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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일 오후 베트남 하노이에 위치한 '롯데센터 하노이' 오픈식 리셉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뉴시스> |
제2롯데월드에 입점할 업체들이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5월 개장을 준비했는데 계속 미뤄져 손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최악의 경우 거액의 손해배상소송을 당할 수도 있게 됐다. 롯데그룹은 해외명품업체들이 손해배상소송 등을 제기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 하나둘 불만 드러내는 입점업체들
22일 업계에 따르면 제2롯데월드 입점을 준비하고 있던 업체들 사이에서 제2롯데월드의 개장이 크게 미뤄지자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계 외식체인점의 국내사업을 맡고 있는 조재형 대표는 21일 “4개월째 개장승인만 기다리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지난해부터 미국 본사를 오가며 사업을 준비해 왔다.
조 대표는 “롯데로부터 5월 롯데월드몰을 개장할 것이라는 통보를 받고 직원도 150명 채용했다”며 “하지만 9월이 되도록 개장은커녕 언제 개장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독일의 여행가방 브랜드 리모와(RIMOWA)의 디터모르첵 대표도 지난 20일 한국을 방문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제2롯데월드가 빨리 개장하길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명품관인 에비뉴엘동에 입점예정인 200개 이상의 브랜드 업체 대표 가운데 제2롯데월드 개장연기에 대해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해외브랜드 가운데 한국에 처음 진출하면서 제2롯데월드에 첫번째 매장을 내기로 한 회사들은 다른 곳보다 더욱 불만이 크다. 이들은 이미 채용한 인력을 다른 매장으로 돌릴 수도 없는 데다 들여온 재고를 다른 곳에서 팔 수도 없기 때문이다.
롯데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입점하기로 한 점포 중 40여 곳이 이런 문제를 겪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한참을 기다리다 결국 다른 곳에 매장을 내는 것으로 방침을 바꾸기도 했다.
해외 패션업체들은 10월 이후에도 개장이 되지 않으면 피해보상까지 요구할 태세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업체들은 롯데와 원만한 관계를 위해 불만을 눌러왔던 데 비해 명품이나 해외유명 브랜드들은 보상을 요구하며 실력행사에 나설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해외 패션브랜드의 한 관계자는 “수십 개가 넘는 해외 패션잡화 브랜드가 개장지연을 참는 것은 10월이 마지막이 될 수 있다”며 “그 뒤부터 백화점 입점을 철회하는 등 대책에 나선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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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5월 서울 잠실 제2롯데월드 공사현장을 점검하고 있다.<사진=롯데그룹 제공> |
◆ 임시개장 여러 차례 미뤄지면서 손해도 눈덩이
서울시가 제2롯데월드 저층부의 임시개장 승인을 보류한 뒤 입점업체 1천여 곳은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영업일정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미리 준비한 물량을 재고로 떠안아야 하는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패션업체의 경우 계절이 바뀌면서 준비했던 상품이 이월상품이 됐다. 패션업체의 한 관계자는 “재고상품이 돼버리면 50% 이상 가격을 낮춰 판매할 수밖에 없다”며 “다른 매장으로 물량을 돌려 판매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레스토랑 등 식품업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준비해 둔 식자재를 고스란히 갖다 버려야 하는 처지다. 최근 에비뉴엘동 식당가에 들여오려던 이탈리아레스토랑 ‘펙(Peck)’은 이탈리아에서 공수해 온 식재료 7천만 원어치를 전량 폐기처분했다. 현지에서 데려온 주방장도 다시 돌아갔다.
제2롯데월드에서 근무할 예정이었던 직원들도 피해를 입고 있다. 입점업체 대부분은 롯데그룹의 말에 따라 5월 입점을 염두에 두고 판매사원을 고용했다. 하지만 개장이 계속 미뤄지면서 직원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떠나고 있다.
롯데물산과 협력업체가 지난 3월 채용박람회를 통해 채용한 1천여 명의 인력도 갈 곳을 잃었다. 롯데는 상업시설이 개장하면 6천여 개의 일자리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사전교육이나 준비가 필요한 일자리 1천여 개를 미리 마련해 뒀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제2롯데월드 개장지연으로 제품가치 하락과 인건비 부담으로 롯데가 입은 피해만 2천억~3천억 원으로 추산된다.
롯데는 입점예정 업체들의 매출손실이 월 900억 원 수준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원래 개장하려던 5월부터 지금까지 업체들의 매출 손실 규모를 합치면 3천억 원을 넘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서울시는 이달 안에 제2롯데월드 저층부 임시사용 승인 문제를 결론 낸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제2롯데월드 조기개장에 매달리고 있다. 그는 제2롯데월드 프리오픈(사전 임시개장) 마지막 날인 16일에도 현장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