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금융계열사를 거느린 주요그룹들의 지배구조개편 방향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지주회사 전환을 앞둔 롯데그룹은 금융지주 인적분할을, 이미 지주회사로 전환한 SK그룹은 금융계열사 매각을 선택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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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7일 “중간금융지주법이 사실상 무산됐다”며 “대기업 금융계열사를 보유한 삼성그룹, SK그룹, 한화그룹, 롯데그룹,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개편 셈법이 복잡해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는 2일 청문회에서 중간금융지주제도와 관련해 당론과 배치되는 정책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상조 후보자는 경제개혁연대 소장 시절 중간금융지주제도를 옹호했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반대입장을 밝혔다. 김 후보자가 반대 의견으로 선회하면서 중간금융지주제도 법제화가 사실상 무산됐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이에 따라 대기업들은 지주회사로 전환하려면 금융계열사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됐다.
롯데그룹의 경우 10월2일 지주회사를 설립하는데 인적분할로 제조업지주와 금융지주를 나눠 금산분리를 유지하는 방안이 떠오른다.
윤 연구원은 “금융업에 대한 신동빈 회장의 관심을 고려하면 외부매각 가능성은 낮다”며 “인적분할 시 오너일가는 한 축으로 제조업 롯데지주, 한 축으로는 롯데금융지주를 지배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SK그룹은 SK증권 지분 10%를 조기 처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SK그룹은 지주회사 체제를 완성한 만큼 자회사 지분요건을 7월 말까지 갖춰야 한다. 공정위 소명을 통해 유예기간을 늘릴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 SK증권 지분을 처리하는 방안을 선택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윤 연구원은 “SK그룹은 오랜 기간 중간금융지주법안을 기다리며 SK증권의 그룹 내 잔류를 희망했다”면서 “그러나 중간금융지주법안이 무산될 것으로 전망으로 보유지분 10% 처리 방안을 본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쳬제가 아닌 삼성그룹, 현대차그룹, 한화그룹은 금융계열사 지배가 가능하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공약으로 내걸고 추진하고 있어 지배구조개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윤 연구원은 “삼성그룹, 현대차그룹, 한화그룹는 그룹 내 금융계열사 규모가 상당해 롯데그룹, SK그룹보다 부담이 배가될 전망”이라며 “이들이 지주사 전환을 미룬 배경에 중간금융지주 제도의 법제화가 필요했다는 점에서 개편방안에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고 파악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