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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종균 삼성전자 IT모바일부문 사장이 2011년 4월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갤럭시S2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삼성전자가 3년 전으로 돌아갔다.
삼성전자가 3분기에 4조 원대 영업이익을 낸 것이나 IT모바일(IM) 부문 영업이익이 전체 영엽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 아래로 떨어진 것 모두 2011년 이후 처음이다.
삼성전자가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실적부진을 보이면서 삼성전자의 화려한 시절을 만들었던 갤럭시 신화가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삼성전자의 실적 대부분을 담당해온 갤럭시 시리즈의 조로화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한 적이 있다.
삼성전자는 3년 전인 2011년 갤럭시 신화를 쓰기 시작했다. 갤럭시S에 이어 갤럭시S2의 성공으로 빠른 속도로 시장 점유율을 늘려가 마침내 애플을 제쳤다.
삼성전자는 지난 2년 동안 갤럭시 신화를 바탕으로 분기이익 10조 원을 넘기는 ‘화양연화’를 맞았다.
삼성전자 실적이 다시 3년 전으로 돌아간 지금, 삼성전자가 제2의 갤럭시 신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 3년 전으로 시계바늘을 돌린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3분기 잠정실적 발표를 통해 영업이익 4조1천억 원을 올렸다고 8일 밝혔다. 분기 영업이익이 4조 원대로 떨어진 것은 2011년 4분기 이후 처음이다.
실적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스마트폰사업이 속한 IT모바일(IM)부문의 부진 탓이다. 삼성전자의 3분기 IM부문 영업이익은 1조8700억 원 가량이라고 증권가는 추정한다.
3분기에 IM부문의 영업이익 비중은 45.6%로 줄었다. 이번 IM부문의 영업이익 비중도 2011년으로 돌아간 수준이다.
삼성전자의 2011년 IM부문과 반도체부문의 영업이익 비중은 50 : 45 정도로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갤럭시S 시리즈의 인기로 IM부문의 영업이익 비중은 크게 증가했다. 2012년 66.9%, 2013년 67.8%, 올해 상반기 69.2%를 차지했다.
반면 반도체부문의 비중은 낮아졌다. 2011년 45.2%이던 것이 2012년 14.4%로 3분의 1 넘게 감소했다. 지난해 18.7%로 다소 높아졌고 올해 상반기에 24.3%를 기록했다.
반도체부분은 이번 3분기 잠정실적에서 53%~60%(증권가 추정치)를 차지해 3년 만에 IM부문의 이익을 넘어섰다.
◆ 3년 전 어떤 상황에서 치고 올라갔나?
“작년(2010년) 상반기만 해도 정말 어두운 터널 속에 있는 것 같았습니다.”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은 2011년 10월 홍콩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1년 전을 이렇게 회고했다. 2010년 상반기는 애플의 아이폰이 국내에 급속도로 퍼져나가던 때였다.
삼성전자는 부랴부랴 아이폰의 대항마로 옴니아2를 내놨다. 아이폰3GS와 동급의 하드웨어 사양을 갖춰 주목을 받았으나 윈도모바일 6.5라는 운영체제의 한계로 느린 반응속도와 애플리케이션이 부족해 이용자들의 원성을 샀다.
옴니아 사용자들은 인터넷 카페를 만들거나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집단적으로 반발했고 삼성전자는 옴니아를 저렴하게 갤럭시S로 바꿔주는 보상판매로 달래야 했다. 옴니아는 ‘옴레기’(옴니아+쓰레기)라는 별명을 얻었다.
삼성전자가 애플을 결코 따라잡을 수 없다는 글이 연일 인터넷 게시판을 달구었다. 2010년 상반기까지 삼성전자가 처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2010년 6월 갤럭시S를 출시하면서 상황을 반전시켰다. 윈도모바일을 버리고 안드로이드와 손잡은 갤럭시S는 국내를 넘어 세계적 인기를 얻었다. 미국 시장점유율 23.5%를 달성해 포브스가 2010년 선정한 ‘올해 최고의 성공제품’에 선정됐다.
삼성전자는 2011년 갤럭시S2 출시하며 마침내 애플 아이폰을 넘어 세계 최대 스마트폰 제조사로 등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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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돈주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전략마케팅담당 사장이 지난달 '갤럭시노트4'와 '갤럭시노트엣지'를 선보이고 있다.<삼성전자 블로그> |
◆ 3년 전과 다른 삼성전자의 딜레마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갤럭시S 시리즈가 연타석 홈런을 치면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가장 좋은 시절을 맞이했다. 세계 휴대폰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고 사상 최대의 매출과 영업이익도 냈다.
문제는 삼성전자의 호시절이 하드웨어의 경쟁력을 기반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애플의 ‘iOS’처럼 독자적 운영체제(OS)를 사용하지 않고 구글의 안드로이드에 의존해 왔다. 3년 전부터 독자운영체제인 ‘타이젠’을 개발해 왔으나 지금까지 타이젠이 탑재된 스마트폰은 출시되지 않았다.
화웨이와 샤오미 등 중국기업들은 이미 삼성전자와 대등한 수준의 하드웨어 경쟁력을 갖췄다. 하드웨어 경쟁이 끝난 이 시점에서 차별화 대상은 소프트웨어지만 중국기업들 역시 안드로이드를 쓰고 있어 삼성전자와 별다른 차이가 없다.
삼성전자의 주력제품들이 고가의 프리미엄 스마트폰인데 반해 중국발 스마트폰은 훨씬 저렴하다. 같은 성능이라면 소비자들은 저렴한 제품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도 이 문제를 의식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4분기 스마트폰 판매실적을 장담할 수 없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가격경쟁력과 고성능을 동시에 만족하는 중저가 스마트폰 시리즈를 준비중”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프리미엄 라인과 저가라인이 공존하는 스마트폰 투 트랙 전략에 나설 경우 중저가 스마트폰의 성능을 얼마나 좋게 만들어야 하는가 하는 고민에 빠진다. 중저가 제품이 프리미엄 제품과 차이가 없는 성능을 갖춘다면 프리미엄 제품의 존재 이유가 희미해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될 경우 결국 삼성전자는 애플과 싸워야 할지 샤오미 등 중국업체들과 싸워야 할 지를 놓고 깊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 갤럭시 신화 다시 만들까
그래도 아직은 시간의 여유는 있다.
삼성전자는 부품 제조에서 확실한 경쟁력의 우위에 올라있다. 애플조차도 삼성의 부품을 구매해 갈 정도다.
또 삼성전자의 또 다른 돈줄인 메모리반도체도 글로벌시장에서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삼성전자가 애초 계획보다 1년 이상 앞당겨 평택에 대규모 반도체공장 건설에 나선 것도 반도체의 우위를 다지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부품과 반도체의 경쟁력으로 영업이익 10%는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한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갈 것이라는 얘기다. 삼성전자가 가전과 IT기기를 연동하는 스마트홈 사업이나 웨어러블시장에서 전력투구하고 미국기업 인수합병을 통해 기업과 기업간 거래(B2B) 시장에 뛰어드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과연 이런 노력을 통해 삼성전자가 갤럭시 신화를 다시 만들고 분기 영업이익 10조 원의 시절로 돌아갈 수 있을까?
업계 관계자들은 “스마트폰처럼 폭발력을 보여주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전까지 분기이익 10조 원을 넘기는 힘들 것”이라며 “사물인터넷 등의 성장이 예상되지만 의미있는 실적으로 연결하기까지 시간이 상당히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도 이제 저성장구조를 준비해야 한다는 주문인 셈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