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후폭풍이 거세다.
검찰 내부에서조차 “특별검사로 수사를 다시 해야 한다”(임은정 의정부지검 검사)는 반응이 나온다.
박근혜 게이트로 박근혜 전 대통령은 물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거물급 인사들이 모조리 구속을 피하지 못했는데 우 전 수석만 유일하게 검찰의 칼끝을 두번씩이나 피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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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12일 구속영장 기각 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을 나오고 있다. <뉴시스> |
검찰의 팔이 안으로 굽는 거야 당연하겠지만 우 전 수석의 경우는 ‘제식구 감싸기’ 차원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임은정 검사는 12일 검찰 내부게시판에 “검찰 수뇌부에 원죄가 있기 때문에 수뇌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는데 이 시점에서 곱씹어 볼 만한 발언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은 법무부와 검찰 등 사정라인을 총괄하는 힘있는 자리다. 검찰 수뇌부 인사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박영수 특검은 우 전 수석이 박근혜 게이트가 불거진 뒤 김수남 검찰총장을 비롯한 현 검찰 수뇌부와 수천회가 넘는 통화를 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우 전 수석이 현 검찰 수뇌부와 어떤 식으로든 연루돼 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박근혜 게이트의 핵심당사자가 검찰 수뇌부와 통화를 한 것 자체가 결코 가볍지 않은 사안인데도 검찰은 일상적인 통화였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일각에서 특검이 통화내역을 공개한 게 오히려 우 전 수석에게 '폭탄'을 쥐어준 결과를 낳았다는 말도 나온다. 우 전 수석이 검찰의 해명과 달리 “수사와 관련한 논의를 했다"고 진술한다면 검찰 수뇌부도 줄줄이 수사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우병우가 구속될 위기에 처할 경우 충분히 ‘같이 죽자’는 식으로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수사팀에서 제대로 수사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우 전 수석이 검찰 수뇌부를 잘아는 고검장 출신 변호사를 찾아가 변론을 부탁하며 ‘나는 혼자선 안 간다’고 얘기했다는 말이 파다하게 퍼지기도 했다.
2014년 ‘정윤회 문건' 파동이 터졌을 때 검찰이 제대로 수사만 했더라면 오늘의 박근혜 게이트는 터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얘기한다.
당시 검찰은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보다 문건유출로 본질을 흐리며 사건을 사실상 덮어버렸는데 ‘정윤회 문건’ 사건을 지휘했던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김수남 검찰총장이다.
우 전 수석은 당시 청와대 민정비서관이었다. ‘정윤회 문건’ 을 ‘깔끔하게’ 처리한 공로로 이후 두 사람 모두 탄탄한 출세가도에 올랐다는 게 검찰 안팎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박근혜 게이트로 검찰개혁은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는 데 누구나 공감한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닌 검찰이 통제받지 않는다면 다음 정부에서도 제2, 제3의 우병우가 나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19대 대선에 나선 후보들은 검찰개혁을 최우선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검찰개혁 목소리는 늘상 존재했지만 결과는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검찰은 결코 스스로 변하지 않는다는 점이 이번 우병우 영장기각으로 다시 한번 증명됐다.
특검 도입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검.경 수사권 분리 등 다양한 해법이 제시되고 있지만 무엇보다 검찰개혁을 이끌 가장 큰 힘은 결국 국민일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헌법 1조2항)는 말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