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지주사체제 전환 과정에서 갈 길이 멀어보인다.
당장 롯데지주 출범을 앞두고 사업회사의 지분 확보가 문제로 남아있다. 앞으로도 지주사의 지배력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수조 원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이 완전히 지주사제체로 전환하려면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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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롯데그룹은 롯데쇼핑과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등 4곳을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한 뒤 투자회사를 모두 합병해 10월 롯데지주를 만든다.
롯데제과가 인적분할한 투자부문을 존속법인으로 남겨 나머지 3개 투자회사를 모두 합병하는 방식이다.
롯데지주가 출범하면 롯데쇼핑 지분 18.7%, 롯데칠성음료 지분 19.3%, 롯데푸드 22.1%를 보유하게 된다. 롯데제과 지분은 하나도 없다.
롯데지주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상장 자회사 지분을 일정 이상 확보해야 하는 만큼 롯데쇼핑,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지분을 추가로 매입해야 한다. 공정거래법 8조는 지주사의 자회사 지분율을 상장사 20%, 비상장사 40%로 각각 규정하고 있다.
주가가 오를 경우 롯데지주의 부담은 더욱 커진다. 4개사 주가는 지배구조개편에 대한 기대감에 최근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롯데쇼핑 주가는 최근 3개월 동안 20% 가까이 올랐다. 롯데칠성음료와 롯데제과, 롯데푸드 주가도 같은 기간 각각 16%, 6%, 3%가량 올랐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롯데지주의 자금부담은 더 늘어난다. 개정안에 지주사가 의무로 보유해야 하는 상장 자회사 지분율을 20%에서 30%로 상향하는 내용이 담겼기 때문이다.
법 개정 전에 의무 보유비율을 만족할 경우 앞으로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의무 보유비율이 높아져도 이를 충족하기 위한 시간을 더 벌 수 있어 롯데그룹은 지분확보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롯데지주가 차입으로 지분을 확보하는 방안은 한계가 있다. 공정정거래법에서 지주사의 부채비율을 200% 이하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이 규정 역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하면 100%로 줄어들 수 있다.
롯데그룹이 비상장 회사를 상장하거나 일부 비핵심사업을 매각할 가능성도 일각에서 나온다.
롯데지주는 4개 상장사 외에 롯데카드(93.8%), 코리아세븐(67.6%), 롯데리아(54.4%) 등 비상장 계열사의 지분도 확보하게 된다.
이 가운데 코리아세븐과 롯데카드의 상장 가능성이 점쳐진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경영쇄신안을 발표하며 중단됐던 호텔롯데 상장을 다시 추진하고 코리아세븐, 롯데정보통신, 롯데리아 등도 상장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당초 호텔롯데 상장을 마무리한 뒤 나머지 회사의 상장도 추진하려 했으나 호텔롯데 상장이 당분간 어려운 상황에서 코리아세븐 등의 상장이 먼저 이뤄질 가능성도 떠오른다.
롯데지주가 지분 90% 이상을 확보하게 될 롯데카드의 상장 가능성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호텔롯데가 상장한 뒤 롯데지주와 합병해 그룹에서 최종적인 지주사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계열사 지분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데다 롯데지주가 출범해도 해소되지 않는 순환출자고리를 풀어야 하고 합병과정에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에 응해야 하는 등 상당한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호텔롯데는 상장을 통해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이 자금으로 계열사 지분을 추가로 확보해 롯데그룹에 대한 지배력도 높일 수 있다.
대신경제연구소는 롯데그룹이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과정에서 순환출자 해소에 4천억~1조5천억 원, 지주사체제 전환에 3조5천억 원 정도의 비용을 들여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