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고사 위기에 몰린 대우조선해양에 자금을 지원할 명분을 찾아낼 수 있을까?
금융당국이 대우조선해양에 3조 원 가량을 추가로 지원하는 방안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임 위원장을 비롯해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등은 대우조선해양에 더 이상 혈세를 투입하지 않겠다고 공언해 추가 지원을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명분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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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종룡 금융위원장. |
1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대우조선해양이 자금난으로 벼랑 끝에 몰리면서 3조 원가량의 자금을 추가로 지원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해양에 추가지원을 결정할 경우 2015년 10월 이후 17개월 만에 다시 혈세를 투입하게 되는 것이다.
임 위원장은 2015년 4조2천억 원 규모의 지원을 결정할 당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았다.
임 위원장은 당시 대우조선해양의 기술력과 함께 수주능력을 믿고 자금지원을 결정했지만 이런 믿음은 어긋났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예상수주의 20%도 채우지 못했다. 올해 자본잠식을 해결했지만 지금껏 선박 2척, 4144억 원 규모를 수주하는 데 그쳤다.
이 때문에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9400억 원어치의 채권을 상환하기 위한 유동성을 확보하지 못해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임 위원장은 그동안 대우조선해양의 자구노력 등을 강조하며 더 이상의 추가지원은 없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혀 왔는데 추가지원에 나설 경우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를 한다는 거센 비판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추가적 지원을 결정할 경우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경영사정 악화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최대 손실을 냈다. 수출입은행은 지난해 1976년 설립 이후 사상 처음으로 적자를 봤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이미 대우조선해양과 관련해 대규모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을 안고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도 그동안 대우조선해양의 자구노력을 강조하며 더 이상의 혈세 투입은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이런 상황에서 임 위원장이 대우조선해양에 추가지원을 결정할 경우 그동안의 발언을 번복할 만한 명분을 내놓아야 한다.
물론 대우조선해양의 자금난 문제를 다음 정부에 넘기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 명분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이번 추가지원을 통해 대우조선해양이 회생할 수 있다는 분명한 신호를 줄 수 있어야 한다.
이 때문에 국책은행 외에 시중은행과 일반채권자 등 대우조선해양과 관련한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고통분담을 전제로 추가지원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에 자금을 지원할 때는 시중은행의 채무재조정없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의 채무재조정과 자금지원을 진행했다.
시중은행이 채무재조정에 동참할 경우 국책은행의 부담이 줄어드는 동시에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의 원금상환을 유예하는 등 대우조선해양의 숨통을 터주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광범위한 채무재조정을 거친 뒤 정부가 추가자금을 투입할 경우 회생 가능성은 그만큼 더 높아질 수 있다.
금융위원회는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중심으로 대우조선해양의 자구노력과 수주 및 유동성상황 등을 점검하고 있다”며 “대우조선해양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유동성 대응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