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시행된 뒤 소비자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단통법 시행 전보다 통신요금 부담이 훨씬 늘어나는 데다 보조금은 줄고 위약금 부담 때문에 2년 약정의 노예가 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 번호이동 3분의 1로 급감
2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단통법 시행 첫날인 1일 이통3사 간 번호이동건수는 4524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단통법 시행 전인 9월 22일~26일의 일평균 번호이동건수 1만6178건의 3분의 1 수준이다. 또 정부가 시장과열로 판단하는 기준치인 2만4000건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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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
이통사들은 보조금 혜택이 예상보다 훨씬 적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소비자들이 가입을 보류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마저 이통사의 보조금이 예상보다 낮다고 우려했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지난 1일 용산 휴대폰 상가에 현장점검을 나온 자리에서 “이통3사 홈페이지에서 나온 보조금 공시를 보고 액수가 기대보다 적어 좀 놀랐다”며 “내심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 보조금 “너무 적다”
이통3사는 1일 단통법 시행에 따라 단말기별 출고가와 보조금을 공개했다. 이는 전국 어디서나 동일하게 적용되며 일주일 동안 바꿀 수 없다.
소비자들은 가격이 너무 비싸다며 반발했다. 최신 스마트폰에 대한 보조금은 10만~15만 원 선이었다. 기존에 27만 원까지 받을 수 있던 것에 비해 크게 줄었다.
소비자들이 실질적으로 체감하는 요금도 올랐다. 줄어든 보조금이라도 최대로 받으려면 비싼 요금제를 써야 하기 때문이다. 요금제에 따라 보조금을 차등지급하기로 한 규정에 따른 것이다.
삼성전자의 최신 스마트폰인 갤럭시노트4의 경우 이통3사는 최고가 요금제를 쓰는 고객에게 10만 원 안팎의 지원금을 지급한다. 각 회사별 지원금은 SK텔레콤 11만1000원, KT 8만2000원, LG유플러스 8만 원이다.
소비자들은 9~10만 원대 요금제를 쓰면서도 단말기를 80만 원대에 구매해야 하는 것이다. 그나마도 가장 대중적인 6만 원대 요금제에서 지원금이 3분의 2 정도로 줄어든다.
이통사들은 출시된 지 15개월 이상 된 구형 단말기에도 30~40만 원 정도의 보조금만 지급했다.
그동안 15개월 이전에 출시된 제품은 단통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 공짜폰으로 나오는 등 파격적 가격으로 보급될 것으로 전망됐다.
참여연대는 성명을 내고 “9만원 요금제에 가입하고 2년 약정하는 경우에만 최고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한 것은 큰 문제”라며 “단통법이 오히려 국민 통신요금 부담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 2년 약정 강제에 위약금 부담도 늘어
그나마도 보조금 등 혜택을 받으려면 2년 약정을 맺고 이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 정부가 법으로 2년 약정을 강요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약정을 어겼을 때 물어야 하는 위약금 부담도 늘었다.
중간에 휴대폰을 잃어버리거나 번호이동을 하려면 그동안 받았던 할인혜택을 모두 물어야 한다. 이전에도 위약금을 물어야 했지만 번호이동을 하는 통신사에서 보조금을 지급해 위약금을 사실상 대납했다.
또 공기계를 구해 보조금에 상응하는 요금혜택을 받을 때도 단말기의 개통 이력이 2년을 넘지 않을 경우 혜택을 받을 수 없다. 개통 후 2년이 안된 중고폰을 받아 새로 개통하면 요금혜택을 못 받는 셈이다.
휴대폰 대리점을 방문한 한 고객은 “스마트폰을 2년 동안 고장없이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며 “무상 사후서비스는 겨우 1년 해주면서 약정은 무조건 2년으로 강제하는 것은 소비자에게 족쇄를 채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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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통법 시행 후 한산한 대리점 모습 |
◆ 경쟁 없으니 보조금 줄 이유도 없다
IT전문가들은 통신사와 제조사가 가격할인에 소극적인 이유로 경쟁이 없어진 상황을 꼽는다.
단통법 시행으로 더 많은 보조금을 지급해 다른 이통사 고객을 유치하던 영업이 불가능해지자 기존 고객들에게 이익을 더 뽑아내려 한다는 것이다.
이통사들은 단통법 시행을 맞아 기기변경 때 혜택을 주는 상품 등을 내놓으며 기존 가입자 지키기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애초에 법이 만들어진 취지대로 통신요금이 줄어들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소비자 피해만 늘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은 값싼 중국폰 등 해외폰 직구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 “이통사들이나 제조사들이 가격 할인을 많이 해 줬던 것은 다른 회사 고객을 뺏어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느꼈기 때문”이라며 “이제 다른 업체와 동등한 수준만 유지하며 할인폭을 최소화하려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오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