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반도체 위탁생산사업에 연구개발과 생산투자를 대폭 확대하며 글로벌 1위 업체인 TSMC의 점유율을 맹렬히 추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위탁생산시장에서 앞선 공정기술력을 통해
지배력을 강화하며 시스템반도체의 실적기여를 본격화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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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겸 시스템LSI 사업부 사장. |
도현우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24일 “삼성전자와 미국 글로벌파운드리가 위탁생산 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며 “대만 TSMC를 따라잡기 위한 투자경쟁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TSMC는 올해 글로벌 위탁생산시장에서 54%의 매출점유율로 압도적 1위를 지킬 것으로 추정됐다. 글로벌파운드리가 10%로 뒤를 잇는다.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 후발주자로 5%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대만 UMC에 이어 4위다. 하지만 생산투자로 물량을 본격적으로 확대하면 영향력을 빠르게 높일 수 있다.
반도체의 성능과 생산효율을 높일 수 있는 미세공정기술에서 삼성전자가 10나노 공정을 최초로 도입하는 등 가장 앞서가며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도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화성 반도체사업장에 수년만에 시스템반도체 신규공장을 건설하고 있다”며 “미세공정 도입으로 필요한 장비도 늘어나 전체 투자금액이 대폭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트너는 5G통신의 보급과 사물인터넷, 전장부품 등 신산업의 성장으로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며 위탁생산 시장규모가 2020년까지 연평균 5.9% 성장할 것으로 추정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메모리반도체사업을 주력으로 하며 위탁생산라인은 자체개발한 반도체를 생산하거나 애플의 아이폰용 프로세서를 생산하는 등 제한적 용도로만 활용해왔다.
하지만 14나노 공정을 업계 최초로 도입한 뒤 지난해부터 퀄컴과 엔비디아 등 글로벌 주요 반도체기업들의 위탁생산 수주가 늘자 충분한 성장가능성을 보고 사업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도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공정기술력에서 자신감을 확보해 오랜만에 시스템반도체 생산시설 투자를 시작했다”며 “이전과 비교해 매우 공격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삼성전자는 내년부터 양산을 계획하고 있는 7나노 공정용 장비의 도입도 업계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TSMC가 10나노 공정도입에도 차질을 빚으며 고전한 만큼 삼성전자가 7나노 도입을 앞당길 경우 더 강력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퀄컴과 애플, 엔비디아 등 글로벌 위탁생산 주요고객사는 반도체 성능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미세공정기술 적용에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기술력에서 우위를 지속하며 투자확대로 여러 고객사를 소화할 수 있는 충분한 양산능력을확보할 경우 TSMC의 위탁생산 물량을 대거 빼앗아올 공산이 크다.
애플은 아이폰의 프로세서 생산을 이전에 삼성전자에 맡겼지만 지난해부터 전량을 TSMC에 위탁하고 있다. 퀄컴과 엔비디아도 현재 일부 제품을 제외하면 모두 TSMC에 물량을 맡기고 있다.
도 연구원은 TSMC가 최근 12나노 공정 도입을 검토하는 등 삼성전자로 옮겨가는 고객사를 지키기 위한 대응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고 파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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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공장. |
글로벌파운드리가 최근 생산공장에 투자를 늘리는 것도 결국 삼성전자에 이득이 될 수 있다. 글로벌파운드리는 기술력이 크게 뒤진다. 이 때문에 사용료를 내고 삼성전자의 14나노 공정을 들여와 적용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글로벌파운드리가 일제히 공격적으로 생산량 확대투자를 벌여 시장점유율을 빼앗아올 경우 TSMC의 연구개발 투자역량이 상대적으로 약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글로벌파운드리가 TSMC의 전성기를 마감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투자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시장의 판도가 충분히 흔들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사업에서 메모리반도체에 영업이익의 90% 이상을 의존하고 있어 시스템반도체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 메모리반도체는 업황변동에 취약해 안정적 실적을 내기 어렵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삼성전자의 시스템LSI사업부 영업이익이 1조620억 원을 기록하며 최초로 1조 원대를 넘을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보다 60.1% 급증하는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