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양하 한샘 회장이 ‘가구공룡’ 이케아의 공세에 ‘디자인 경영’으로 맞설 채비를 단단히 하고 있다. 디자인 교수를 영입해 디자인을 강화하고 대형매장을 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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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양하 한샘 회장 |
최 회장은 최근 최고디자인경영자(CDO)를 신설하고 서울대 디자인학부 권영걸 교수를 사장으로 영입했다.
권 사장은 우리나라 공공디자인의 대부로 알려진 인물이다. 서울대학교 응용미술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캘리포니아대학(UCLA)에서 디자인학 석사를, 고려대에서 건축공학 박사를 받았다. 서울대 미술대학 학장을 역임했고, 2006년 한국공공디자인학회를 창설해 국내에 ‘디자인 공개념’을 도입하기도 했다.
오세훈 시장 재임 시절인 2007~2009년에는 부시장급 겸 디자인 서울총괄본부장을 맡아 '디자인 서울' 사업을 이끌었다. 당시 추진했던 대형 프로젝트 중 하나가 옛 동대문운동장 부지에 들어서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다. 영국의 세계적 건축가인 자하 하디드가 건축설계를 맡아 화제가 됐는데, 오는 3월 개장한다.
권 사장은 “한샘은 한국의 기업사에 최초의 ‘디자인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라며 “서구 디자인 일변도의 가구 인테리어 시장에 동서양의 가치가 융합된 제3의 디자인을 개척해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어 가겠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권 사장 영입을 통해 디자인 경영을 가속화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권 사장이 “매출 1조 원을 넘어선 지금이 한샘의 재도약을 위해 종합 디자인정책을 수립하고, 브랜드 마케팅 전략을 체계적으로 운영해 나가야 할 시점"이라면서 "한샘이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디자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한 것도 최 회장의 이런 의지와 닿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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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영길 한샘 최고디자인경영자(CDO) 내정자 |
최 회장은 또 디자인 경영을 통해 사업 다변화를 꾀하려고 한다. 앞으로 한샘은 더 이상 ‘가구 단품이 아닌 공간을 판다’는 전략을 추진하기로 했다. 최 회장이 한샘을 ‘공간 디자인 솔류션 업체’라고 자리매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부엌가구, 책장뿐 아니라 매트리스, 건자재 부문 등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가고자 하는 것이다.
이는 가구공룡 이케아가 올해 말부터 광명에 대규모 매장을 내고 앞으로 고양 등에 제2, 제3 매장의 설립을 추진하는 등 한국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는 데 대한 공세적 대응책이기도 하다.
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권 사장의 역할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의견도 내놓는다. 뒤늦은 선택이라는 얘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케아의 한국 진출에 한샘이 디자인 쪽으로 급선회하고 있는데 디자인이 중요한 가구회사인 한샘에서 뒤늦게 디자인 기업을 표방한 것은 늦은 감이 있다”고 말했다.
권 사장의 한샘 합류는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의 권유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정년퇴임을 앞둔 권 사장은 “한샘의 디자인 혁명을 일으켜 달라”며 조 명예회장의 권유에 마음이 움직였다고 한다. 권 사장과 조 명예회장은 서울대 출신으로 서울대 미술관 등에서 깊은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최 회장은 올해를 한샘이 글로벌 가구회사로 성장하는 해로 삼고 있다. 최 회장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스웨덴 가구업체 이케아와 미국 건자재 유통회사 홈데포를 결합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품질과 가격경쟁력을 높여 미국, 중국 시장을 적극 공략할 것이라고도 했다.
최 회장은 지난달 2일 시무식에서 “매장, 광고, 마케팅, 판촉, 브랜드가 좋다 하더라도 가장 중요한 것은 제품”이라며 “핵심 제품은 30%의 가격 경쟁력, 주력 제품은 15%의 가격 경쟁력은 가질 수 있어야만 고객을 감동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이케아의 한국 진출이 오히려 시장을 넓힐 기회라고 정면으로 맞서는 전략을 선택하고 있다. 한샘은 상반기 중으로 목동에 5,000㎡(1500평) 규모의 대형 직매장을 연다. 한샘 관계자는 "현재 15개인 대형 인테리어 대리점을 연말까지 40개로, 12개인 부엌 대리점은 25개로 늘릴 예정이다. 거점지역을 중심으로 매장을 대형화하면 이케아와 맞설 수 있다“고 말했다.
40년 전통의 한샘은 국내 가구 업체 최초로 작년 매출 1조원을 달성했다. 한샘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액이 1조61억원으로 2012년보다 28.5% 늘었고, 영업이익은 68.1% 증가한 794억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