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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에 설탕·쌀 부족 우려 커져, '슈퍼 엘니뇨' 여파에 식량부족 내년 이어질 전망

손영호 기자 widsg@business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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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에 설탕·쌀 부족 우려 커져, '슈퍼 엘니뇨' 여파에 식량부족 내년 이어질 전망
▲ 지난달 28일(현지시각) 인도네시아 자바섬 서부 베카시 리젠시 시바닥 마을에 위치한 논이 가뭄으로 인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기후변화와 엘니뇨의 복합적 영향에 강해진 재난 여파에 전 세계적으로 쌀, 설탕 등 식량 작물의 생산과 유통이 어려워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기관, 시장분석업체, 국제기구 등에 따르면 엘니뇨의 영향은 올해 말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내년부터 본격적인 식량 위기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 엘니뇨 여파에 줄어든 설탕 생산량

1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원당(설탕) 글로벌 선물 거래가격이 지난 7월 이후 25% 이상 급등했다고 보도했다.

설탕 가격이 급등한 원인은 주요 설탕 수출국인 브라질, 인도, 태국 등에서 엘니뇨 여파로 기상이변이 발생한 탓에 생산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엘니뇨는 적도 부근 중부, 동부 태평양 일대 엘니뇨 감시 해역 수온이 1991~2020년 평균보다 0.5도 이상 높은 상태가 5개월 이상 지속되는 현상을 말한다. 월별 수치가 아닌 3개월 이동평균을 기준으로 산정한다.

엘니뇨가 발생하면 전 세계적으로 기온이 오르고 가뭄, 폭우, 폭염 등 각종 재난 현상이 더 강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브라질 투자 플랫폼 'XP 인베스티멘토스'의 레오나르도 알렌카 식품·음료·농업 분석가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설탕은 엘니뇨 현상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상품 가운데 하나"라며 "엘니뇨 현상이 위협을 가하면 시장은 주요 공급 완충 장치를 잃게 되어 글로벌 수급 균형이 악화되고 재고가 감소하며 설탕 가격이 상승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올해 발생한 엘니뇨는 수온이 매우 높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 '슈퍼 엘니뇨'로 불리고 있다. 통상 평년보다 수온이 2도 이상 높으면 슈퍼 엘니뇨로 분류된다.

세계기상기구(WMO), 미국 해양대기청(NOAA) 등에 따르면 엘니뇨 감시해역 수온은 지난달 기준 30년(1991~2020년) 평년치보다 약 3도 높은 상태를 유지했다. 이는 기상 관측 역사상 최고 기록이다.

학계에서는 인간활동으로 배출된 온실가스로 인해 지구 안에 갇힌 열이 해양으로 흡수되면서 수온을 높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비정상적으로 강한 엘니뇨로 사탕수수 재배지에서는 각종 기상이변이 발생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브라질의 핵심 사탕수수 재배지인 중남부 일대에는 심각한 폭우가 지속돼 수확 및 착즙 작업이 지연되고 있다. 사탕수수는 설탕의 원료로 쓰인다.

다른 주요 사탕수수 생산지인 인도와 태국에서는 강우량이 평년보다 줄면서 수확량이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에더 비에이토 시장분석업체 '그린 풀 커머디티 스페셜리스트' 최고경영자는 블룸버그를 통해 "엘니뇨 현상은 확실히 우리 곁에 있다"며 "설탕 생산량 감소가 전반적으로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설탕은 인간 생존에 필수적인 원료는 아니지만 각종 식품에 감미료로 들어가기 때문에 설탕 부족 현상은 식품 가격을 끌어올리는 원인이 된다.

실제로 블룸버그는 "설탕 가격 상승이 전 세계 식품 가격을 3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일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후변화에 설탕·쌀 부족 우려 커져, '슈퍼 엘니뇨' 여파에 식량부족 내년 이어질 전망
▲ 브라질 중남부 프라도폴리스에 위치한 사탕수수밭에서 수확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 가뭄에 줄어드는 동남아 쌀 생산

엘니뇨는 아시아 지역의 주요 주식인 쌀의 생산에도 차질을 주고 있다.

1일(현지시각) 로이터는 동남아시아의 주요 쌀 생산국 인도네시아의 올해 수확량이 전년 동기 대비 2.8% 감소하는 것으로 추산됐다고 보도했다.

엘니뇨 영향으로 예년보다 짧아진 우기와 심각한 가뭄이 쌀 생산량을 줄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9월 기준 인도네시아 내 쌀 소매가는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드위 안드레아스 산토사 인도네시아 보고르 농과대 식품 분석가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엘니뇨 관련 기상이변으로 주요 수확 시기가 지연되면서 쌀 가격이 장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런 추세는 내년 3월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인도네시아 농민단체 '우수농어민협회(KTNA)'는 성명을 통해 인도네시아 논밭의 약 30%가 관개 시설이 부족한 상태로 가뭄에 취약하다며 내년 쌀 생산량도 약 10%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식량전문보도매체 '월드 그레인'에 따르면 필리핀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필리핀의 2026-2027수확연도 쌀 생산량은 도정미 기준 1225만 톤으로 추산됐다. 이는 이전 수확연도의 1236만 톤보다 소폭 감소한 것으로 필리핀의 올해 쌀 소비량 전망치인 1765만 톤을 한참 밑돌았다.

◆ 내년에는 더 심각해질 식량 위기

JP모간은 엘니뇨 현상이 전 세계 농업에 미치는 영향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분석을 최근 내놨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엘니뇨의 강도는 오는 11월에 최고조에 달하며 본격적으로 세계 기상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는 것은 내년 상반기부터일 것으로 예상된다.

JP모간은 여기에 이란 전쟁 등 지정학적 위기로 인해 높아진 연료 가격, 비료 부족 현상, 무역 차질 등이 맞물리면서 위기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설탕, 쌀 뿐만 아니라 팜유, 커피, 코코아, 면화, 대두, 옥수수 등 다른 식량 작물의 생산과 유통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됐다.

이에 JP모간은 'JP모간 원자재 선물 곡선(JPMCCI)'의 농산물 지수가 올해 8월 기준 최근 몇 년 사이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구체적인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다.

JP모간의 트레이시 앨런 선임 원자재 전략가는 보도자료를 통해 "엘니뇨 현상이 농업 생산에 미치는 영향은 이제 막 나타났다"며 "기상이변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디젤 가격, 비료 부족, 교란된 무역 흐름과 맞물려 발생하고 있으며 이는 기존 재고가 현물 시장을 어느 정도 완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주요 작물 재배 지역을 취약한 상황에 놓고 있다"고 말했다.

JP모간의 분석은 앞서 지난 8월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이 내놓은 보고서와 비슷한 결론을 내리고 있다. 

세계식량계획은 엘니뇨 여파에 내년에는 약 4900만 명이 추가로 심각한 식량 불안정 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엘니뇨로 인한 식량 부족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강력히 권고했다.

칼 스카우 세계식량계획 사무총장은 성명을 통해 "기후 충격에 대비할 수 있도록 조속히 지원할수록 생명을 구하고 생계를 보호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며 "세계식량계획은 이미 8개국과 협력해 조기 대응 노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더 많은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손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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