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이 베트남에서 유통을 놓고 승부를 펼친다.
국내에서 유통업이 성장정체를 맞은 데 이어 중국에서도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가 베트남에 2015년 12월에 문을 연 이마트 1호점 고밥점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매출을 거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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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용진(왼쪽)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1분기 고밥점 매출은 138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33.8% 증가했고 같은 기간 영업손실도 3억 원가량 줄어 13억 원으로 개선됐다.
이마트가 고밥점을 연 지 1년 반도 채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볼 때 예상보다 빨리 시장에 안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가 중국에서 완전히 철수하면 베트남시장 공략에도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최근 직접 중국에서 완전히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베트남은 이마트가 매장을 연 유일한 해외국가가 된다.
이마트는 그동안 베트남에서 추가적 출점에 신중한 모습을 보였지만 최근 고밥점 매출이 늘고 손익도 개선되면서 2호점 부지를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
정 부회장은 중국시장 실패를 거울 삼아 베트남 진출을 철저하게 준비했다. “베트남에 이마트 간판 대신 정신을 심으러 간다”고 말하기도 있다. 베트남 고객의 관점에서 현지화 전략에 그만큼 집중하겠다는 의미다.
이마트는 앞으로 베트남에서 롯데마트와 본격적으로 경쟁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마트는 2008년 베트남에 진출한 뒤 2020년까지 점포를 25개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현재 베트남에서 모두 13곳의 롯데마트를 운영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대형마트뿐만 아니라 복합쇼핑몰과 면세점 등 베트남에서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신동빈 회장이 여러 차례 베트남을 방문하며 베트남사업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롯데그룹은 베트남 호찌민 신도시지구에 10만 제곱미터 규모로 조성되는 ‘에코스마트시티’ 가운데 5만 제곱미터를 상업시설과 주거시설 등이 어우러진 복합단지로 개발하기로 했다. 이 사업을 위한 현지법인도 조만간 설립한다.
베트남 하노이에서도 2020년까지 복합쇼핑몰을 연다는 계획을 세웠다.
최근 롯데면세점도 국내 면세점 가운데 처음으로 베트남시장에 진출했다. 베트남 현지기업과 합작법인 ‘푸칸면세점’을 설립했으며 5월부터 다낭공항 국제선 신청사에서 면세점을 시험운영하고 있다. 하반기에 정식 개장한다.
이들이 베트남을 주목하는 이유는 경제개방정책으로 새로운 소비문화가 퍼지는 동시에 소득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은 6%대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인구가 거의 1억 명에 이르는 데다 국민의 과반수가 20~30대 젊은층이라는 점도 소비문화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이유로 꼽힌다.
글로벌투자은행 HSBC는 베트남의 중산층이 2012년 1200만 명에서 2020년 3300만 명까지 증가할 것이라 전망했다.
베트남인들의 한국 호감도 동남아시아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편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