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스포츠세단 스팅어의 '절묘한' 가격정책으로 수입차 틈새에서 자리를 잡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24일 한국수입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4월까지 국내에서 팔린 수입차는 모두 7만5017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 소폭 늘어난 가운데 3천만 원 미만과 7천만 원 이상의 수입차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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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형근 기아자동차 부회장. |
3천만 원 미만은 2960대로 81% 늘었다. 또한 7천만~1억 원은 1만6218대로 49.6%, 1억~1억5천만 원 이상은 5532대로 68.1% 증가했다.
반면 3천만~7천만 원짜리 수입차 판매량은 줄어들면서 국내 수입차 판매가격이 저가와 고가로 쏠리는 경향을 보였다. 3천만~4천만 원은 9696대로 40.6%나 줄었고 4천만~5천만 원은 1만1294대로 2.9% 느는데 그쳤다. 5천만~7천만 원도 2만6680대로 3% 감소했다.
기아차는 중형 스포츠세단 스팅어 가격을 3500만~4880만 원으로 책정했는데 특히 수요가 줄고 있는 수입차 가격대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한정된 예산으로 수입차를 구매할지 고민하는 고객들에게 스팅어는 대안이 될 수도 있다.
기아차는 스팅어 경쟁차종으로 BMW 4시리즈 그란쿠페, 아우디 A5 스포트백 등 수입차를 꼽았다. 4시리즈 그란쿠페는 5640만~8840만 원, 아우디 A5 스포트백은 5980만~6580만 원인 점을 감안하면 스팅어는 경쟁차종보다 가격경쟁력을 갖춘 셈이다.
기아차는 올해 연말까지 국내에서 스팅어를 8천 대 팔고 내년부터 매달 1천 대 이상 팔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란쿠페 모델을 포함해 4시리즈 전 모델이 지난달 모두 400여대 팔린 점을 감안하면 기아차는 공격적인 스팅어 판매목표를 설정했다.
기아차는 대표적인 수입차 입문 모델인 BMW 3시리즈 판매량을 감안해 스팅어 판매목표를 세운 것으로 보인다. 3시리즈는 4월 국내에서 1569대가 팔리는 등 매달 1천 대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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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아자동차 '스팅어'. |
국산차 가운데 스팅어 경쟁상대는 거의 없다. 제네시스 G80스포츠, 쉐보레 카마로SS 등이 국산차 가운데 스팅어 경쟁차종으로 꼽히지만 G80스포츠는 대형 스포츠세단, 카마로SS는 중형 스포츠카이기 때문에 스팅어가 정면대결을 펼칠 상대는 아니다.
기아차는 국내에서 판매하는 스팅어에 기존 기아 엠블럼이 아닌 새 엠블럼을 부착하면서 국산 기아차 이미지를 덜어낸 점도 수입차 수요를 끌어오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스팅어는 출시 초반에 좋은 판매실적을 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아차는 11일부터 스팅어 사전계약을 시작한 이후 22일까지 영업일 기준으로 8일 동안에 2천여 대의 예약건수를 기록했다. 특히 상위 사양인 3.3리터 터보 가솔린엔진 모델 예약건수 비중이 42.3%로 높은 편이었다.
기아차 관계자는 “스팅어는 고성능 스포츠세단으로 수입차와 경쟁하게 될 것”이라며 “수입차 대비 가격은 1천만 원 이상 저렴하지만 성능, 디자인, 사양 등 상품성은 수입차와 비교해 뒤처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