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캐나다 래브라도 지역의 처칠 폭포에 있는 수력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퀘벡 등으로 송전하기 위해 연결된 송전선과 변전 시설의 9월 29일 모습. <연합뉴스> |
그러나 재생에너지 수요 강세로 전력망 관련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는 시각이 많아 HD현대일렉트릭과 LS일렉트릭 및 효성중공업 등 일명 ‘K전력기기’ 3사에 사업 기회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27일(현지 시각) 로이터는 프란체스코 라 카메라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 사무총장의 발언을 인용해 “올해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 증설량이 2021년 이후 5년 만에 처음 감소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카메라 사무총장은 지난 26일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에서 열린 국제 에너지 주간(SIEW) 행사에서 로이터와 만나 위와 같은 전망을 내놨다.
올해 재생에너지 증설량이 감소할 것으로 보이는 주된 원인은 발전 용량과 전력 배분 및 송전 용량 사이의 불균형이 꼽혔다.
전력을 수요처로 보내는 송전·배전망 확충이 지연되고 기존에 설치했던 설비마저 노후화를 비롯한 문제가 불거져 올해 재생에너지 설비 증가분까지 지난해보다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 것이다.
전력망이 수용 한계에 도달하면 생산해 둔 재생에너지 전력을 버리거나 발전 설비의 출력을 제한해야 한다.
실제 중국은 올해 상반기 송전망이 감당하지 못해 멕시코의 1년 전력 수요를 채울 만한 재생에너지 전력을 버렸다. 호주와 일본 등에서도 전력망이 부족해 재생에너지 설비 증설이 지연되고 있다. 이에 신규 설비 확대의 실효성이 떨어져 증설이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재생에너지 설비 증설량은 2021년 이후 매년 증가했다. 특히 2022년 2월24일 터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천연가스를 비롯한 러시아산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일 필요성이 커져 태양광이나 수력 등 재생에너지가 대체 에너지원으로 부각돼 관련 설비가 대폭 늘었다.
IRENA에 따르면 지난해 수력발전을 포함한 재생에너지 설비는 발전 용량 기준 692기가와트(GW)가 설치됐다. 2024년과 비교해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 15.5% 급증했다.
이에 더해 올해 2월28일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으로 에너지 공급 차질과 가격 상승을 경험한 각국은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비용 절감을 위해 재생에너지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발전설비 투자만으로는 에너지 안보를 달성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간신히 송전망에 연결한 풍력이나 태양광 에너지도 송전 용량 부족으로 낭비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는 화석연료 발전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낳는다”고 지적했다.
재생에너지는 통상 발전 지역과 소비 지역이 더 멀리 떨어져 있는 데다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변하는 특성으로 인해 화석연료 발전보다 송전망 연결이 더 중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로 전력망이 불충분해 재생에너지 설비를 완성해도 전력망에 연결하지 못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지난 9월21일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1700GW 규모의 재생에너지 설비가 완공 뒤 전력망에 연결하지 못해 대기 상태에 놓여 있다.
해당 재생에너지 설비 발전량은 영국 전역에서 연간 사용하는 전력 수요의 50배에 달하는 규모다.
| ▲ 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을 비롯한 임직원이 13일 미국 유타주에 있는 LS일렉트릭 유타 사무소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LS일렉트릭> |
이러한 송전망 병목은 HD현대일렉트렉과 LS일렉트릭 및 효성중공업 등 한국 전력기기 회사에 기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송전망 투자를 늘릴 필요성이 커진 가운데 한국 전력기기 3사도 증설에 나서며 수요 확대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IRENA는 지난 13일 펴낸 보고서에서 세계 송전망 투자를 현재 연간 약 5천억 달러(약 670조 원)에서 2026~2035년 연평균 약 1조 달러(약 1340조 원)로 두 배 늘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HD현대일렉트릭은 미국 앨라배마 몽고메리 공장에서 초고압 변압기를 생산한다. 변압기는 발전소에서 만든 전기의 전압을 높이거나 낮춰 멀리 보내고 쓸 수 있게 바꿔주는 송전망의 핵심 장치다.
HD현대일렉트릭은 총 2억 달러(2680억 원)를 투자해 2공장을 앨라매바에 짓고 있다. 2027년 4월 완공되면 생산능력이 50% 늘고 미국에서 쓰는 가장 높은 전압 등급인 765kV급 제품도 만들 수 있게 된다.
효성중공업은 미국 법인 효성하이코를 통해 테네시주 멤피스 공장에서 대형 전력용 변압기를 만든다. 이 공장은 현재 765kV급을 설계·제조할 수 있는 미국 내 유일한 시설로 알려졌다.
효성중공업은 1억5700만 달러(약 2100억 원)를 투자해 신공장을 지어 생산능력을 기존보다 50% 늘릴 계획을 갖고 있다.
LS일렉트릭은 텍사스주 배스트럽과 유타주에서 전기를 건물과 공장 곳곳에 나눠주고 사고가 나면 끊어주는 설비인 배전반과 중·저압 변압기를 생산한다.
배스트럽 공장에는 2030년까지 2억4천만 달러(약 3210억 원)를, 유타에 약 1억6800만 달러(약 2250억 원)를 투자해 배전반 생산능력을 증설 전보다 3배로 늘릴 방침이다.
로이터는 “HD현대일렉트릭을 비롯한 변압기 공급업체는 올해 상반기 북미 인공지능 인프라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수요 증가를 누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각국이 전력망 인프라 개선을 에너지 계획의 핵심 우선순위로 삼고 투자를 늘리고 있다는 점도 한국 전력기기 3사의 수혜 기대감을 높이는 요소로 꼽힌다.
미국 에너지부는 지난 9월24일 31개의 전력망 개선 사업에 모두 19억 달러(약 2조5천억 원)를 지원하는 프로그램(SPARK)을 발표했다. 프로그램에 따라 민간과 지자체도 별도로 33억5천만 달러(약 4조4800억 원)를 지원할 예정이다.
결국 송전망 한계로 올해 재생에너지 설비 증가 추세가 꺾일 수 있지만 각국의 전력망 투자가 늘어 HD현대일렉트릭과 효성중공업 및 LS일렉트릭 등 전력기기 업체에 오히려 수혜로 돌아올 가능성이 고개를 든다.
IEA는 “시급성을 인식한 많은 국가가 송전망 인프라를 국가 에너지 계획의 핵심 우선순위로 삼으면서 투자가 증가하기 시작했다”며 “미국, 유럽, 중국, 인도, 남미 일부 지역까지 이러한 추세가 확산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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