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선의 특징 중 하나는 보수후보의 존재감이 극히 미미하다는 것이다. 박근혜 게이트로 이번 대선이 야권후보인 ‘문재인 대 안철수’의 양자대결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범여권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에서 최근 보수표를 무섭게 잠식하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쪽으로 공격의 화살을 옮기며 보수층 결집을 도모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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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왼쪽)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 |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7일 비대위 회의에서 “안철수 후보가 보수표를 차지한다는 말이 많은데 안 후보의 ‘보수 코스프레’는 결코 얼마가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를 향한 보수표심 쏠림현상이 실체가 아니라 허구라는 것이다.
정 원내대표는 "보수우파층에서 안 후보에 솔깃해하는 것은 아무런 이유없이 안 후보의 실체를 잘 모르기 때문"이라며 "목소리가 바뀌었다는 식의 인상평은 잠시 눈길을 끌 뿐 종국적으로 국민의 선택을 받을 신뢰의 근원은 될 수 없다"고 깎아내렸다.
홍준표 후보도 안 후보와 국민의당 때리기에 팔을 걷어붙였다.
홍 후보는 6일 기자들과 만나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허수아비”라며 “안 후보를 찍으면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가 상왕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안 후보를 조종하는 사람이 박 대표이고 안 후보는 박 대표의 각본에 따라 춤추는 인형에 불과하다”며 “어찌됐든 안 후보는 지지율이 올라가면 보유주식(안랩)의 값도 올라가니 좋기는 하겠지만 폭락할 때도 대비하기 바란다”고 뼈있는 충고를 던졌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도 안 후보 때기기에 가세했다.
유 후보는 7일 부산지역 당원 필승결의대회에서 “안철수 뒤에 박지원이 있다”며 “박지원은 대북송금 사건 주범으로 감옥까지 갔다온 사람”이라고 직격했다.
그는 “국민의당은 사드 배치에 당론으로 반대하는 집단”이라며 “그런 집단이 탄핵 쓰나미 때문에 여론조사에서 이득을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범여권 후보들이 ‘안철수 때리기’에 집중하는 것은 한달여 남은 대선판도가 ‘문재인 대 안철수’의 양자대결로 고착화되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보수표심의 안철수행’을 더 이상 방치할 경우 범여권의 입지는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도 바닥에 깔려 있다.
자유한국당은 언론의 양자대결 부각을 편파보도로 규정하며 불만을 터뜨렸다.
강효상 중앙선대위 미디어본부장은 7일 여의도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여론조사가 대선판을 흔들고 있다”며 “여론조사라는 그럴듯해 보이는 가짜 통계 뒤에 숨어 대선구도 프레임을 만들고 국민의 시야를 좁히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 본부장은 “이번 대선이 엄연히 다자구도인데도 일부 언론이 문 후보와 안 후보의 맞대결 구도를 부각해 한국당 지지층의 불안과 무기력증을 조장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당은 선대위 차원에서 각 언론사에 균형보도를 촉구하는 한편 홍 후보를 배제하는 양강구도 보도가 계속될 경우 법적인 대응도 강구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홍 후보는 7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문재인 38%, 안철수 35%, 홍준표 7%)를 놓고 “왜 이런 조사결과가 나오는지 짐작은 하지만 참 어이가 없다”며 “집권 후까지 내다 본 사업구상은 이해할 만하지만 공정한 여론조사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