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국내 승용차 판매에서 현대자동차를 앞서면서 아우 브랜드라는 인식을 떨쳐내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차가 국내 승용차 판매에서 현대차를 제치고 1위를 달리고 있다. 올해 4월까지 누적 승용차 판매량은 기아차가 14만2622대, 현대차가 14만1553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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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형근 기아자동차 부회장과 박한우 기아자동차 사장. |
승용차 판매량은 전체 판매량에서 트럭, 버스, 특수차 등 상용차 판매량을 제외한 수치다. 현대차 승용차 판매량은 제네시스 브랜드 차량 판매량도 제외했다.
기아차는 지난해 처음으로 국내 승용차 판매에서 현대차를 앞섰다. 기아차와 현대차는 지난해 국내에서 각각 47만5107대, 41만8303대의 승용차를 팔았다.
기아차는 올해도 국내에서 현대차보다 많은 승용차를 판매할 수도 있다. 각각의 브랜드를 달고 출시되는 신차 종류가 기아차가 많기 때문이다.
기아차는 5월 스포츠세단 스팅어를 출시한 데 이어 7월 소형SUV 스토닉(가칭)을 출시한다. 현대차는 6월에 소형SUV 신차 스토닉을 출시하고 하반기에 제네시스 G70을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들이 산업, 영업 등의 목적으로 상용차를 구매하는 것과 달리 승용차를 구매할 때는 브랜드 이미지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기아차가 현대차의 승용차 판매를 앞선 것은 국내에서 기아차 선호도가 현대차보다 높아졌고 소비자들이 현대차 대신 기아차를 선택하게 됐다고도 해석될 수 있다.
기아차가 현대차를 제친 무기로 디자인과 가격이 꼽힌다.
기아차는 2006년부터 디자인경영을 선포하면서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로 꼽혔던 피터 슈라이어를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2010년 K5 출시를 시작으로 K시리즈는 디자인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며 기아차 성장을 이끌었다. K시리즈 디자인은 올해 초 출시된 신형 모닝에도 적용되면서 기아차의 상징이 됐다.
기아차는 현대차와 파워트레인과 플랫폼을 상당부분 공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기아차와 현대차가 같은 차급이면 겉만 다른 차라는 말도 나온다.
기아차는 같은 차급이면 현대차보다 낮은 가격정책을 펼치고 있다. 예를 들면 중형세단인 기아차 K5와 현대차 쏘나타 최저가격은 각각 1730만 원, 2255만 원으로 소폭의 가격차이를 보였다.
글로벌 판매량을 보면 여전히 현대차가 기아차를 압도하고 있다. 하지만 안방시장의 중요성이 적지 않아 기아차가 국내 승용차 판매에 선전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이전보다 높은 수준의 그룹 지원을 이끌어낼 수도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 사옥은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쌍둥이 빌딩이다. 그러나 기아차 본사 건물이 현대차 본사 건물보다 약간씩 낮고 좁은 것처럼 기아차는 그룹 내에서 현대차보다 중요성이 떨어지는 브랜드로 인식됐다. 이 때문에 신기술 도입이나 신차 출시에서 현대차에 비해 후순위로 밀리기도 했다.
기아차 경영진이 현대차보다 선배인 점도 기아차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
기아차 대표이사는 이형근 부회장과 박한우 사장이 맡고 있는데 이 부회장은 1977년에 현대차에, 박 사장은 1982년에 현대자동차서비스에 입사했다. 반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을 제외하고 현대차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이원희 사장과 윤갑한 사장은 1984년 현대차 입사동기이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국내에서 동반부진을 겪으면서 기아차의 선전이 돋보이게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완성차회사 5곳 가운데 현대기아차의 점유율은 지난해 67.6%로 2009년 80%대에서 큰 폭으로 떨어졌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기아차가 국내에서 현대차보다 더 많은 승용차를 파는 현상이 오래갈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무엇보다 현대기아차가 국내 점유율을 회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