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저탄소차협력금제도 시행을 연기하면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량 구매에 대한 지원금을 늘리기로 한 데 대해 현대기아차에 대한 이중특혜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 환경부, 친환경차 관련 내년 예산 368% 증액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새누리당 의원들과 환경부는 23일 국회에서 당정 간담회를 열어 저탄소협력금제도의 시행시기를 2021년 이후로 늦추기로 결정한 데 대한 보완책을 발표했다.
당정은 내년부터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 등 저탄소 차량을 구매할 경우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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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성규 환경부 장관 |
보완책을 보면 내년부터 중소형 하이브리드 차량을 구매하는 소비자는 최대 310만 원의 세금감면 혜택 외에 추가로 대당 100만 원의 보조금을 받는다. 대상은 현대차 쏘나타 2.0 하이브리드, 기아차 K5 2.0 하이브리드 등 8종으로 2015년 1월1일 이후 구입한 차량이다.
또 전기차를 살 때도 대당 약 1500만 원의 보조금과 600만 원의 전용충전기 비용을 지원받는다. 이 제도는 일부 지차체에서 실시됐으나 저탄소차협력금제도 시행에 따라 폐지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당정은 이번에 이를 폐지하지 않고 전국적으로 확대실시하기로 했다. 올해 800대 수준이었던 혜택 차량은 내년 3천 대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국회 환노위 권성동 의원은 “결국 (국회를 통과한)법을 시행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도 “그 제도(보완책)를 통해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어느 정도 거두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저탄소차협력금제도는 애초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2020년 이후로 연기됐다. 이에 따라 정부와 여당은 친환경차에 대한 보조금을 대폭 늘려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려고 한다.
환경부는 내년 예산안을 올해보다 4.0%(2168억 원) 많은 5조6289억 원을 편성해 국회에 제출했다.
이 가운데 친환경차 보급 및 지원 예산은 올해보다 368%가 늘어난 약 1200억 원이다. 하이브리드카 구매보조금 404억 원이 신규로 편성됐다. 전기차 보급 및 충전인프라 구축을 위한 예산도 올해 254억 원에서 내년에 788억 원으로 대폭 늘었다.
저탄소차협력금제 시행 연기에 따라 해당 예산안이 갑작스레 편성되거나 늘어난 것이다. 환경부는 현행 판매 차량 대비 1.5배 정도 수요를 예측해 이를 편성했다. 구매량이 초과할 경우 타 예산을 전용하거나 예비비를 지원해서라도 지급할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애초 전기차 보조금도 저탄소차협력금제가 시행됐으면 대폭 증액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 국민 혈세로 자동차 업계만 이중혜택
정부의 이런 정책에 대해 자동차업계는 크게 반기고 있다. 특히 하이브리드 모델의 경우 100만 원의 보조금이 지급되면서 판매량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한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보조금 적용을 받을 수 있는 대상 차량은 현대차의 쏘나타 하이브리드와 기아차의 K5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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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
두 차량 모두 판매가 줄어들고 있는 추세여서 정부의 보조금 지급정책이 판매증대에 호재가 될 것으로 점쳐진다.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2012년 1만6710대에서 지난해 1만3398대로 판매량이 감소했다. K5 하이브리드 역시 같은 기간 1만901대에서 7742대로 판매실적이 급감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정부의 정책에 힘입어 올해 말 신형 쏘나타 하이브리드를 선보여 판매강화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정이 마련한 친환경차 지원확대 정책에 대한 비판도 거세게 나온다. 정부가 기업에 국민 혈세를 쏟아붓는 정책이라는 지적이다.
일부에서 저탄소차협력금 시행이 5년 미뤄진 배경에 현대차 그룹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저탄소차협력금 유예를 이끌어낸 기업은 현대기아차그룹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며 “국내 시장점유율과 매출이 높은 현대기아차가 가장 덕을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해외판매 비중이 지난해 기준으로 각각 86.4%와 83.8%에 이른다. 수출은 소형차량이 주를 이루는 반면 내수는 중대형 판매가 월등히 높다. 이는 기아차도 마찬가지다.
현대기아차그룹 입장에서 국내에 저탄소협력금 제도가 시행되면 중대형 위주의 시장 점유율과 매출 하락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었다.
결국 정부가 저탄소협력금제도 시행을 늦췄을 뿐 아니라 보조금 지원까지 확대함에 따라 현대기아차는 판매량이 줄어드는 하이브리드 차량판매 증대까지 기대할 수 있게 돼 이중으로 혜택을 누리게 됐다.
정의당 김제남 원내대변인은 24일 “지난 2일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대대적으로 후퇴시킨 결정은 박근혜 정부가 감축 노력보다 산업계의 민원과 이윤논리에 따라가기 때문”이라고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 유예를 비판했다.
새정치연합 의원들도 지난 2일 “저탄소차협력금 시행연기 결정을 철회하고 지금이라도 시행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