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시바의 반도체사업 인수금액이 30조 원 이상으로 치솟은 것으로 알려져 인수전 결과를 가늠하기가 더욱 어렵게 됐다.
11일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에서 대만 홍하이그룹이 도시바 반도체사업 인수금액으로 최대 3조 엔(약 30조9140억 원)을 제시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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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궈타이밍 홍하이그룹 회장. |
애초 20조 원대로 알려진 인수금액을 크게 웃도는 파격적인 금액이어서 인수전 양상이 더욱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게 됐다.
도시바 반도체사업 인수전은 SK하이닉스와 미국 사모펀드 실버레이크, 반도체기업 브로드컴연합의 3파전 양상으로 압축될 것이란 관측이 높았는데 홍하이그룹이 강력한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도시바와 일본정부는 최근까지 중국이나 한국기업이 아닌 미국기업이 인수할 것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홍하이그룹이 인수전에 거액을 베팅할 경우 인수전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홍하이그룹은 애플 제품의 조립업체인 폭스콘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지난해에는 일본 내부의 반대여론을 물리치고 전자기업 샤프를 인수한 적도 있다. 도시바의 반도체사업까지 인수하면 더욱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
궈타이밍 홍아이그룹 회장은 3월 초 “우리가 도시바의 반도체를 인수할 가능성을 확신하고 진지하게 뛰어들고 있다”며 “독점금지규제에서 자유로운데다 강력한 글로벌 유통기반과 자금력을 모두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한 의지를 보였다.
도시바와 일본정부는 다른 후보와 인수금액에서 월등히 차이가 날 경우 홍하이그룹의 제안을 거절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기술유출과 안보위협 등 국가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매각을 추진한다는 기존의 방침이 흔들릴 수 있다.
도시바 반도체사업의 몸값이 3조 엔 이상까지 치솟은 점을 놓고 그만한 기업가치가 있는지 의문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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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
인수전 초기만 해도 10조 원으로 추정됐던 금액이 글로벌 기업의 참여와 눈치전이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3배 이상 수준으로 뛰었기 때문이다.
도시바는 세계 낸드플래시시장의 약 20% 수준을 점유하고 있다. 세계 최초로 낸드플래시 메모리 상용화에 성공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기업으로부터 매년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기술사용료도 짭짤하게 거두고 있다.
3월29일 마감된 도시바 반도체사업 인수 입찰마감에는 대만의 폭스콘(혼하이정밀), 한국의 SK하이닉스, 미국의 브로드컴 및 사모펀드 실버레이크 등 최소 4개사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셈법이 꼬이게 될 수도 있다.
무리하게 인수를 추진하자니 재무부담이 커지고 인수를 포기하자니 낸드부문의 경쟁력 강화를 포기해야 하는 것은 물론 홍하이그룹이 품에 안을 경우 중국의 메모리시장 지배력이 더욱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