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계절이다. 장수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을 이끄는 김태호 PD도 예외가 아닌 듯하다.
김 PD는 무한도전에 국민의원 특집 프로그램을 준비했다가 MBC 안팎에서 정치적 압박을 받고 있다.
30일 방송계에 따르면 자유한국당이 무한도전 4월1일자 특집방송분에 김현아 의원이 출연하는 것을 문제 삼아 방송금지 가처분신청을 낸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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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PD 김태호, '무한도전' 특집으로 정치적 외풍 휩싸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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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호 PD. |
자유한국당은 28일 논평에서 “김현아 의원은 바른정당 창당행사에 참석하고 공식행사에 사회를 보는 등 해당행위를 일삼아 왔다"며 "실제로는 바른정당 의원 2명이 출연하고 한국당 의원은 출연하지 않는 것이므로 방송의 공정성에 정면으로 반한다"고 가처분신청 이유를 밝혔다.
무한도전은 4월1일 ‘국민의원’ 특집을 예고했다.
지난해 12월부터 4개월에 걸쳐 온오프라인을 통해 국민의 목소리를 돕고 국민이 원하는 대한민국의 모습을 담겠다는 취지에서 제작된 것이다. 특히 무한도전이 재정비를 위해 결방하고 7주 만에 선보이는 것인 만큼 시청자들의 기대가 어느 때보다 높다.
형평성 차원에서 5개 정당에서 한명씩 국회의원이 출연하도록 해 김현아(자유한국당), 박주민(더불어민주당), 이용주(국민의당), 오신환(바른정당), 이정미(정의당) 의원 등이 촬영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자유한국당이 김현아 의원의 행적과 성향 등을 뒤늦게 문제삼고 나선 것이다.
김태호 PD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이번 프로그램 제작과 관련해 “국민이 보내주신 1만 건이 넘는 소중한 의견을 국회의원 사무실로 보내서 '현존하지 않으면서 가치있는 의견, 발의가 될 만한 것' 들을 선별하고, 이후 200명과 함께 실제 법으로 발의할 만한 것을 논의하는 녹화를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한도전은 MBC를 대표하는 예능프로그램으로 10년 넘게 인기를 이어오며 국민예능으로 자리잡았다. 유재석, 박명수씨 등 출연자들은 물론 초창기부터 프로그램을 이끌어온 김태호 PD의 팬덤도 국내외에 막강하다.
자유한국당의 이번 가처분신청을 놓고 비난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프로그램 게시판 등에 정치적 형평성을 주장할 수는 있지만 명백히 자유한국당 의원이 출연했는데도 딴지를 걸어 정치적 외압을 행사하는 것이란 내용의 비판이 들끓고 있다.
제작진은 30일 공식입장을 내고 자유한국당을 향해 "'무한도전' 방송 보시면 지금의 걱정이 너무 앞서지 않았나 생각하실 것이다"며 "오히려 국민들이 어떤 말씀하시는지 직접 듣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경선후보는 최근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MBC가 심하게 무너졌다”고 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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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PD 김태호, '무한도전' 특집으로 정치적 외풍 휩싸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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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한도전-국민의원' 편 예고 이미지. <MBC> |
MBC는 이명박 정부 말기인 2012년 김재철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170일에 걸친 노조 파업이 일어났고 그 뒤 5년이 지났지만 내부적으로 후유증이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업 뒤 노조 간부들이 줄줄이 해고되거나 한직으로 밀려났고 지금도 내부 구성원들과 경영진 사이 인사파행과 공정보도 등을 둘러싼 갈등의 골이 깊다.
무한도전 이번 특집도 애초 대선후보 5명과 국회의원을 섭외해 ‘시민이 원하는 정책’ 관련 프로그램을 ‘윗선’ 몰래 제작하려했다가 발각되면서 기획을 수정했다는 말이 나돈다. 경영진으로부터 지지율 낮은 보수계열 후보까지 출연하도록 하지 않을 경우 방송을 못하도록 하겠다는 압력이 내려온 것으로 전해진다.
김태호 PD는 고려대 신문방송학과를 나와 2002년 MBC 공채로 입사했다. 주로 예능프로그램에서 실무를 익힌 뒤 2006년부터 무한도전 연출을 맡고 있다. 국내에서 나영석 PD, 신원호 PD와 함께 스타PD 3인방으로 꼽힌다.
무한도전이 10년 넘는 국민 버라이어티로 자리잡은 데는 출연자들의 인기와 김 PD의 기발한 아이디어 못지않게 국민 눈높이에 맞는 시의적절한 감각 덕분이다. 예능프로그램인 만큼 직접적으로 사회적 현안에 목소리를 내기보다 깨알 같은 풍자를 담아 시청자의 갈증을 웃음으로 해소해온 것이다.
김 PD는 지난해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실태가 알려지고 촛불집회가 본격화하자 한국사 스타강사 설민석씨를 섭외해 ‘역사X힙합 프로젝트-위대한 유산’을 방송해 초등학생들까지 역사의식을 불어넣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