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웅 남양유업 대표이사가 더욱 깊은 시름에 빠지게 됐다. 19년 연속 흑자달성의 신화가 한순간에 적자전환으로 무너졌다. IMF 때도 흑자를 지켜올 정도로 탄탄한 흑자구조의 붕괴다. 게다가 커피믹스 과장광고 보도로 여론이 더욱 악화되고 있어 커피믹스에 사활을 걸고 있는 김 대표는 사면초가인 셈이다.
◆ 19년만의 적자 전환, 커피믹스 시장에 올인하는 김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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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웅 남양유업 대표이사 |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지난해 영업손실 175억 5600만원, 당기순손실 455억 3900만원으로 적자 전환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액은 2012년보다 9.9% 줄어든 1조2298억원을 기록했다.
남양유업의 주가도 눈에 띄게 하락했다. 지난해 5월 초만 해도 주가가 117만5천원으로 사상최고가 행진을 계속하며 황제주로 등극했었다. 하지만 24일 주가는 84만5천원으로 1년이 안 된 사이에 30%나 폭락했다.
이는 ‘갑의 횡포’로 알려진 대리점 밀어내기와 막말파문 때문이다. 지난해 사건 이후 소비자의 불매운동이 일파만파로 퍼졌고 과징금도 123억이나 물었다. 설상가상으로 원유 단가도 인상된 점이 적자전환을 부채질했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대리점 긴급 지원에 200억원을 지출한 것도 이익 감소의 주된 요인 중 하나”라며 “올해는 대리점 등과의 적극적인 상생협력을 통해 정상화에 전념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쟁사인 매일유업은 활짝 웃고 있다. 매일유업은 지난 3분기 매출액이 340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동기 대비 24.7%나 늘어났다. 현재 시가총액도 남양유업 6098억원, 매일유업 6030원으로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따라잡았다. 남양유업의 약세와 더불어 컵커피 점유율 1위인 '바리스타'의 매출이 전년대비 42% 이상 올라간 덕분이다.
김 대표에게 올해 커피믹스 시장은 중요하다. 취임 이후 후발주자로서 점유율 12% 이상으로 일궈온 2위 자리가 롯데와 네슬레의 합작 설립 이후 불안해졌다. 또 대리점 우유 상품에 대한 이미지 쇄신이 당분간 힘들기 때문에 커피믹스로 중국 및 해외 시장에서 성과를 낼 것을 강하게 기대하고 있다. 국내 커피믹스 시장 점유율의 80% 이상 차지하는 동서식품은 미국크래프트푸즈사와 합작법인이라 수출이 불가하다. 상대적으로 남양유업은 매우 유리한 위치에 있는 셈이다.
김 대표는 지난해 11월 전남 나주에 2000억원 규모의 대형 커피전용공장을 세웠다. 이로써 남양유업은 국내 기업으로서는 최대 규모의 동결건조커피 생산 및 수출이 가능하게 되었다. 김 대표는 2016년까지 1위 동서식품을 따라잡고 국내 커피믹스시장 점유율 50%를 차지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 ‘불만제로’에 과장광고 논란 부담으로 작용
김 대표는 지난해 12월 '프렌치카페 카페믹스 누보'를 야심차게 출시했다. 하루 평균 1억2000만원어치가 팔리며 출시 1개월 만에 매출 50억원을 기록했다. 기존 커피믹스에서 인산염을 빼서 커피믹스로 인한 인의 섭취를 막도록 한 제품이라고 홍보했다. 김 대표는 “프렌치카페 카페믹스 누보는 조금이라도 더 자연에 가까운 식품을 만들고자 하는 남양유업의 경영 철학이 담긴 제품”이라며 “앞으로도 식품첨가물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런데 이 프렌치카페 커피믹스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지난 19일 MBC ‘불만제로 UP’은 커피믹스 첨가물을 둘러싼 유해성 논란에 대해서 집중 조명했다. 남양유업은 프렌치카페 커피믹스 광고에서 카제인나트륨을 빼서 안전하다는 듯이 광고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카제인나트륨은 미국 호주 유럽 등에서 식품으로 분류되며 남양유업이 카제인나트륨 대신 넣었다는 무지방우유와도 다른 점이 없다고 보도했다.
또 프렌치카페 카페믹스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특허받은 커피라고 홍보했다. 그러나 방송에서 특허내용 확인 결과 성분에 관한 특허를 받은 것이 아니라 커피 프림의 ‘제조’ 방법으로 공정 특허를 받은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방송이 나간 후 “그동안 노이즈마케팅에 속았다” “해롭지도 않은 카제인나트륨을 마치 해로운 듯이 소비자 불안감만 조성했다” “누보는 인산염을 제외했다는데 분유에는 왜 그대로 들어가 있느냐” 등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