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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왼쪽)과 노환규 대한의사협회 회장(오른쪽) |
원격진료 도입, 의료법인의 영리 자회사 설립 등을 놓고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의 논의가 난마처럼 뒤얽혔다. 양쪽 협의체인 의료발전협의회의 합의안을 놓고 문형표 장관의 섣부른 굳히기가 화근이 됐다. 의협의 반발이 격하게 나와 쾌도난마의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 한 갈등은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의협은 19일 의료발전협의회에서 전날 원격의료 도입, 투자활성화 대책 등이 합의됐다는 발표를 전면적으로 부정하고 찬반 투표를 통해 오는 3월10일 총파업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의협은 "복지부와 의료발전협의회의 합의안은 내용상 부실과 절차적 하자로 인해 의사협회 집행부는 이를 공식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애초 19일로 예정된 총파업 찬반 투표를 21일로 연기해 8일 동안 진행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앞서 문형표 복지부 장관은 “원격의료, 투자활성화대책, 1차 의료 활성화, 건강보험분야 등 향후 제도개선 방향에 대해 큰 틀에서 합의를 이루었다”는 내용이 담긴 서신문을 의사들에게 배포했다. 문 장관은 이 서신문에서 “정부는 이번 합의결과를 충실히 이행해 국민에게 신뢰받고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보건의료체계를 구축해가도록 노력하겠다”며 “의료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건강보험 심사기준과 수가기준에 대해 의료계 의견을 적극 수렴해 신속히 개선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문 장관이 이런 서신문을 발송한 것은 18일 의료발전협의회 결과 발표 직후 의협이 결과 내용을 부정하고 나서자 발표 내용을 굳히기 위한 선제적 대응의 성격이 짙은 것으로 보인다. 의료발전협의회의 발표 내용을 분명히 하면서 의료수가 인상을 내세워 의사들을 달래려 한 것이다.
이 서신문이 발송되자 노환규 의협 회장이 발끈했다. 노 회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문형표 장관의 서신 발송은 매우 부적절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의료발전협의회의 결과 발표는 공식 입장이라는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음에도 문 장관이 ‘합의’라고 표현한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며 “문 장관을 포함해 정부 측은 ‘완승’이라고 여길지 몰라도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여론을 몰아가려고 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료발전협의회 결과가 발표된 뒤 의협은 내부 논란에 휩싸였다. 내부 책임론이 불거지고, 정부 안을 그대로 받아들였다는 비난도 거세게 일었다. 의협이 총파업 카드를 다시 꺼낸 것도 이런 내부 반발 때문이다.
의료발전협의회는 지난 18일 △원격의료는 충분한 시범사업 기간을 두고 추진하고 △투자활성화 대책은 영리 자법인 허용 범위를 일부 축소하고 △건강보험의 낮은 수가 문제는 전향적으로 검토한다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합의안’을 발표했다. 모양새로 보면 의협이 정부안을 거의 그대로 수용하는 수준의 합의안이다.
합의안을 살펴보면 원격의료 도입의 경우 의협은 의료법 개정 전 시범사업 추진을 주장했고 보건복지부는 의료법 개정 후 6개월 동안 시범사업을 추진하자고 했는데 정부의 입장이 반영됐다.
투자활성화대책의 경우 비영리 의료법인이 영리 자회사를 설립할 때 의료법인의 자본유출을 방지할 수 있는 규제책을 공동으로 마련하기로 했다. 또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에서 의료분야를 제외하는 사안은 보건복지부가 기획재정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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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대한의사협회는 찬반 투표를 통해 3월 10일 총파업하기로 결정했다. |
이런 안이 발표되자 노 회장은 곧바로 자신의 블로그에 “합의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하겠다”는 글을 남긴 데 이어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합의안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한편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등 3개 보건의약단체는 “합의 과정에서 의협은 많은 국민들의 우려대로 의사들의 건강보험 수가인상이라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국민건강증진이라는 의료인의 책무를 팔아넘기는 이기주의의 극치를 보여줬다"며 "의료영리화 정책을 추가로 논의하기로 한 것은 명백한 밀실야합”이라고 의협을 정면 비판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도 “정부의 의료 민영화 정책을 그대로 수용한 졸속적이고 기만적인 합의다”며 “의협은 의료 상업화에 반대하기로 한 6개 보건의료단체 합의 사항을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