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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3월 26일 오후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 천안함46용사 묘역에서 묘비를 바라보고 있다.<뉴시스> |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국민’을 늘 강조하는 정치인이다.
당명도 국민의당인데 그가 이번 19대 대선에 나서면서 내건 공식 슬로건도 ‘국민이 이긴다’다.
안 후보는 “국민만 보고 가겠다”는 말도 자주 입에 올리곤 하는데 이는 그가 주창하는 ‘새정치’가 다름아닌 국민을 정치의 중심에 두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안 후보가 ‘국민’을 정치의 최우선가치로 여기고 있는지 의구심을 품도록 한 ‘사건’이 최근 발생했다.
안 후보 측이 국립현충원에서 참배 중이던 천안함 유가족을 내쫓고 이를 인터넷에 알린 유가족들을 향해 ‘가짜뉴스’로 규정하며 법적 책임까지 묻겠다며 겁박한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천안함 유가족들은 ‘VIP' 안 후보 때문에 현충원에서 쫓겨났고 국민의당이 가짜뉴스라고 매도했던 뉴스는 ’진짜‘로 드러났다.
안 후보는 3월26일 대전의 국립현충원을 참배했는데 당시 국민의당 쪽이 현충원에 먼저 와 있던 천안함 유족들에게 VIP가 오니 자리를 비켜달라고 요구하면서 사건이 비롯됐다.
국민의당이 말한 VIP는 다름아닌 안철수 후보를 지칭한다.
유족들은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묘역을 비워달라’는 요구를 공손하게 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현충원에 참배하러 온 유가족에게 자리를 비켜달라고 얘기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이번 사건으로 안 후보가 국민보다는 안 후보 자신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꼬집었다.
파장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안 후보는 18일 대전 카이스트에서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 그런 일이 없도록 더 세심하게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안 후보는 ‘살펴보겠다’고만 했지 끝내 ‘죄송하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상대 진영은 당연히 공격했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공보단장은 “안 후보 측은 유족들에게 추모의 시간과 공간을 뺏은 것은 물론 ‘가짜뉴스’로 규정해 글을 올린 유족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국민의당과 안철수 후보가 직접 사과를 하는 것이 유가족과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비판했다.
정치인은 죄송하다는 말에 인색해서 안 된다. 죄송한 일이 생겼다면 진성성있게 죄송하다고 말해야 한다. 그것도 용기이다.
그러나 안 후보는 죄송하다는 말에 인색한 모습을 보인다.
안 후보는 부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가 안 후보 보좌진에게 기차표 예매를 시키는 등 ‘갑횡포’논란이 불거졌을 때도 ‘아내와 같은 마음’ 이라며 끝내 죄송하다는 말은 입밖에 내지 않았다.
죄송한 일에 죄송하다고 말하지 못하는 것은 엘리트 의식의 산물일 수도 있다. 국민을 강조하는 안 후보에게 엘리트 의식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면 안 후보 스스로에게 손해다.
국민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분노했던 여러 이유 가운데 하나도 진정어린 사과를 할 줄 몰랐다는 점도 포함됐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