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키우치 주조의 현 오너이자 창업 가문의 8대손인 키우치 토시유키 대표이사가 21일 서울 강남구 씨에스알테이블에서 열린 시음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200년 역사의 일본 양조장 키우치 주조가 한국에서 열린 시음회에서 내놓은 대답은 '그렇다'였다.
21일 서울 강남구 씨에스알테이블에서 열린 키우치 주조 시음회에는 사케 4종과 위스키 1종이 준비됐다.
부엉이 로고가 그려진 '히타치노 네스트' 맥주로 국내에 잘 알려진 양조장의 행사였지만 정작 맥주는 없었다. 대신 광어회부터 더덕구이, 양념갈비까지 한국 음식에 어울리는 사케를 소개하는 데 무게를 뒀다.
이날 시음회에는 키우치 주조의 현 오너이자 창업 가문의 8대손인 키우치 토시유키 대표이사도 직접 참석했다.
키우치 대표는 "한국에 사케붐은 분명 올 것이라고 보고 있다"며 "한식과 일식은 매움의 차이만 있을 뿐 문화적으로 많이 비슷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키우치 주조는 이날 모두 4종류의 사케를 선보였다. 가벼운 탄산감이 있는 사케부터 쌀의 감칠맛을 살린 사케, 삼나무 향을 입힌 사케, 묵직한 산미를 지닌 사케까지 4잔의 성격은 제각각이었다. 같은 사케라도 제조 방식에 따라 음식과 어울리는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구성이었다.
키우치 주조는 1823년 일본 이바라키현에서 키우치 기헤이가 설립한 양조기업이다. 당시 지역 농가에서 거둬들인 쌀 가운데 남은 물량을 활용해 술을 빚기 시작했다. 대표 사케 브랜드인 '키쿠사카리'도 이때 탄생했다. 히타치노 네스트 맥주는 이보다 170년 이상 지난 1996년에 출시됐다.
첫 번째로 마신 '키쿠사카리 하루이치린'부터 일반적 사케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와인으로 치면 스파클링 와인에 가까운 제품이다. 병 안에서 발효가 이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탄산이 특징으로 알코올 도수는 15%다.
미세한 탄산 뒤로 쌀의 부드러운 단맛과 가벼운 과실 향이 이어지는 스타일이다. 이날 소개된 음식 가운데서는 굴전과 갈치구이가 잘 어울리는 조합으로 제시됐다. 튀기거나 구운 음식의 기름진 맛을 가벼운 탄산으로 정리한다는 설명이었다.
두 번째 잔인 '키쿠사카리 준마이슈'에서는 탄산이 사라졌다. 하루이치린이 가벼운 탄산과 향으로 첫인상을 만들었다면 준마이슈는 쌀 자체의 맛에 집중한 술이었다.
사케 제조에 사용하는 대표적 쌀 품종인 야마다 니시키를 100% 사용했으며 정미율(쌀을 깎고 남은 비율)은 65%다. 화려한 향보다는 곡물에서 비롯되는 감칠맛이 중심에 있었고 앞선 하루이치린보다 차분한 성격이었다.
준마이슈와 어울리는 음식으로는 광어회와 방어회, 오징어 숙회 등이 제안됐다. 쌀의 감칠맛을 통해 생선 자체의 맛을 받쳐주는 조합이다. 한국 소비자들이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사케와 일본 음식의 조합에 가장 가까운 제품이었다.
| ▲ 시음회에서 선보인 키우치 주조의 주류. (왼쪽부터) 키쿠사카리 준마이슈, 키쿠사카리 준마이 타루자케, 키쿠사카리 야마하이 겐슈, 히노마루 시그니처 1823. <비즈니스포스트> |
타루자케는 삼나무 통에서 숙성한 사케다. 나무와 허브를 연상시키는 싱그러운 향이 쌀의 감칠맛 위에 얹어졌다.
이 제품에 제안된 음식은 고등어구이와 더덕구이였다. 특히 더덕구이가 눈길을 끌었다. 더덕 특유의 쌉싸름한 향과 삼나무에서 비롯되는 풍미를 연결한 조합이다. 음식의 향과 사케의 향을 연결하는 방식에 가깝다고 느껴졌다.
네 번째 사케인 '키쿠사카리 야마하이 겐슈'는 앞선 세 잔과는 무게감부터 달랐다.
야마하이는 자연 유래 유산균의 작용을 활용하는 전통적인 사케 제조 방식이다. 겐슈는 발효를 마친 뒤 물을 추가해 알코올 도수를 낮추지 않은 원주를 뜻한다. 해당 제품의 알코올 도수는 17%로 앞선 세 사케보다 2%포인트 높았다.
앞선 사케들이 비교적 가볍거나 나무 향에 특징이 있었다면 야마하이 겐슈는 진한 감칠맛과 산미가 중심이었다. 요거트와 치즈를 연상시키는 발효 향도 특징이다.
이 제품에 어울리는 음식으로 제안된 것이 바로 양념갈비와 장어구이였다. 달고 짠 양념이 강한 갈비에는 소주나 맥주를 곁들이는 것이 익숙하지만 키우치 주조는 산미와 감칠맛이 진한 사케도 대안으로 제시했다. 양념의 맛을 사케로 받아낸다는 점에서 앞선 세 제품과는 또 다른 접근이었다.
| ▲ 키우치 주조의 위스키 브랜드 '히노마루' 시리즈. <비즈니스포스트> |
앞선 사케들이 쌀의 발효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서로 다른 맛을 보여줬다면 히노마루는 보리맥아와 숙성통을 통해 맛을 만들어낸 위스키다. 버번과 럼, 셰리 캐스크에서 각각 숙성한 원액을 사용한 싱글몰트 위스키로 알코올 도수는 48%다.
향에서는 배와 멜론을 연상시키는 과실 향이 특징이고 맛에서는 캐러멜과 향신료, 은은한 스모키함이 어우러진다. 앞서 마신 사케와는 주종 자체가 달라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여러 숙성통의 성격을 한 제품에 담아냈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높은 도수에도 단순히 알코올의 강한 인상만을 앞세우는 술은 아니었다.
키우치 주조는 2016년 위스키 제조를 시작해 자체 증류소와 몰트 제조시설까지 갖췄다. 히노마루 시그니처 1823은 2025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월드 스피리츠 컴피티션에서 재패니즈 위스키 부문 최고상을 받았다
한국 사케시장은 성장하고 있다.
일본주조조합중앙회가 일본 재무성 무역통계를 바탕으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일본의 한국향 사케 수출액은 약 44억 엔(약 368억 원)으로 1년 전보다 약 17% 증가했다. 수출량도 5483㎘로 약 12% 늘었다. 수출액과 수출량 모두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한국은 수출액 기준으로 중국과 미국, 홍콩에 이어 네 번째로 큰 시장이다.
다만 수출이 증가한다고 해서 곧바로 사케 붐이 본격화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일본 음식과 함께 마시는 술이라는 익숙한 소비 방식에서 벗어나 다른 음식과도 자연스럽게 선택할 수 있는 술로 자리 잡을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조성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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