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승환 아모레퍼시픽 대표이사 사장이 중국 사업에서 매출 반등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 사진은 김 대표가 2026년 5월 미국 플로리다 팜비치에서 열린 '2026 WWD 뷰티 CEO 서밋'에서 발표하는 모습. <아모레퍼시픽> |
김승환 대표는 과거 중국에 법인을 설립하고 '설화수'의 흥행을 끌어낸 공로를 인정받아 그룹에서 현재 입지까지 올랐다. 김 대표가 올해 중국 사업의 핵심 경영진을 교체하고 제품의 과학적 효능을 앞세워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가다듬은 만큼 현지에서 두 번째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26년 10월29일 아모레퍼시픽이 3분기 실적을 발표한 이후 이날까지 보고서를 발표한 증권사 13곳 가운데 9곳이 회사의 4분기 중화권 매출을 두고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허제나 DB증권 연구원은 3일 보고서에서 "아모레퍼시픽은 중국에서 브랜드 및 채널 구조조정을 마쳤다"며 "중화권 사업에 대한 실적 눈높이를 높일 만하다"고 분석했다.
회사의 올해 3분기 중화권 매출은 1044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 감소했다. 다만 1분기와 2분기에는 매출이 각각 14%, 6% 감소했다는 점에서 분기를 거듭할수록 매출 감소 폭은 줄어들고 있다.
그동안 매출 감소세를 이어왔음에도 중화권 사업의 흑자 기조는 꾸준히 유지한 것으로 파악된다.
아모레퍼시픽은 지역별 사업의 영업이익을 공개하지는 않고 있지만 중화권에서는 2025년 연간 흑자 전환에 성공한 데 이어 올해 3분기까지 흑자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김 대표는 올해 들어 중국 사업의 전열을 정비하면서 매출 반등을 위한 기반을 마련해 온 것으로 보인다.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3월 중국법인장에 홍콩 출신의 쉬다런(Daniel Hui) 사장을 선임했다. 최근 4년 동안 중국 사업 책임자가 세 차례 바뀌었지만 내부 출신 경영진을 선임했던 기조를 깨고 외부에서 전문가를 영입해 중국 사업을 맡겼다는 점이 눈에 띈다.
쉬 사장은 글로벌 컨설팅기업 맥킨지에서 20년 넘게 근무한 중화권 소비재·유통 분야 전문가다. 홍콩의 멀티브랜드숍(MBS) 왓슨스에서 상품 기획과 유통 운영을, 동남아 전자상거래 플랫폼 '라자다'에서 온라인 사업을 맡았다.
김 대표는 핵심 경영진을 교체한 이후 제품의 과학적 효능을 중국 사업의 새로운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9월 중국 난징에서 열린 화장품 산업행사 '2026 CAME'에서 설화수·라네즈·이니스프리·헤라·에스트라·려 등 6개 브랜드를 중국 사업의 핵심 브랜드로 소개했다.
기존 설화수·라네즈·이니스프리·려에 메이크업 브랜드 '헤라'와 더마(피부과학) 스킨케어 브랜드 '에스트라'를 더한 구성이다. 특히 에스트라가 민감성 피부와 피부장벽 관리에 전문성을 갖춘 스킨케어 브랜드로 제품의 기술력과 효능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 ▲ 김승환 대표는 올해 3월 아모레퍼시픽의 중국 법인장을 쉬다런 사장으로 교체했다. 사진은 올해 9월 중국 난징에서 열린 화장품 산업행사 '2026 CAME'에서 쉬 사장이 기조 연설하고 있는 모습. <아모레퍼시픽> |
10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이노코스메(InnoCosme) 2026' 포럼에서는 아모레퍼시픽 현지 연구개발(R&D)센터의 수석연구원이 기조연설자로 나서 피부 노화 예방과 피부장벽 강화 등에 관한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 중국 현지에서도 자체 연구개발 성과를 대외적으로 알리며 과학적 전문성을 부각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전략은 중국 화장품 시장에서 K뷰티에 요구되는 경쟁력이 과거와는 달라졌다는 점을 고려한 행보로 풀이된다.
과거 한국 화장품은 한류 문화의 인기를 바탕으로 새로운 유행과 제품을 앞세워 중국 시장을 공략했지만 최근에는 중국 현지 브랜드들이 자체적인 제품 개발 역량을 키우면서 같은 방식으로 소비자를 확보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에 "중국 뷰티 시장은 유통망 확대를 넘어 제품 혁신과 연구개발, 브랜드 경쟁력 등 기업의 핵심 역량이 더욱 중요해지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현지 소비자에 맞춘 연구개발과 지속적인 디지털화, 지속가능한 발전을 3대 핵심 전략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에게 중국은 그룹 내에서 핵심 경영진으로 인정받는 데 발판이 됐던 시장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1969년생인 김 대표는 2006년 아모레퍼시픽에 입사해 중국 사업을 총괄하던 그룹 전략조직에서 경력을 쌓았다. 당시 중국 사업의 성과를 인정받아 입사 4년 만인 2010년 상무보로 승진했고 2013년에는 44세의 나이로 지주사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대표적 성과로는 설화수의 중국 진출을 추진했다. 설화수는 현재까지도 아모레퍼시픽의 중국 사업에서 가장 큰 매출 비중을 차지하는 브랜드다.
중국은 K뷰티의 성장축이 미국과 유럽 등 서구권으로 이동하는 가운데서도 국내 전통 화장품 대기업들이 여전히 중요하게 여기는 시장이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들 역시 "중국은 여전히 핵심 시장"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2026년 1~9월 한국 화장품의 대중국 수출액은 약 16억 달러로 미국(약 24억 달러)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중국은 2016년부터 2024년까지 9년 연속 한국 화장품의 최대 수출국 지위를 유지하다 지난해 처음으로 미국에 1위 자리를 내줬다.
다만 절대적 수출액으로 보면 미국은 여전히 중국의 전성기에 크게 못 미친다.
2025년 미국으로의 화장품 수출액은 약 22억 달러로 중국 수출이 정점을 찍었던 2021년의 약 49억 달러와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쉬 사장은 앞서 9월 중국 난징 행사에서 기조연설을 맡아 "우리는 중국 시장에 확고한 낙관론을 갖고 있으며 글로벌 전략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시장으로 여기고 있다"며 "현지 소비자에 맞춘 제품 혁신과 연구개발을 통해 장기적인 성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조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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