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우디아라비아산 원유를 실은 유조선 쉔롱 호가 3월12일 인도 뭄바이 항구에 입항하고 있다. <뉴시스> |
사우디아라비아는 공격받아 파손된 송유관 대신 호르무즈 해협으로 원유를 운송해 수출량을 유지하려 하지만 유조선이 부족해 향후 한국 조선사에 발주 확대 기회로 작용할 가능성이 나온다.
15일 블룸버그는 익명의 소식통 발언을 인용해 “사우디아라비아가 송유관 폐쇄 이후 미군의 보호를 받아 호르무즈 해협으로 원유 운송을 늘리려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자체 입수한 위성사진을 근거로 지난 며칠 동안 페르시아만에 있는 원유 수출 터미널에서 선적 중인 유조선 수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10척이 넘는 사우디아라비아 유조선이 최근 몇 주 동안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대기했다는 정황도 전했다.
이렇듯 사우디아라비아가 해상 운송을 늘리려 하지만 유조선 부족 문제에 직면한 것으로 분석된다.
블룸버그는 “석유를 해상 운송하려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시도는 심각한 선박 부족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주요 산유국 가운데 하나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란 전쟁 발발 이후 동부 유전에서 서쪽으로 1200㎞ 떨어진 홍해 항구 도시 얀부까지 송유관을 통해 원유를 이송한 후 유조선으로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거쳐 아시아 등으로 우회 수출해 왔다.
지난 2월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전쟁 뒤 세계 해상 원유 운송량의 20%가 지나가는 호르무즈 해협이 이란의 봉쇄 조치로 사실상 폐쇄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12일 드론 공격으로 동서 송유관까지 무기한 폐쇄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 공격을 이란의 지원을 받는 이라크 내 민병대의 소행으로 지목했다.
로이터는 원유 구매업체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하루 400만~500만 배럴이 운송되는 송유관이 빠른 시간 안에 다시 가동되지 않으면 세계 원유 공급량의 최대 4%가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송유관은 최소 3~5주 동안 가동을 중단할 예정이라 사우디아라비아는 피격 리스크를 안고서라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원유를 실어 나르려 하는데 막상 유조선이 부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초대형원유운반선(VLCC)을 비롯한 유조선 건조 경쟁력을 갖춘 한국 조선사에 수주 기회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로 분석된다.
중동 분쟁에 따른 해운 환경 변화가 일시적 현상을 넘어 유조선 확보 압력을 높일 여지를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 ▲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해 사우디아라비아산 원유를 운송하던 송유관이 피격을 당해 폐쇄됐다. <그래픽 챗GPT로 제작> |
삼성중공업은 지난 7월2일 오세아니아 지역 선사와 2734억 원 규모의 원유 운반선 2척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HD현대중공업 또한 자회사 HD현대필리핀조선소를 통해 올해 상반기 VLCC 4척을 수주했다.
글로벌 선박 데이터 업체인 클락슨리포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세계 VLCC 발주량은 모두 64척으로 작년 동기(3척) 대비 21배로 늘었다.
이러한 추세가 더 이어지며 한국 조선 3사에 수혜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물론 VLCC는 발주부터 건조 및 인도까지 최소 3년 이상이 필요하지만 중동 분쟁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지만 사우디아라비아 송유관 운송이 재개돼도 선박 부족 리스크가 중장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얀부항으로 원유를 이동한 뒤 선박에 선적해 수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정학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선박이 중동에서 아시아로 향하는 기존 원유 수송 항로가 아니라 수에즈 운하를 거쳐 우회하면 필요한 선박 수가 더 늘 수 있다.
수에즈 운하와 아프리카 희망봉을 거쳐 아시아로 이동하는 경우 기존 항로보다 약 22일이 더 필요해 같은 물동량을 처리하는 데 필요한 선박 수가 자연스럽게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항로가 길어질수록 선박 한 척의 회전율이 낮아져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 할수록 선주들이 신규 유조선 확보에 나설 유인이 커질 수 있다.
높은 운임도 선박 발주를 부추기는 요소로 꼽힌다. 운임이 올라 이익을 거둔 해운 회사는 미래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노후 선박을 교체하기 위해 신규 선박 발주에 나설 수 있다.
신용평가사 S&P글로벌에너지 산하 가격정보 제공 업체 플래츠가 지난 8월28일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중동에서 일본으로 석유제품을 실어 나르는 운임은 8월27일 기준 1톤당 107.72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더구나 호르무즈 및 홍해 리스크로 중동산 원유 수송이 제한되면 아시아 정유사가 미국이나 서아프리카 등 더 먼 지역에서 원유를 확보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는 동일한 원유 수요에도 더 많은 VLCC가 투입돼야 하는 구조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중동 분쟁이 장기화하고 사태가 해결돼도 유조선 부족 현상이 이어질 공산이 커 한국 조선 3사의 VLCC 발주가 늘어날 가능성이 고개를 든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주요 조선소들의 수주 물량은 거의 20년 만에 최고 수준에 달했다”며 “현재 선박을 발주하는 선주들은 2029년 이후까지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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