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영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신사업을 대폭 접어야 할 위기에 몰리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정유사업 적자가 심화되면서 신사업에 대한 투자부담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미 강력한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있지만 그 폭을 더욱 확대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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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자영 SK이노베이션 부회장 |
2일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말을 종합하면 SK이노베이션이 부진한 정유업황 탓에 3분기에도 적자폭을 줄이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윤재성 대신증권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의 3분기 예상 영업이익은 220억 원으로 시장 전망치인 950억 원보다 훨씬 적다”며 “정유 자회사인 SK에너지의 적자가 심각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SK이노베이션의 정유사업을 담당하는 자회사인 SK에너지는 지난해 개별기준으로 영업적자 956억 원과 순손실 1114억 원 등 최악의 실적을 냈다. SK에너지는 당시 최초로 적자를 냈고 정유업계에서 유일하게 손실을 봤다.
SK에너지의 정유사업 부진은 올해 상반기에도 계속 이어졌다. SK에너지의 부진이 반영되면서 SK이노베이션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정유사업의 부진이 깊어지면서 SK이노베이션은 신사업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정유사업이 전체 매출의 70%를 차지하는데 이곳에서 부진이 이어지면 신사업도 공격적으로 펼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은 정유사업뿐 아니라 대안으로 제시한 PX(파라자일렌)과 전기차 배터리사업 등도 대규모 투자를 한 성과가 나지 않고 있다”며 “신규사업을 일부 접거나 구조조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구자영 부회장은 그동안 탈정유화 전략을 꾸준히 펼쳐왔다. 정유사업에 집중할 경우 SK이노베이션이 더욱 위기에 몰릴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구 부회장은 이에 따라 적극적으로 신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SK이노베이션은 최근 사업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 구 부회장이 추진했던 신사업도 접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2008년 인수한 자회사 SK유화를 지난달 SK케미칼에 매각했다. 올해 초 태양광전지사업에 이어 지난달 연료전지사업도 중단했다. 2012년부터 SK이노베이션 내부에서 연료전지사업을 이끌어온 전담팀도 해체됐다. 전기차 배터리사업도 일부 정리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해진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단기간에 수익성을 장담하기 힘든 게 신사업인데 오너 부재까지 겹치면서 신속한 판단이 힘들어졌다”며 “대규모 투자에 대한 비용부담도 컸다”고 말했다.
국내 정유업계는 향후 수익성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달 들어 국제유가가 폭락하면서 전국 휘발유값은 4년 만에 리터당 1700원 대로 떨어졌다. 이런 전망 탓에 SK이노베이션 주가는 52주 신저가를 갱신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정유사업을 살리기 위해 원가를 최대한 낮추는 데 주력하고 있다. 중동산 원유보다 싼 미국산 원유를 도입하려고 한다. SK이노베이션은 오는 11월 미국산 콘덴세이트(초경질원유) 40만 배럴을 수입해 제품 테스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