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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자의 혼미, '야권발' 정계개편 빅뱅 올까

김디모데 기자 Timothy@businesspost.co.kr 2017-05-11 15:5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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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에서 정치 지형이 어떻게 바뀔까.

대선이 끝나고 각 당은 혼돈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정당이 대선에서 기대한 만큼 성과를 못 냈기 때문에 위기의식이 팽배하다.

현재는 여소야대 정국으로 정부여당이 원활하게 국정을 운영하려면 협력이 불가피하다. 이를 염두에 둔 합종연횡 가능성도 떠오른다.

◆ 자유한국당 당권 싸움 치열할 듯

자유한국당은 의석수도 민주당에 버금가고 대선 지지율도 20% 중반을 얻었다. 대선 패배의 충격에서 벗어날 경우 충분히 민주당과 더불어 정국을 주도할 역량을 갖췄다. 일반적으로 지방선거는 야당이 유리한 측면도 있는 만큼 내년 지방선거에 기대를 걸어볼만 하다.

  패자의 혼미, '야권발' 정계개편 빅뱅 올까  
▲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
하지만 여전히 뚜렷한 구심점이 없는 것이 문제다. 대선 주자로 나섰던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는 많은 약점과 한계를 노출해 보수 대결집에 실패했다. 친박계 의원들의 징계가 풀리긴 했지만 정권교체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들이라 당을 대표하는 데 어려움이 뒤따른다.

관건은 이르면 다음달 치러질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누가 잡느냐에 달렸다. 일단은 홍 전 지사가 유력하게 여겨지지만 당내 견제도 만만치 않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11일 “대선에서 막 떨어졌는데 당권에 도전한다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 원내대표를 포함해 홍문종·나경원·안상수 의원등이 홍 전 지사에 맞서 당권 도전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벌써부터 내홍 조짐도 나타난다. 바른정당 탈당 의원들의 복당 문제를 둘러싸고 마찰이 빚어졌다. 대선 직전 홍 전 지사는 후보 권한으로 탈당 의원들의 일괄 복당을 결정했는데 대선 패배 후 재검토 요구가 나온다. 사실상 당권을 염두에 둔 기싸움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정 원내대표는 10일 “바른정당 탈당 의원 복당은 후보의 당무우선권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당내에서 이견이 많아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이 문제를 재논의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홍 전 지사는 11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선거를 통해 복원된 한국당을 더욱 쇄신하고 혁신해야 한다”며 “소아를 버리고 대동단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은 사의를 표명한 이철우 전 사무총장의 뒤를 이어 박맹우 사무총장을 재임명했다. 박 사무총장은 비대위 체제에서 사무총장을 맡다가 홍 전 지사가 대선 후보로 선출 된 후 이 전 사무총장에게 자리를 넘겼다.

박 사무총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경남고등학교 동창이다. 자유한국당이 정부여당과 관계를 의식해 박 사무총장을 재임명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 국민의당 , 여당과 통합 안 되고 홀로 존속할 수 있나

국민의당은 대선 3위라는 초라한 성적표가 지도부와 안철수 후보의 발목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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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 전 국민의당 의원.
국민의당은 지도부는 11일 총사퇴했다.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는 차원이었지만 이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향후 비대위 구성 역시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당초 박지원 전 대표는 새 원내대표가 선출되면 대표 자리를 내려놓겠다고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 박 전 대표가 여전히 원내대표 선출에 개입하는 등 '상왕' 노릇을 하려 한다는 비난이 나왔다. 문병호 최고위원은 11일 “꼼수 그만부리고 즉각 대표직에서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박 대표는 지도부 총사퇴를 의결하고 주승용 원내대표에게 대표 직무대행을 맡겼다. 박 대표는 “문재인 정부보다 더 강한 혁신을 하고 쇄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대선주자였던 안철수 전 의원은 당분간 재충전하기로 했다. 안 전 의원은 정계 은퇴 의사를 밝히지 않았으나 당내 영향력이 급속히 축소될 가능성이 커졌다. 당내에서 공공연히 안 후보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상돈 국민의당 의원은 1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이번 선거에서 안철수 본인의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이 많이 드러났다”며 “당분간 큰 역할이 있을 것 같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이 결국 민주당과 통합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여전히 영남에서 표심을 확인한 자유한국당과 달리 국민의당은 호남에서 민주당에 뒤진 이상 지역정당으로서도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39석의 의석을 확보하고 있고 수도권에서 2위를 기록하는 등 존속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의견도 있다. 여소야대에서 민주당이 파트너를 필요로하는 만큼 '스윙보터' 역할을 할 수 있고 내년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세력 회복도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은 16일 원내대표 경선을 치른다. 이날 원내대표 출마선언을 한 김관영 의원은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 가장 날카로운 비판자를 만들 것”이라면서 “바른정당과 상당부분 긴밀한 협조관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내대표 경선 결과에 따라 국민의당 행보도 다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 바른정당 정의당, 대선에서 보여준 것 이상 가능할까

안철수 전 의원과 달리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의 역할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대선에서 4위에 그치긴 했으나 안팎으로 어려운 현실에서 완주하면서 유의미한 지지율을 거뒀기 때문이다. 또 유 의원에 반대한 의원들이 대거 탈당하면서 남은 의원들이 유 의원으로 결집한 상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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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유 의원은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혔으나 김무성 의원과 함께 계속 바른정당의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바른정당은 조만간 국회의원·원외당협위원장 연찬회를 열고 나아갈 방향을 논의한다.

바른정당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흡수합당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면서 진로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반여당이 나올 경우 분열된 보수 야권을 통합해야 한다는 압력이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각자의 길을 갈 경우 중도노선인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손잡을 수도 있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11일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서 “여권발 정계개편 움직임을 보면서 방향을 정할 것”이라면서도 “국민의당과 협력할 일은 있겠지만 합친다든지 매사 같이하는 일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바른정당은 20석으로 간신히 원내정당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대선 전 지역위원장 등이 대거 탈당해 자유한국당으로 향하는 등 어려움을 겪어 내년 지방선거까지 생존하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정의당은 진보정당 사상 대선 최다 득표를 한 만큼 자신감을 얻었다. 정의당은 수권정당인 더불어민주당보다 왼쪽에 서서 진보적인 목소리를 내는 데 힘쓰려고 한다. 민주당도 연대가 가능한 부분은 적극적으로 정의당의 힘을 빌릴 것으로 예상된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의 노동부 장관 발탁 등 입각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 경우 문재인 정부와 정의당의 협력관계는 더욱 돈독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의당은 이념정당이자 비교섭단체로 한계도 명확하다.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당을 파트너로 삼을 경우 고작 6석인 정의당과 연대할 필요성은 그만큼 떨어진다. 대선 TV토론회에서 드러난 것처럼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정책적으로 충돌하는 지점도 적지 않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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