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매각이 추진되면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국영석유회사 아람코를 통해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떠오른다.
라진성 키움증권 연구원은 17일 “대우건설을 인수할 주체로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의 존재감이 부각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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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창민 대우건설 사장. |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최근 대우건설을 인수하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진다. 2월 초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부펀드 실무진이 대우건설로부터 직접 매각과 관련된 브리핑을 받았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아람코를 통해 대우건설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으로 건설업계는 바라본다.
아람코가 직접 대우건설을 인수하거나 아람코의 손자회사인 에쓰오일이 대우건설을 인수할 수도 있다. 이밖에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의 국부펀드회사가 대우건설을 인수하는 방안도 나온다.
대우건설은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비전2030에 큰 힘을 보탤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비전2030은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2018년에 아람코를 뉴욕증시에 상장한 뒤 여기에서 조달한 자금을 바탕으로 석유사업의존도를 낮추고 신도시 17곳, 주택 150만 호를 건설하겠다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에는 대규모 건설작업을 진행할 수 있는 건설회사가 사실상 없는 만큼 대우건설의 신도시개발 경험이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
대우건설은 2008년 알제리, 2012년부터 베트남 스타레이크시티에 신도시를 건설하고 있다. 특히 베트남의 스타레이크신도시사업은 대우건설이 직접 신도시 개발기획부터 금융조달, 시공, 분양까지 모든 과정을 책임지고 있다.
대우건설과 산업은행의 입장에서도 아람코 등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를 새주인으로 맞는 것은 호재일 수 있다.
대우건설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대우건설의 매각시기를 늦춰서라도 매각가를 높이려는 뜻을 보이고 있다. 산업은행은 대우건설의 주당가격이 1만3천 원까지 오른 뒤 매각하려고 하는데 이 경우 대우건설의 매각가는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합쳐 3조 원 가까이 될 수 있다.
대우건설의 매각가가 너무 높아 국내기업들은 선뜻 인수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뉴욕증시에 상장돼 막강한 자금력을 갖춘 아람코가 대우건설의 인수자로 나설 경우 산업은행은 대우건설을 ‘제값’에 팔 가능성이 커진다.
대우건설이 아람코 등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에 인수되면 비전2030에 힘입어 성장동력을 발굴할 수도 있다. 대우건설은 베트남 신도시사업같은 해외수주를 늘려야 한다는 주문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대우건설 매각절차가 본격화하고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아람코를 통해 인수에 뛰어들 경우 에쓰오일의 경우처럼 국부유출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에쓰오일은 매해 배당성향이 40~60%에 이를 정도로 많은 배당금을 책정하는데 여기에서 가장 큰 재미를 보는 곳은 아람코다. 한국에서 사업을 벌여 거둔 이익이 사우디아라비아로 흘러 들어가는 셈이다.
대우건설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주택을 공급하는 건설사 1위에 오를 정도로 국내 주택시장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크다. 국내 주택사업은 토목사업이나 해외 플랜트사업보다 수익성도 훨씬 좋다.
대우건설이 해외에 팔릴 경우 에쓰오일과 마찬가지로 국내 주택사업으로 거둔 이익이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의 곳간으로 흘러들어가는 셈이어서 실제 매각이 현실화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