아이가 20%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런데 현대투자파트너스가 자본시장법상 신기술금융 라이선스를 받는 과정에서 자본금을 91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면서 주요주주의 구성이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투자파트너스의 자본금은 10억 원가량이었는데 자본시장법상 신기술금융사를 설립하기 위해서는 최소 자본금 100억 원이 필요했다.
현 회장은 직접 사재를 털어 현대엘리베이터와 함께 유상증자에 참여해 현 회장 44%, 현대엘리베이터 31% 등으로 주요주주 구성이 바뀌었다. 정 이사는 유상증자에 따로 참여하지 않아 소액주주로 남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 회장이 사재를 털 만큼 금융업에 애착을 보이는 것을 보여주는 또다른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신기술금융은 정부의 창업·벤처기업 육성책과 맞물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업종으로 벤처투자뿐 아니라 사모투자까지 다룰 수 있어 다양한 투자전략을 펼칠 수 있기 때문에 현대그룹의 새 수익원으로 삼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현 회장은 중장기적으로 현대투자파트너스를 벤처투자에 초점을 맞춘 그룹의 종합투자사로 키우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그룹이 현대증권과 현대저축은행, 현대자산운용 등을 금융계열사를 모두 매각한 상황에서 현대투자파트너스를 바탕으로 금융권에 재진입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말도 나온다.
현대투자파트너스를 활용해 금융계열사를 매각한 뒤 막혔던 자금조달 창구를 다시 확보하고 이를 중심으로 금융사업을 다시 확대해 그룹 재건을 꾀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그룹은 12조 원대였던 그룹 자산규모가 현대증권 및 현대상선 등을 매각하면서 중견그룹 수준인 2조7천억 원 규모로 줄어들었다.
정 이사가 현대투자파트너스에서 일하면서 장녀인 정지이 현대유엔아이 전무와 정영이 현대유엔아이 차장 등 현 회장의 세 자녀가 모두 현대그룹 계열사에서 경영수업을 받게 됐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