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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부문 사장(왼쪽)과 조성진 LG전자 생활가전(HA)사업부 사장 |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가전전쟁’이 이번에 에어컨으로 번졌다.
LG전자의 전직 임직원이 삼성전자의 시스템에어컨 기술을 빼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검찰이 수사에 들어갔다.
최근 불거진 ‘세탁기 파손 검찰 수사’에 이어 에어컨 기술유출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세계 백색가전업계 두 공룡의 갈등이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 검찰, 삼성전자 기술유출 경위 조사중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LG전자 허모(53) 전 상무와 윤모(44) 전 부장을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 등으로 지난 1일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고 22일 밝혔다.
검찰은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아 이를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서영민 부장검사)에 배당한 뒤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09년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이 에너지 고효율 시스템에어컨 연구개발(R&D) 사업을 공모할 당시 삼성전자의 사업계획 발표 자료를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자료는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자료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공모에 모두 참여했는데 삼성전자가 먼저 사업계획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평가원 경쟁입찰 결과 연구개발 과제를 따낸 곳은 LG전자였다.
경찰은 윤 전 부장을 상대로 조사를 벌인 결과 윤 전 부장이 삼성전자의 사업계획을 입수해 USB에 저장한 뒤 이를 허 전 상무에게 전달한 정황을 포착했다. 경찰은 허 전 상무가 이를 LG전자 사업계획서 작성에 활용했을 가능성 등을 수사해 왔다.
검찰은 경찰 수사기록과 허 전 상무 등이 보유하고 있던 자료를 확보하고 검토를 마치는 대로 LG전자 관계자들을 소환하기로 했다. 이들을 상대로 기술유출 경위와 추가로 다른 공범이 있는지, 유출의 대가로 금품이 오갔는지 등을 수사할 예정이다.
이번 사건은 업무상 배임 등으로 지난해부터 수감중인 윤 전 부장의 폭로로 수사가 시작됐다. 그는 LG전자 시스템에어컨 사업부 재직 당시 삼성전자의 사업계획서를 직접 빼냈으며 이는 허 전 상무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2011년 퇴직한 허 전 상무를 입건한 상태다.
◆ LG전자 “회사에 앙심 품은 전 직원의 주장”
LG전자는 “기술유출에 가담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하고 있다.
LG전자는 “2012년 내부감찰을 벌인 결과 윤 전 부장의 비위사실이 드러나 검찰에 고소했다”며 “이에 윤 전 부장은 회사에 앙심을 품고 일방적 주장을 펼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전 부장은 회사 동료인 박모(51) 팀장과 짜고 각자 부인 명의의 유령업체에 용역을 줬다고 꾸며 회사 자금 수십억 원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됐다. 배임혐의가 드러나자 회사의 사업계획서를 빼돌려 거래를 요구하는 등 문제가 많았다는 것이 LG전자의 설명이다.
윤 전 부장은 지난해 1심과 항소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복역중이다.
LG전자는 “이 사건과 관련해 회사 임직원 일부가 경찰조사를 받았지만 큰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고 경쟁사도 특별한 문제제기를 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회사는 “과거 여러 번 공동작업을 벌여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만큼 굳이 경쟁사 자료를 조직적으로 빼낼 필요가 없다”고 해명했다.
가전업계는 이번 사건으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업계 주도권을 두고 벌이고 있는 신경전이 고조될 수 있다고 본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2014 국제가전박람회(IFA)’ 기간에 독일에서 발생한 세탁기 파손 사건과 관련해 고의성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삼성전자는 조성진 LG전자 사장 등이 독일 베를린의 자툰 슈티글리츠 매장에 전시돼 있던 자사의 크리스탈 블루 세탁기를 고의로 파손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4일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CCTV와 문제의 세탁기를 검찰에 증거물로 제출하기로 했다.
LG전자는 “조 사장 등이 제품을 살펴 본 사실은 있다”면서 “다만 경쟁사 제품을 일부러 파손시킬 의도로 그런 행위를 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