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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4대 항만공사 통합 속도, 공동진출 넘어 '단일법인' 실익 입증할까

허원석 기자 stoneh@business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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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정부가 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 항만공사를 하나로 합치기 위한 실무 작업에 착수했지만, 공동사업을 넘어 단일 법인으로 묶으면 어떤 실익이 있을지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통합 명분으로 내세운 해외거점 공동 조성은 지난해 말 4개 공사의 합동투자 사업으로 먼저 제시돼 올해 6월 공동진출 태스크포스(TF)까지 가동하기 시작했다. 과거 정부 연구도 물리적 통합보다 협력체계 강화를 대안으로 제안했던 만큼, 변화한 공급망 환경에서 법인 통합으로 추가되는 편익을 입증하는 일이 해양수산부(해수부) 통합법인 추진단의 핵심 과제로 떠오른다.
 
정부 4대 항만공사 통합 속도, 공동진출 넘어 '단일법인' 실익 입증할까
▲ 정부가 4대 항만공사를 통합하기 위한 실무 작업에 착수한 가운데 법인 통합으로 추가되는 편익을 입증하는 일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항만공사 등 4대 항만공사 노조위원장들이 8일 재정경제부 앞에서 4개 항만공사 통합 반대 기자회견을 연 뒤 피켓시위를 하고있다. <뉴시스>

9일 정부와 항만업계 움직임을 종합하면 해수부는 부산항만공사와 인천항만공사, 울산항만공사, 여수광양항만공사를 가칭 '한국항만공사'로 통합하기 위한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남재헌 해수부 차관은 8일 4개 항만공사 사장과 간담회를 열고 구체적 통합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항만공사 통합법인 추진단' 구성과 주요 검토 사항, 추진 일정 등을 논의했다.

앞서 정부는 3일 발표한 '공공기관 기능개혁 추진방안'에서 지역별로 산재한 4개 항만공사를 하나의 법인으로 합치고 기존 지역별 공사를 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 지역지사로 개편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가칭 한국항만공사는 정책·기획 기능을 일원화하고 지역지사는 항만별 특성에 맞는 사업을 수행한다. 정부는 지역항만 사이 연계를 강화해 공급망 변화에 대응하고 항만공사 사이 과당경쟁을 억제하는 한편 해외 물류거점을 공동으로 조성할 수 있다는 점을 통합의 필요성으로 들었다.

다만 해외거점 공동 조성을 비롯한 항만공사 사이 협력은 이번 통합 발표 이전에도 추진됐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글로벌 물류공급망 거점 확보 전략'에서 2030년까지 해외 공공지원 물류 기반시설을 9개에서 40개로 늘리고 해외 항만터미널 10개를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4조5천억 원 이상을 투자하고 4개 항만공사가 합동으로 해외투자를 추진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해수부와 4개 항만공사는 이에 따라 올해 6월17일 해외공동진출 TF 첫 회의를 열었다. 각 공사가 검토하는 해외사업을 공유하고 공동 진출할 수 있는 사업을 발굴해 투자 부담과 위험을 나누겠다는 취지였다.

공동진출 TF가 출범한 지 두 달 반밖에 되지 않아 성과를 평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단일법인화를 공식화한 셈이다. 

현행 항만공사법이나 기관별 의사결정 구조 때문에 공동사업 추진에 구체적으로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협력체계 강화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무엇인지 등은 3일 정부 발표자료에 담기지 않았다.

사실 항만공사 통합 논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감사원은 2010년 당시 운영 중이던 부산·인천·울산항만공사와 설립을 앞둔 여수광양항만공사를 하나로 합치고 개별 항만에는 지사나 사무소를 두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국토해양부에 통보했다. 상임임원과 지원부서 인력 비중이 공기업 평균보다 높고 전산시스템을 개별적으로 구축하는 데다, 선사와 터미널 운영사를 상대로 한 물동량 인센티브 경쟁이 과도하다는 것이 주요 이유였다. 현재 정부가 내세운 '기능 중복 해소'와 '항만 간 과당경쟁 억제'라는 논리는 16년 전 감사원의 문제 제기와 상당 부분 겹친다.

하지만 감사원의 권고에 따라 진행된 후속 검토는 전면 통합과 다른 결론에 이르렀다. 

국토해양부가 중앙대학교 동북아물류유통연구소에 2011년 연구용역을 맡긴 뒤 같은 해 11월 열린 최종보고회에서는 물리적으로 항만공사를 합치기보다 중복 기능을 조정하고 공동사업을 추진할 협력체계를 구성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고정자산 비중이 80% 이상인 공기업과 비교한 효율성 분석에서 부산항만공사와 울산항만공사는 평균 이상이었지만 가상의 통합 항만공사는 평균 이하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단순 통합에 따른 운영 효율과 예산 절감 효과가 크지 않다고 보고 가칭 '항만공사조정협의회'와 같은 협력 네트워크에 무게를 뒀다. 

다만 당시 연구가 나온 지 15년이 지난 만큼 이를 현재 통합의 타당성을 판단하는 직접적 근거로 삼기는 어렵다. 이후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커지면서 항만공사의 해외 물류거점 투자 역량을 강화할 필요성도 높아졌다. 

4개 공사의 자금과 전문인력, 해외사업 경험을 한 조직에 모으면 투자 규모를 키우고 위험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이 같은 효과가 현재 가동 중인 공동진출 TF로는 얻기 어렵고 단일법인화를 통해서만 가능한 것인지는 별도의 검증이 필요하다.
 
정부 4대 항만공사 통합 속도, 공동진출 넘어 '단일법인' 실익 입증할까
▲ 9월1일 부산 남구 신선대두와 감만부두 야적장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있다. <뉴시스>

정부는 공공기관 기능개혁 추진방안에서 발전 5사 통합의 근거로 연간 500억 원 안팎의 연구개발비와 연간 2천억 원 규모의 재생에너지 건설사업이 회사별로 분산 투자되고 있다는 수치를 제시했다. 통합재무구조를 통한 투자 여력 확대와 연료·정비자재 공동구매, 중복인력 효율화 등 기대효과도 열거했다.

반면 항만공사 통합과 관련해서는 현재 어느 분야에서 얼마만큼의 중복비용이나 과당경쟁이 발생하는지, 법인을 합치면 관리비용과 해외투자 역량이 얼마나 개선되는지를 보여주는 수치가 제시되지 않았다.

정부는 통폐합 기관의 임원을 제외한 직원에게 고용승계를 보장하고, 통폐합 전후 처우가 저하되지 않도록 보수체계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인력 감축이나 보수 인하를 통한 단기간의 인건비 절감은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

통합본사와 지역지사 사이 권한 배분도 통합 효과를 좌우할 변수다.

항만공사법에 따르면 현재 각 항만공사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항만위원회는 경영목표와 예산·자금계획·사업계획, 장기차입금과 사채 발행, 항만시설 임대료·사용료 기준, 투자·출연 등을 심의·의결한다. 정부 발표에는 이러한 권한을 통합본사와 지역지사 사이에 어떻게 나눌지, 지역별 투자재원을 어떤 기준으로 배분할지에 관한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항만공사 노동조합은 8일 정부세종청사 재정경제부 앞에서 통합 철회 기자회견을 열고 항만별 시장과 고객, 배후경제권이 다른 만큼 지역별 운영체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항은 글로벌 컨테이너 환적항, 인천항은 수도권과 대중국 물류거점, 울산항은 액체화물·에너지 중심항, 여수광양항은 철강·석유화학 중심 산업항이라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4개 노조는 통합본사에 정책·기획과 투자 결정권이 집중되면 현재 개별 항만공사가 맡고 있는 항로 유치와 인센티브, 항만 개발, 배후단지 투자 등이 중앙의 승인과 조정을 거쳐야 해 의사결정이 느려질 수 있다고 봤다. 반대로 핵심 업무를 지역조직이 계속 수행한다면 통합본사가 의사결정 단계만 추가하는 '옥상옥'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해외 공동사업과 마케팅, 정보시스템 구축, 교육·연구 등은 법인을 합치지 않고도 추진할 수 있다며 물리적 통합이 협력체계 강화보다 우월하다는 점을 정부가 입증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해수부는 통합법인 추진단을 통해 기관별 기능 배분과 인력·재원 운영 방안 등을 담은 통합 로드맵을 마련할 계획을 세웠다. 현행 공동사업 체계와 비교한 단일법인화의 추가 편익과 통합본사·지역지사의 권한 배분, 항만별 투자재원 배분 기준 등이 후속 논의의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허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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